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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샘 Nov 26. 2023

A7R5 세 달 써보고서

식물을 주로 찍어본 사용기

A7R2를 발매하자마자 사전예약으로 사서 8년동안 잘 써왔다. 중간에 중형으로 넘어갈까를 생각해 보다가 기존 카메라와 렌즈군을 전부 처분하기도 귀찮아서 버티고 있었는데... 마침 카메라를 바꿔보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야말로 그동안의 귀찮음을 극복하고 중형을 가느냐, 아니면 기존렌즈군을 유지할 겸 카메라만 최신형 모델로 바꾸냐 사이에서 고민했었고... 결국은 귀찮음으로 인해 바디만 바꾸는 쪽으로 결론을 냈다. 

이미 나온 지 1년이 넘은 카메라고, A7R2에 대해 쓸 때와 마찬가지로 전문적인 데이터에 대해 언급할 것은 없다.








첫인상에 대한 느낌은 이 정도였다. 사자마자 설명서를 꼼꼼히 정독하여 읽기보단 필드에서 쓰다 막히면 설명서나 포럼을 뒤지는 쪽을 선호하기도 하고, 어차피 A7R2 때도 카메라에 탑재된 대부분의 기능을 활용해 보는 데 꽤 많은 시간과 기회가 있었어야 했어서 깊게 살펴보진 않았다. 


세로그립은 A7R5 전용으론 없고, A7R4의 세로그립이 호환된다고 했다. 국내나 해외포럼에서 찾아봤을 땐 유격 이슈가 있다고 들었어서 공홈과 상담원 전화로도 확인해 보고 산 건데, 막상 끼워보니 신용카드가 들어갈 정도까진 아니지만 빛이 새어 들어오는 것은 보일 정도로 약간의 틈은 있었다. 기능이나 체결에 문제가 있진 않아서 그냥 쓰곤 있지만, 500만원이 넘는 제품에서 우리가 기대할 만한 마감 수준은 확실히 아닌 듯. 

바디 뒷면에 D패드가 추가된 것이 꽤 괜찮다. 이젠 측거점 움직이기 덜 귀찮을 느낌이다. 

먼지떨이나 초점신호음 끄기 등등 초기세팅할 때 메뉴가 이상한 곳으로 옮겨져서 찾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2세대를 건너뛰고 사서 그런가 기능이 많이 추가된 만큼 메뉴 UI 자체도 꽤 큰 변경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는데 배터리 규격이 바뀌었더라. 덕분에 새로 사야 했다. 그 와중에 배터리 구매수량엔 제한을 걸어놨는데 바디 패키지엔 1개만 들어있다 보니 나머지 3개를 사서 4개를 채우기 조금 귀찮았다. 업무용으로 쓰는 사람은 이거보다 더 많은 배터리가 필요할 텐데 구매수량 제한은 왜 걸어놓은지 모르겠다. 

여전히 스트랩고리가 작아서 핸드스트랩을 끼우는 난이도는 좀 있다. 그나마 세로그립 쪽에 스트랩을 끼우는 난이도는 이전보단 좀 낮아진 느낌이다. 

카메라가 좀 크고 무거워졌는데, 갖고 있는 짐벌에서 버티려면 렌즈는 작은 렌즈만 써야 할 듯.

드디어 세로그립을 끼우고 카메라를 세워놓은 채 세로그립의 배터리커버를 열 때 간섭이 안 생긴다. 

여전히 정품충전기는 2개 동시충전이 안된다. 결국 또 충전기는 따로 샀다. 








그리고 바깥에서 찍는 동안엔 이런 느낌이다. 


파인더가 진짜 넓어졌다. A7R2를 쓸 때에도 파인더가 A7보다 넓다는 느낌은 받았지만, 그때보다 체감 넓이가 훨씬 넓게 느껴진다. 처음 들고나갔을 때 액정에 보호필름을 못 붙여서 파인더로만 찍어봤는데, 파인더 안에서 설정메뉴를 건드는 정도까지도 지장이 없는 수준이다. 넓은 것뿐만 아니라 화질도 이전보다 더 좋아진 듯.

액정 스위블이 가능한 게 영상 말고 사진을 찍는 상황에서도 꽤 편하다. 특히 세로로 낮게 잡을 때. 관절부가 매우 연약한 느낌이라 다룰 때 조심해야겠지만 그걸 감안하고서라도 잘 쓰게 된다. 

EV 보정 다이얼이 은근 자주 건드려진다. 어차피 후보정 단계에서 해결하면 되긴 하지만 의도치 않은 노출로 사진이 담기는 게 그리 좋은 경험은 아닌 듯.

처음 들고나갔을 때 포맷까지 다 한 메모리를 들고 갔는데 이상하게 속도도 느리고 중간에 뻑나서 CFA 메모리를 샀는데, 사고 나니 귀신같이 정상적으로 저장되더라.

여전히 셔터 누를 때 가끔 카메라가 다운되는 증상이 있다. 

여전히 la-ea3를 물린 180마는 초점 잡을 때 버벅거리며 못 잡을 때가 있다. 

터치는 물리버튼보다 직관적이지만, 물리버튼에 익숙해지면 결국 조작속도는 물리버튼 쪽이 더 빠르다 보니 잘 안 쓰게 된다. 터치하며 조작하기엔 좀 무겁기도 하고. 생각과 달리 오터치에 의한 조작미스는 아직 못 겪어봤다. 

액정에 터치가 들어가면서 커스텀버튼 지원 기능도 바뀌었는지, 모니터만 끄는 기능이 없어졌더라. 예전에 커스텀버튼에 할당해서 잘 쓰고 있었는데... 새 카메라에선 내가 못 찾은 건지. 

무겁다. 배터리도 커지고 카메라 사이즈도 커지다 보니 이전 카메라보단 확실히 무겁다. 180마나 100STF같은 좀 큰 렌즈를 물려보니 예전보다 좀 더 빨리 지치는 느낌이다. 나무를 찍는 용도로 135.8GM을 새로 들일까 말까 고민했는데 한동안 미룰 듯. 

다행히 배터리는 이전보단 더 오래가는 느낌이다. 

포커스 브라켓팅 기능은 설정을 가장 빠르게 바꿔도 텀이 지나치게 길어서 핸드헬드 상황에서 쓸 기능은 아닌 것 같다. 사기 전에 엄청 기대했던 기능이었는데 좀 실망스러웠다. 

다이얼의 조작감은 이전보다 좋아졌는데, 정작 조리개를 렌즈에서 컨트롤하는 게 습관이 들다 보니 쓰진 않게 된다. 

위에서 썼던 D패드로 측거점을 바로 옮기는 게 꽤 편하다. 모드 들어갈 필요도 없고 키할당을 바꿔가며 다른 기능키를 희생할 필요도 없다. 진작 이렇게 쓸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메모리 두 개 꼽을 수 있는 건 메모리가 뻑날 때를 대비한 백업모드가 있는 게 아니라면 딱히 쓸 이유는 없어 보였다. 정 써보려면 여행 같은 상황에서 하루에 두 곳 이상에서 촬영할 때 정도? 난 그냥 심심해서 CFA랑 SD 하나씩 꼽아놨다. 

이전 카메라에선 파인더/모니터 전환 인식거리가 좀 애매한 느낌이었는데, 아직까진 크게 불편한 느낌은 없었다. 전환 로직이 실제로 개선된건지 내 촬영습관이 카메라에 맞춰져서 그렇게 느껴지는지는 잘 모르겠다.  

크리에이티브룩은 어차피 RAW로 찍으면 적용안될 거 같지만, 리뷰화면에서 대략적으로 내가 후보정에 적용할 느낌을 비슷하게 맞춰보는 정도의 기분이득은 있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 기능이 매우 많아지고 설정도 상당히 복잡해졌는데, 찍다 보니 쓰는 것만 쓰게 되더라. 이전 카메라를 쓸 때처럼 프로젝트성으로 인물 같은 다른 작업을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생각보다 이 카메라에서 앞으로도 안 쓰게 될 기능이 많을 것 같은 느낌이다. 






이제 촬영을 마치고 집에 와서 후보정을 할 땐 이런 느낌이다. 


바로 위에서 크리에이티브룩이 RAW에선 적용안될 것 같다고 썼는데, 라이트룸으로 가져와보니 기본 카메라 프로파일로 잘 적용되어 있었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인데 의외였다. 

바디 손떨방 성능이 확실히 좋아졌다. A7R2를 쓸 땐 바디 손떨방이 있었음에도 핸드블러 적응기가 필요했었는데, 이건 그때보다 화소수가 더 올라갔지만 핸드블러 적응기간이 필요 없었다. 1/100 이하 상황에서도 이 정도 화소수 치고 꽤 잘 버텨준다. 

센서 먼지떨이 기능이 작동을 하는 듯 안 하는 듯싶다. 물리적인 진동이 안 느껴져서 그런가 신뢰가 잘 안 가는 느낌이다. 체감 성능은 A7R2를 쓸 때와 비교해서 확연히 드러날 정도로 나아지진 않은 듯. 팬포커스 이미지에서 센서 먼지 제거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먼지떨이 성능이 만족스럽진 않아서 여전히 이 귀찮은 일을 계속해야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센서나 소프트웨어 기술이 모두 발전한 덕분에, 이제는 심리적인 ISO 허용치가 12800 정도까지 올라갔다. ISO가 4800이 넘어가면 슬슬 노이즈가 거슬리는데, 후보정 단계에서 이게 전부 해결된다. 주로 낮에 찍어서 체감은 덜 되지만, 나무들 때문에 그늘진 곳이나 흐린 날 온실 내부 따위에서 ISO를 올리는 데 부담이 아예 없어졌다. 

이전에 세상에 나와있었지만 카메라엔 적용 안된 UHS-II 규격도 적용되고, 새로 지원하는 CFA 메모리의 저장속도나 파일 이동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져서 매우 마음에 든다. 파일을 옮기는 시간이 많이 짧아지다 보니 후보정에 쓰는 시간도 더 짧아진 느낌이다. 아직은 메모리값이 비싸지만 근미래엔 싼 가격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위에 썼던 메모리 얘기도 그렇고, 카메라가 아닌 전자제품의 관점에서 보면 확실히 이전보단 촬영 준비-촬영-후보정까지의 모든 순간이 전반적으로 이전보다 빠릿빠릿해졌다. 처음 들고나갔을 때 메모리가 뻑나지만 않았어도 인상이 더 좋았을 듯.

A7R2를 쓸 땐 CPU가 6700K이어서 라이트룸에서 사진을 확대하면 끊겼는데, 6200만 화소로 업그레이드됐지만 7950X에서는 쾌적하게 편집이 가능하다. 지난 카메라에서 교훈을 얻고 새 카메라를 사기 전에 컴퓨터를 바꿔놨는데, 다행히 이 정도 사양에서 이 정도 크기의 사진을 편집할 때 끊기진 않는 듯. 근데 컴을 업그레이드 안 했으면 화병 걸렸을 것 같다.

화소수가 늘은 만큼 사진이 차지하는 용량 역시 늘어난다. 대략 RAW파일 기준 A7R2의 1.5배 정도 용량을 더 잡아먹고, 후보정 끝에 뽑혀 나오는 JPG파일들까지 생각하면 더더욱 용량이 늘어난다. A7R2 이전의 카메라들로 찍었던 모든 사진보다 A7R2로 찍은 사진의 용량이 더 많았는데, 용량 늘어나는 속도를 보니 카메라를 바꾸기 전에 대비를 해놓긴 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스토리지를 추가로 증설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예전엔 e프론트커튼 셔터를 켜고 1/4000 이상으로 찍을 때 보케가 짤리는 등 사진이 이상하게 나오는 현상이 있었는데, 무심코 노출값 넘긴 사진에 별 이상이 없는 걸 보니, 이젠 신경 안 써도 되는 건지 아직 재현되는 상황을 못 찾은 건지는 모르겠다. 

A7R2를 5년 정도 썼을 때부터 이미지 퀄리티 향상을 위해 중형을 살지 말지 고민했었는데, 이번 카메라의 결과물을 뽑아보니 이 정도면 꽤 만족스럽다. 다시 몇 년 동안은 중형 생각 안 날듯. 500을 넘게 박았는데 돈값은 한다. 

카메라를 눕혀 보관하면 또 아이피스가 눌려서 찢어질까 봐 제습함 안에서는 세워놓거나 뒤집어서 놓는다. 



A7R2와 비교해서 현재까지 느낀 장단점을 간단히 나열하면, 


장점

이전 카메라보단 무거워졌지만, 여전히 성능에 걸맞지 않은 작은 크기

이전보다 전반적으로 향상된 조작 시 반응속도

이전보다 매우 향상된 파인더

이전보다 매우 향상된 바디손떨방

스위블+틸트가 모두 가능해진 액정

(난 딱히 체감은 안 됐지만) 터치까지 가능해진 액정

CFA, UHS-II 규격 지원

이전보다 나아진 고 ISO 상황의 노이즈

이전보다 나아진 체감 사용시간

이전보다 나아진 조작성(특히 측거점 옮길 때)


단점

모니터만 끄는 기능의 커스텀버튼 할당이 없어짐(내가 못 찾은 걸 수도 있다)

(촬영습관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의도치 않게 건드려지는 EV 다이얼

이전보다 무거워진 무게

배터리와 세로그립이 예전 모델과 호환이 안 돼서 추가비용 발생

세로그립-바디 간 유격

여전히 발생하는 간헐적 다운현상

돈값은 하긴 하지만 500이 넘는 가격

높은 편집기기 요구사양과 더 많이 필요해진 스토리지 용량

여전히 좁은 스트랩고리 

핸드헬드 상황에선 쓰기 힘든 포커스 브라켓팅 모드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를 동안 내 촬영습관도 바뀌다 보니, 예전처럼 사자마자 3달 만에 1만 컷까지 찍을 정도로 셔터를 남발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결과물을 보니 앞으로 이 카메라와 만들어나갈 이미지들이 기대된다. 






LumaFonto Fotografio

빛나는 샘, 빛샘의 정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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