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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승수 May 31. 2019

에필로그

[세계여행 Fin] 

 일본 도쿄를 거쳐 한국에 들어온 지도 어느새 2주가 흘렀습니다. 
 여행을 즐기고 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후유증을 견뎌내느라, 그리고 다시 한국에 적응하느라 미처 돌아왔다는 말을 하지 못했네요.


 8개국 24개 도시.


 '세계여행'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100일이 넘는 기간동안 돌아다닌 것 치고는 생각보다 그렇게 많은 곳을 가보지는 않았어요. 전혀 아쉽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충분히, 정말로 행복했던 여행이었습니다.


 지구는 아주아주 크고 둥근 모양입니다. 그래서 시차라는 게 생겨요. 시차라는 안경을 끼고 보면, 저는 여행의 절반은 시간을 거슬러 갔고, 나머지 여행의 절반은 시간을 달려갔습니다. 되감기와 빨리감기를 하는 여행이었지만, 우리는 같은 순간을 보내고 있었다는 걸 알고있습니다. 
 한국시간 2018년 00시 00분. 한국에 있던 친구들은 서로에게 새해인사를 주고받았지만, 에스토니아 타르투에 있던 저에게는 아직 2017년이 7시간 남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7시간만큼은 내가 너네보다 한 살 덜 먹은 거라고 장난을 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알고보면 우리는 같은 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동시에 서로에게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으니까요.


 '나의 아침이 누군가에게는 밤이라는 사실'(아이유, <Last Fantasy>中)은 꽤 많은 의미를 담고있을 지도 모릅니다. 
 내가 여태 모르고 있었고, 앞으로도 모를 가능성이 높은 지구 어딘가엔 놓치고 싶지 않은 이야기가 수두룩해요. 인생의 지혜를 깨우쳐버린 8살 아이도 있고,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버려진 수도승도 있고, 우리가 보기엔 너무나 작고 소소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최고의 행복을 찾는 사람도 있어요.

 죽을 때까지 세계를 돌아다닌다고 해도 그 모든 이야기를 만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사람들 덕분에 내가 느끼는 행복의 기준이 많이 낮아지고 넓어졌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준 여행지의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많이 느낍니다. 
 가끔은 내가 모르는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상상해보고 찾아보기도 해야겠어요. 같은 시간 속에 있지만 전혀 다른, 그들이 사는 세상과 내가 사는 세상의 시차를 느끼는 건 좋은 일이니까요.


 낯선 곳을 돌아다니다보면 나를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여행을 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이거라고 생각해요.) 살다보면 항상 의문을 품을 수 밖에 없던 질문, "나는 이대로 괜찮은 사람인가?"에 대한 대답을 얻을 수 있었어요.
 네, 확실히 나는 이 모습 그대로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더라구요. 
 그리고 당연히, 여러분도 모두 꽤 괜찮은 사람이에요!


 따뜻해지는 봄에 다시 만나요! 할 얘기가 참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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