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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찬 Feb 23. 2024

11월 14일

숲의 목소리를 듣는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더운 바람 이마의 열기 어미를 잃은 새는 혼자 나는 법을 익혀야 한다 윤곽으로 본다 나는 바람을

잘 기름칠된 자전거가 있다 나무에 기대어 어디로도 떠나본 적 없는 자전거가 말한다 밤의 불을 보고 싶어 도시의 병을 진찰하는 시간에

바람은 무엇을 타고 날까?

목소리를 주먹 안에 쥐고서 숲을 달린다 숨이 터져 나올 때까지 이곳에도 화분이 있다 곱게 간 숨 같다 뛴다 내가 이곳의 불편한 눈곱이 되도록

눈을 한껏 찡그리면 주름이 되어간다

숲이 거대한 기계장치라면 부품을 하나씩 훔쳐가는 밀수꾼들 어디선가 숲은 작고 작은 숲을 이루고 새는 멀어진 고향을 찾아 날갯짓을 한다 나는 드디어 손을 활짝 핀다 목소리에 바람을 실어 새의 날개에 기름칠을 해주기 위해 새가 내려다보는 밤의 도시 어긋난 톱니바퀴들 불협화음을 연주한다

삐걱이는 눈을 깜박이며 자전거를 끈다
숲의 가장자리를 아주 오랜 속도로
그것이 더 이상 외롭지 않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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