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멤버들이 줄줄이 퇴사하고 수익은 못 버는 지금, 나는 어떡해야 할까
팀장이 퇴사한다. 회사 설립부터 함께 시작했던 분이신데 4년을 채우고 떠난다. 퇴사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신규 인력이 헤게모니를 잡으면서 초기 멤버들은 주요 직책에서 밀려나고 업무 방식부터 커뮤니케이션 스타일까지 정리해야 하는 대상이 되어온 결과인 것 같다.
스타트업은 대개 창업 3~7년, 수익창출과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 위기를 직면하게 되는데, 이것은 “데스밸리”라고 한다. 데스밸리는 재무 이슈와 회사 안정성에만 영향을 주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회사는 재무적으로 어마어마한 불안정성을 겪고 와중에 인력이 늘어나면서 직원 세력 간의 갈등, 문화적 충돌이 일어나며 그야말로 대혼란의 시기가 데스밸리였던 것이다. 함께 일하던 동료가 퇴사하고, 사업의 성장은 정체되면서 적자폭이 커져가는 회사의 재무제표에 공감할 수 없는 경영진의 판단까지 온갖 대혼란이 펼쳐지고 있는 요즘 이 작은 회사에 대한 확신을 갖기 어렵다. 하긴 이 혼란은 입사할 때부터 이어져왔고 최대 2,3년 후엔 이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어느새 회사 생활에 익숙해지고 회사란 자고로 무조건 이상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깨달으면서 무던해졌었다. 그렇게 잔잔해진 평화 위에 팀장의 퇴사가 돌을 던진 것이다.
옛 동료가 회사가 나락이 될 때까지 남아있는다면 문제상황도 파악하지 못하고 생각 없이 회사 다니는 멍청이가 되어 이직하기 어려울 꺼라며, 어차피 이직할 생각이라면 기회 있을 때 하라고 제안을 주셨다. 회사 다니실 때 주요 현안에 깊숙이 관여했던 분이라 내가 아는 것보다 자세하고 생생하게 회사 상황을 이야기해 주셨음에도 이직이 끌리지 않았다. 이유를 이리저리 생각해 봤는데 제안받은 곳이 땡기지 않는 게 제일 컸다. 적당히 높은 연봉에 적당히 편안한 근무환경에 안정적인 회사. 직전 직장과 비슷하지만 더 나은 것이 있는지 애매한 곳. 원할 때 다시 안정적인 대기업으로 갈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이곳은 아니었다.
이력서를 더 채우기 위해 지금 회사에서 더 적극적으로 나대가며 목소리를 높이고, 안 하던 일까지 업무 범위를 넓힐 것이다. 2주일에 한 번씩 채용공고를 확인하면서 채용 트렌드와 가고 싶은 회사를 적극적으로 찾을 것이다. 아직 내가 다음 회사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이렇게 지내다 보면 기준도 서고 원하는 곳으로 이직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월요일에 출근해서 챙겨야 할 일을 생각하니 불안하면서도 기분이 좋다.
대기업에서는 커리어 성장 때문에, 작은 회사에서는 회사의 영속 가능성으로 불안감을 느낀다. 결국 어디에 있든 나는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 행동이 적어질수록 불안함은 커진다. 바쁘게움직이며 자산을 채우고 성장하면서 단단해지고, 무엇보다 돈!!! 돈을 제외하고 커리어를 선택할 수 있는경제적 자유가 생기면 이 불안함이 줄어들지 않을까.
그래서 결론은 돈! 돈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