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은 영화에서 분위기를 좌우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분위기뿐만 아니라, 극의 상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루벤 외스트룬드 감독의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은 상징적으로 흰색을 사용한 감독의 연출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화이트 베케이션의 배경은 스키장이며, 이 영화에서 하얀 눈은 주요 소재입니다.
영화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영화는 겨울 바캉스를 온 화목한 가족의 모습과 하얀 눈이 뿌려지는 스키장의 모습을 교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흘러나오는 비발디의 여름 폭풍은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우리는 곧 불길한 사건이 발생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가족은 멋진 풍경이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갑자기 굉음이 들리고, 눈사태가 모든 것을 전복시킵니다.
이때, 화면을 채운 눈에 의해서 영상은 비워지고, 흰 화면은 정적이 됩니다.
흰 화면의 공허와 고요함은 30초 동안 유지됩니다.
아빠 토마스의 대사를 시작으로 흰 화면이 천천히 걷어집니다.
오페라의 커튼이 열리면서 극이 시작되는 것처럼 영화의 갈등의 서막이 열린 것입니다.
흰색이 가진 양면성은 여러 영화에서 소재로서 사용되어왔습니다.
히치콕의 스펠바운드는 흰 눈으로 채워진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서 흰색과 눈은 수수께끼 같은 잃어버린 기억의 트라우마이자 동시에 진실을 알려주는 매개체이며, 유죄와 무죄의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스탠리 큐브릭의 시계태엽 오렌지에서는 알렉스와 그 친구들은 흰옷을 입고 다니며 온갖 악행들을 저지르고 다니고, 그들은 마약을 탄 우유를 마십니다. 영화는 사회의 안정과 평온을 중시하는 국가의 전체주의적인 진압과 타락하고 악에 물들어 찌들어 있지만 인간 의지의 실현이라는 양면성을 흰색으로 표현하였습니다.
화이트 베케이션 영화 속 가족의 균열의 원인은 트라우마이고, 이것은 눈사태 때문에 발생됩니다.
결국 눈은 가족들의 트라우마입니다.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던 화 못한 가족의 모습은 지나간 기억이 되고,
눈사태를 피하기 위해 가족들을 버리고 혼자 도망간 토마스의 본능은 가족들의 트라우마가 됩니다.
영화의 갈등의 원인인, 눈사태를 피해 혼자 도망간 토마스의 행동은 이성의 끈을 놓치고 본능에 따랐을 뿐인 살고자 한 인간으로서의 무죄와 아빠로서, 남편으로서 가족을 지키지 않았다는 유죄라는 양면성을 지닙니다.
이 사건으로 인한 부부간의 갈등은 우습게도 관객의 웃음을 유발합니다.
우리 역시 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토마스처럼 행동하지 않을 거란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에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무사히 겨울 바캉스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 위험해 보이는 버스 안에서 에바는 아이들을 두고, 누구보다 먼저 버스 밖으로 나갑니다.
토마스와 에바의 갈등이 흥미로운 이유는 이러한 양면성 때문입니다.
포스 마쥬 화이트 베케이션은 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한 하얀 거짓말 같은 영화입니다.
영화 아직 안 보신 분들이 있다면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