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GRAPHIC LYRICS VOL.2
‘Save ME’는 2016년 5월 2일 발매된 ‘화양연화 Young Forever’ 앨범에 수록된 곡입니다. 화양연화 앨범 속 뮤직비디오들이 ‘BU’ 이야기가 담긴 것과 달리 안무 만으로 구성된 뮤직비디오가 나왔던 곡입니다. 그래서 ‘Save ME’ 노랫말에 화양연화 세계관이 리릭스 북에 어떻게 담길지 더 기대 됐었는데요. ‘Save ME’의 작사 작곡은 피독, Ray Michael Djan Jr, Ashton Foster, Samantha Harper, RM, 슈가, 제이홉이 맡았습니다. ‘Save ME’는 묘한 노래입니다. 활기차고 빠른 리듬의 곡이지만 정작 가사는 절박한 구원에 대해 이야기하죠. 밝은 리듬과 서정적인 정서가 만나 묘한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Save ME’는 또한 2018년 8월 24일 발매된 ‘LOVE YOURSELF 結 Answer’에 수록된 ‘I’m Fine’과 연결되는 곡이기도 합니다. 흘림체로 쓴 ‘Save ME’를 뒤집어보면 ‘I’m Fine’이 되고, ‘Save ME’ 노래의 끝부분과 ‘I’m Fine’의 전주가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안무 역시 무릎 꿇고 끝내는 ‘Save Me’에서 무릎 꿇고 시작하는 ‘I’m Fine’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보통 두 곡을 함께 무대에 선보일 때가 많죠.
'Save ME' 그래픽 리릭스의 주인공은 호석과 지민입니다. 첫장부터 임팩트있는 그림으로 시작되는데요. 달달한 간식들이 어둡고 음울하게 그려져있습니다. BU를 알고있다면 첫 장부터 누구의 이야기일지 눈치 챘을 것입니다. 이 장면은 마치 행복으로 가득찬 놀이공원에서 버려진 호석의 마음 속을 형상화한 것 같습니다. 호석을 상징하는 초코바도 그려져 있습니다. 화양연화 세계관에서 호석은 어릴적 놀이공원 회전목마 앞에서 엄마에게 버림받습니다. 어른이 된 호석은 회전목마에서 울고 있던 과거의 자신을 봅니다. 이 장면에 투명 용지 한 장이 삽입돼 있습니다. 어느 지점마다 투명 용지가 삽입돼 있는데 이는 독자의 읽는 템포를 조절해 감정을 끌어올리는 효과로 작용합니다. 마치 영화, 혹은 애니메이션에서 서서히 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해 슬로우 장치를 거는 것처럼요. 행복한 놀이동산에서 외로움을 배운 호석이 병실에 누워있고 그 옆에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습니다.
엄마가 강제로 병원에 입원시킨 지민입니다. 욕조, 물 속에 잠겨있는 지민의 모습은 뮤직비디오, 화양연화 웹툰에서도 나옵니다. 욕조가 점차 종이비행기가 되어 찬란한 빛으로 가득한 밖으로 향해 문을 열고 나오는 시퀀스가 인상적 입니다. '그 손을 내밀어줘 / save me save me' 가사가 반복되며 감정이 고조되는 파트와 만나 상승의 이미지를 더합니다. 이야기는 호석과 지민이 '우리'가 되며 끝맺습니다.
이강훈 일러스트레이터는 <Save ME> 이전부터 이미 북디자인계에서 유명한 일러스트레이터였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이름까지 알진 못해도 평소 책을 좋아했다면 한 번쯤은 이 작가의 일러스트가 그려진 책을 만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청춘의 독서>, <대책없는 해피엔딩>, <독신남 이야기>, <열외인종잔혹사>, <라틴소울>, <1리터의 눈물>, <고령화 가족>, <신의 축복이 있기를, 닥터 키보키언> 등 300여 권의 단행본의 그림을 그렸으며, 그림 뿐 아니라 직접 글도 쓴 책으로는 <도쿄 펄프픽션>, <나의 지중해식 인사>, <반칙의 제국>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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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ve ME>는 굉장히 감성적으로 그려졌으나 이강훈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은 개성있는 편에 가깝습니다. 개성이 가장 뚜렷하게 보이는 작품 중 하나로 <한국괴물백과>을 꼽고 싶습니다. 한국에 고전, 역사 관련 전문 서적이 디자인적으로 예쁜 경우를 잘 못 봤는데 이 책 예쁘긴 예쁩니다. 18세기 이전 문헌에 기록된 괴물들에 대한 설명과 이를 바탕으로 한 괴물 그림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한국 괴물들을 그렸지만 묘하게 일본 풍의 느낌도 드는데요. 한 인터뷰에 따르면 “에도 시대 요괴 그림으로 유명한 우키요에 화가 우타가와 쿠니요시 작업물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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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훈 일러스트레이터의 SNS에서 현 사회의 이슈와 메시지, 풍자를 담은 작업물들을 꽤 많이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강훈 작가는 촛불 집회로 뜨거웠던 2016년, 평화 집회 퍼포먼스 중 하나였던 ‘차벽을 꽃벽으로’ 프로젝트를 기획 하기도 했습니다. 경찰 차벽에 시민들이 꽃 스티커를 붙이는 퍼포먼스로, 구호를 이미지화했던 기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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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라면 흥미로울 TMI. 이강훈 작가의 SNS를 구경하다가 레이더망에 잡힌 게시물입니다. 지민이 머랭을 머리에 뒤집어 썼던 명장면을 탄생시킨 ‘달려라 방탄’ 에피소드에 그의 작품이 나왔습니다. 지금은 폐업한 박준우 셰프의 ‘온다빌레’ 레스토랑에 진열된 그림이 바로 이강훈 작가의 그림이었습니다.
바로 이 그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