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올해의 목표를 '도전'으로 정했더니, 쉴 틈 없이 도전할 일들이 생기는 것 같다. 출판기념회를 열고 입고 메일을 쓰는 크고 작은 일들이 지나니 이젠 '북페어'다. 책을 만들었으니 북페어에 나갈 수 있을까? 나가게 될까? 하는 약간의 기대와 설렘이 있었는데 예상보다 빠르게 그런 자리가 생겼다.
안 나가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냉큼 신청했는데, 막상 셀러가 되었다는 문자를 받으니 긴장됐다. 무엇을 어떻게 팔지, 북페어 당일까지 고민하고 상상하고 준비해야 했다. 다년간 구매자로 쌓은 간접 경험을 바탕으로 구색은 갖추었지만 이게 맞는 건지, 잘하고 있는 건지 의문이었다. 그럼에도 참 다행인 게, 내가 사는 동네에서 행사가 열린 거라 동네 이웃들이 많이 찾아왔다. 말도 붙여주고 칭찬도 해주고 장난도 쳐준 덕분에 떨리고 긴장되는 첫 경험에 많은 용기를 얻었다.
북페어는 지나가는 사람에게 먼저 인사 건네고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핵심이라 나름의 장치도 마련했다. 바로 꽝 없는 경품추첨인데 이를 "다정한 문장 적으시고 다정한 문장 뽑아가세요~"라는 어여쁜 한 문장으로 정돈하니까 훨씬 나았다. 처음에는 말을 붙이는 게 조금 머쓱하고 어색했는데 점점 편해졌다. 적어주시는 다정한 문장에 감동받고 뽑은 다정한 문장이 꼭 맞는 경우가 생기면 내가 더 기분이 좋았다. 이런 경험이 나를 계속 힘차게 움직이게 만들었고, 둘째 날에는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드렸다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그러다 관심을 보이는 분들에게 내 책을 직접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큰 행운이다.
북페어라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도 있다. 나는 생각보다 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 말을 거는 것이 판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짧은 순간 대화를 나누고 교류하는 것이 생각보다 더 즐거웠다. 행사 둘째 날은 어린이날이라 어린 친구들이 보이면 문장 뽑기를 하고 책갈피를 선물로 줬는데, 내가 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스러웠다. 다정한 한 문장이지만 이를 선물로 드릴 수 있어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 덜어려웠던 것 같다. 주고받는 다정한 말 덕분에 정말 충분히 행복한 행사였다. 이 즐거운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