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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ingbelle Jun 09. 2021

여름밤 파티장으로 기억조작을 부탁해

013. DOJA CAT - Say so

내가 실제 겪었던 일처럼 헷갈릴 정도의 핍진성을 가진 일명 '기억 조작'을 부르는 음악 콘텐츠가 사랑받는다. '팝송으로 미국 하이틴 기억조작', 'JPOP으로 일본여행 기억조작', '사극 OST로 전생 기억조작 ' 등 다양한 컨셉의 플레이리스트를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는 제목과 썸네일, 그리고 과몰입한 구독자들의 댓글이 합쳐져 단체로 최면이라도 걸린 듯한 느낌이 포인트다. 기억조작 컨셉으로 이 곡을 소개하자면, 한여름밤 파티장에서 함께 놀던 친구들과 뛰쳐나와 빈티지 스포츠카를 타고 캘리포니아 해변을 달려야 할 것 같은 노래라면 적당할까? 2019년 틱톡에서 원곡의 안무를 따라 춤추는 챌린지로 큰 인기를 얻고, 니키미나즈가 피쳐링한 리믹스 버전으로 빌보드 차트 1위까지 간 도자캣의 <Say so>는 한국에서 싸이월드 이후 오랜만에 SNS와 팝송이 결합하여 인기를 누린 새로운 히트송이었다. 도자캣의 음악 치고는 그나마 수위조절이 된 순한맛 가사로 미성년자가 챌린지에 참여하기에도 큰 거부감이 없었다. 



도자캣의 음악은 마치 꿈결에서 부르는 듯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노래하다가 랩 파트에 오면 바로 도발적이고 거친 스타일을 구사한다. 피쳐링 없이 혼자 부르는 원곡에서도 가수로서의 빈틈없는 매력을 보여준다. 그는 어떤 영상이나 무대에서든 있는 힘껏 화려한 메이크업을 하고서, 범상치않은 예명 답게 (doja는 대마초의 별칭이다) 자신만의 반짝거리는 스타일을 확고하게 밀어붙인다. 또한 자켓 사진에서도 알수 있듯이 노출이 많은 의상을 자주 입는 편이다. 2010년대 이후 팝 신에 나타난 많은 여성 아티스트들이 옷을 덜(?)걸친 채 전보다 훨씬 더 자유롭고 본능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도자캣을 포함해 니키 미나즈, 카디비, 리조, 메건 더 스탤리언 등이 지나치게 작거나 얇은 의상을 입고서 그들만의 목소리로 섹슈얼리즘을 노래한다. 여성 아티스트의 노출은 매번 바디 포지티브(Body-positive)와 백래쉬(Backlash) 논란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듯 하지만, 하고 싶은 걸 한다는 차원에서 일단 그들을 편견없이 지켜보려고 한다. 가끔은 이마를 짚게 하는 순간들이 오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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