북리뷰
제목 : 이처럼 사소한 것들
저자 : 클레어 키건
책소개
2023년 4월 국내에 처음 소개된 『맡겨진 소녀』로 국내 문인들과 문학 독자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은 클레어 키건의 대표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번역 출간되었다. 작가가 전작 『맡겨진 소녀』 이후 11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소설로, 자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거장의 반열에 오른 키건에게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2022년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르고, 같은 해 오웰상, 케리그룹 문학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휩쓸었으며, 특히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아름답고 명료하며 실리적인 소설”이라는 평을 보내며 이 소설이 키건의 정수가 담긴 작품임을 알렸다.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과 언론의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이 책은, 자신이 속한 사회 공동체의 은밀한 공모를 발견하고 자칫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그린 작품이다. 키건 특유의 섬세한 관찰과 정교한 문체로 한 인간의 도덕적 동요와 내적 갈등, 실존적 고민을 치밀하게 담아냈다.
[출처 : 알라딘]
기억에 남은 한 문장
최악의 상황은 이제 시작이라는 걸 펄롱은 알았다. 벌서 저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는 고생길이 느껴졌다. 하지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이미 지나갔다. 하지 않은 일, 할 수 있었는데 하지 않은 일 - 평생 지고 살아야 했을 일은 지나갔다. 지금부터 마주하게 될 고통은 어떤 것이든 지금 옆에 있는 이 아이가 이미 겪은 것, 어쩌면 앞으로도 겪어야 할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맨발인 아이를 데리고 구두 상자를 들고 걸어 올라가는 펄롱의 가슴속에서는 두려움이 다른 모든 감정을 압도했으나, 그럼에도 펄롱은 순진한 마음으로 자기들은 어떻게든 해나가리라 기대했고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p. 121
감상평
‘아름답고 명료하며 실리적인 소설’이라는 평에 이끌려 책을 구매했다. 책은 고작 110 페이지 정도. 그리고 외국소설을 읽을 때면 늘 느끼는 것 중 하나, 정서가 다르다. 초반에는 그냥 읽었지만 점차 빠져들었다.
아일랜드 모자 보호소와 막달레나 세탁소에서 고통받았던 여자들과 아이들에게 이 이야기를 바친다고 작가는 시작 전에 말한다.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부정적인 면을 알게 되고 고민하는 고민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감정이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나도 같은 고민을 하게 만든다.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용기 있는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쉽게 답하기 어렵다.
작가는 “내 많은 작업은 나의 노동의 흔적들을 제거하는 데 쓰인다.”라고 한다. 글과 말이란 그런 것 같다. 화려하게 꾸미려 하는 것보다 간단 명료하며 핵심이 담겨 있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배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