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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아 Jan 31. 2019

인간실격

feat. 긍정의 힘을 믿으십니까?

민음사에서 출판한 디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의 표지에는 에곤 쉴레의 자화상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이 실려있다. 에곤 쉴레의 기괴해 보이는 자화상과 <인간실격>에 드러나는 작가의 염세주의는 꽤 잘 어울린다.



얼마 전 퐁다시옹 루이비통에서 에곤 쉴레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다녀왔다.

그곳에 <인간실격>의 표지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역시 전시되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내가 본 에곤 쉴레의 작품들은 기괴하다, 그리고 어떤 작품들을 섬뜩하기까지 하다. <인간실격>을 읽고 났을 때, 내 감정 역시 비슷했다. 읽으면서 기괴했고, 그 마지막은 섬뜩했다. 이 둘은 활동 시기도, 지역도, 분야도 다르지만 그 둘의 작품을 보고 난 후면 묘하게 위로가 되는 듯하다.

아, 나만 이렇게 비뚤어진 건 아니구나


우린 어렸을 적부터 긍정의 힘을 믿으라는 교육을 받으면서 자라왔다. 불행과 불운으로 인한 비관적인 상황에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역경을 하나씩 헤쳐나가면 희망이 보일 것이고, 결국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리다, 행복해지리라.라는 긍정의 힘.


왜 우리는 미래의 성공과 행복을 위해 현재 내 불행과 슬픔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단, 차분히 이성적으로 고려하여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걸까? (실제로 이런 게 가능한지도 의문이다...) 그냥 온전히 내 감정에 빠져 때로는 끝없는 무기력감으로 지내면 안 되는 걸까? 긍정적이고 낙천적으로 생각해야만 내 정신이 건강한 걸까? 그래야만 행복해질까?

싫은 건 싫다고, 역겨우면 역겹다며, 짜증이 나면 짜증이 난다고, 그냥 내 마음대로 생각도 하면 안 되는 걸까?

왜 우리는 생각까지 긍정적인 생각의 틀 안에 넣어야 하는 걸까.


긍정적인 사람은 호감형이고, 부정적인 사람은 비호감형이다.

인정한다. 긍정적인 사람은 주변 사람들까지 기분 좋게 해주는 매력이 있고, 부정적인 사람은 주변 사람들까지 부정적이고, 우울하게 만든다. 긍정의 틀 안에서 생각을 하지 않고, 그것을 표현하게 되면 사람들은 “쟨 너무 비뚤러”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 역시 결국 남에게 보이는 내가 아닌가.


긍정적인 사람, 부정적인 사람. 결국 "남에게 비치는 나"라는 것이다. 남에게 내가 어떻게 비치든, 그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하든, 그런 것들은 무시하고, 그냥 내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내 감정에 스스로 솔직해지는 편이 내 정신건강에 한 발짝 다가서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feat. 인간실격 영화가 있길래, 보다 생각이 나서 영화를 틀어둔 채 끄적거려본다. 이 영화는... 그냥 실격이다. 노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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