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여행 Day 28]
6일동안 지냈던 우다이푸르를 떠나는 날 아침.
버스 스탠드까지 갈 릭샤를 타러 가는 길에 보인 모든 풍경이 첫 날 본 그대로였다.
피촐라 호수의 잔물결은 아침 햇빛을 받아서 반짝였다. 그 위에 배들은 조용히 물안개를 가르며 나아갔다. 작은 모래 더미 위에 엎드린 작은 강아지는 아직 잠이 덜 깬 듯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문을 늦게 여는 상점의 문은 닫혀있었고, 일찍 영업을 시작하는 가게의 문은 열려있었다.
당연하게도 내가 떠난다고 우다이푸르의 일상이 달라지진 않았다.
오늘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게 해 줄 그 무엇도 없었다. 가다가 돈을 줍는다거나, 걷다가 새똥을 맞는다던가, 돌뿌리에 발이 걸려 넘어진다거나, 갑자기 안 오던 비가 내린다던가 하는 일들말이다.
2주가 넘는 시간을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안녕도 그다지 특별하진 않았다.
마지막 날 밤이라고 술을 거하게 먹고 쓰러진다거나, 감성에 젖은 특별한 대화를 하지 않았다. 평소처럼 럼을 홀짝이면서 훌라를 쳤다. 그러다가 영화를 봤다. 많이 피곤했는지 하나둘 먼저 잠들었다. 영화가 끝난 후에 내가 뒷정리만 대충 하고 불을 끄고 잤다.
오히려 시시하다면 시시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밤이었다.
마치 내일 볼 것처럼 평범하게 헤어졌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지만, 다시 우연히 만날 때 마치 어제 본 것처럼 또 평범하게 인사를 건넬 걸 알고 있다.
우리는 작별을 한다고 보름동안 우리가 애써 만든 정을 떼지 않았으니까.
꽤 오랜만에 다시 나홀로 여행자가 됐고 내가 거쳐간 여행지는 달라진 것 하나 없이 그대로지만, 분명 여행을 시작할 때와는 많이 다르다.
그 이유 중 하나.
먼 훗날 다시 만날 걸 기약한 사람들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