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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답고쓸모없기를 May 17. 2022

동네의 기류

목동 워킹맘 보고서

내가 느낀 '동네의 기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했을 수도 있고,

이건 좀 무리라고.. 이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냥 내가 몇 안되는 경험이지만

직접 느낀 그대로.


나도 어느새 30대 중반,

벌써 아이가 둘인 워킹맘 주부다.


첫째 아이를 낳고 복직할 때만 해도

애 재우고나서 밤을 새우며 워드 파일로 장장 다섯 장에 걸쳐 '복직했을 때의 장점과 단점'을 절절히 나열해 가며 나 스스로를 설득했다.


첫 아이가 주는 설렘과 그 성장 과정을 지켜 보는 기쁨의 의미가 매우 컸다.


그때만 해도 '복직'에 대해,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아이 크는 것도 못 보나!

-인생에서 뭣이 중한디!!

-아이에게는 만 3세까지 엄마의 손길이 필요하다!!!

-아이는 엄마가 직접 키워야 한다!!!!


등등의 이야기들만 내 귀에 쏙쏙 꽂혔다.

복직하기가 얼마나 힘들었던지, 첫 복귀날 지하철을 타고 가는 내내 나를 보며 울던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 나도 내내 울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저 죄책감 없이 일하고 싶은 애 둘, 워킹맘이다.


첫째 복직 초반에 잠깐 살았던 동네에선 돌이 막 지난 아이를 떼어두고

회사에 복귀한 나에 대해 이런 평판이 있었다.

"대단하다"



정말로 열심히 잘 하고 있다는 응원의 의미도 있었겠지만, 

약간은 '대~단하다'의 느낌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여러 엄마들에 둘러싸여 매번 '내가 왜 일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분위기였다.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너는 남편이 돈 버는데, 왜 일해?" 

"00아 너 일 안해도 되잖아~"

"집에서 애기봐도 되잖아~"   이런 말들.


그럼 나는 약간 땀을 흘리며(?)

나도 일하고 싶어! <-를 엄청나게 강조했다.


나도 분명 일을 해서 성취감을 얻고 싶은 사람인데!

이 직업을 얻기 위해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지나 대학교때까지 무수히 많은 산을 넘어오며

노력하고 공부하고 따내고 얻어냈는데!


만일 내가 의사였다면, 누군가가 엄마라는 이유로 왜 일하느냐고 물었을까?

만일 내가 유명 회사의 CEO였다면?


나는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기 때문에

회사 다니며 돈 버는 것 Vs. 집에서 아이 보며 도우미 비용 아끼는 것 을

따져 재는 건 아닐까? 생각하니 참으로 속상했다.



각설하고,

개인적으로는 목동에 오니 일하는 엄마들이 많아 참 좋다.

서로 나눌 수 있는 고민의 범주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최근에 가진 엄마 모임에서 나는 확신했다.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한 직업이라서는 없다.

모두가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고, 일을 하기 때문에 더 최선을 다해 아이와 시간을 보낸다. 


일은 매우 열심히. 그리고나서 최대한 시간을 내어 일찍 퇴근한 날에는 문화센터에 가거나 전시회를 가고,

도서관을 가거나 또래 친구들과의 약속을 만들어준다.

주말에는 더 신나게 놀아주기 위해 미리 계획하고 검색했다.

일하는 엄마들은 최최최최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나역시 그렇다. 혹여나 일하는 엄마라는 이유로 빈틈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으니까. 


요즘 우리 동네에서는 당연하게도 엄마들 모임 중에 '왜 일하느냐'고 묻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런 기류에 감사하고, 나 역시 일하는 모습에 대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의연하게 대처하리라.


일하는 엄마가 가진 말모말모 죄책감은 다음 기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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