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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혁재 Apr 24. 2019

법정스님의
눈병치료 경험담

안녕하세요 이혁재소아시한의원 병인박사 이혁재원장입니다.


오늘은 법정스님의 눈병 치료하신 경험담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 분의 저서 무소유 중에 나오는데 원문을 간략하게 정리해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재작년 겨울이던가 눈이 아파 한동안 병원엘 드나든 적이 있었다. 

그 무렵 성전 간행 일로 줄곧 골몰했더니 바른쪽 눈이 충혈 되고 무척 거북스러웠다. 

안약을 넣어도 듣지 않았다. 미적미적 미루다가 하루는 마음을 크게 먹고 신문에 자주 나오는 안과를 찾아갔다. 

나처럼 서투르고 어설픈 사람이면 대개가 그렇듯이 광고를 유도 받은 것이다. 

그 안과는 어찌나 환자들로 붐비던지 진찰받는 시간보다 기다리는 시산이 몇 곱절 더 길었다. 의사는 밀린 환자 때문에 그럼인지 경기장에서 갓 나온 운동선수처럼 씩씩거리면서 내 눈을 살폈다. 시력에는 이상이 없었다. 기표소처럼 휘장이 쳐진 구석을 가리켰다. 대기하고 있던 간호사가 철썩 엉덩이에 주사침을 꽂았다. 그리고 안약 한 병. 지극히 간단하고 신속한 진료였다. 날마다 오라고 했지만 나는 그 의사의 초대를 사양했다.

날마다 찾아갈 성의도 여가도 함께 없었지만 무엇보다 그 의사에게 신뢰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친걸음에 다음날은 그 길 건너에 있는 안과에 찾아갔다.

분위기는 차분했다. 물론 씩씩거리지도 않았다. 병명은 구결막부종. 

우리 시민사회의 말로 하자면 눈의 흰자가 좀 부었다는 것이다. 시력에는 이상이 없으니 걱정 말고 눈을 푹 쉬라고 했다. 그런데 출간 예정일 때문에 눈을 쉬게 할 수가 없었다. 

할 일은 태산 같은데 몸이 따르지 못하는 그런 안타까움이 있었다.

그렁저렁 두어 주일이 지났다. 의사는 걱정 말라 했지만 당사자인 나는 차도가 없으니 속으로 불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에는 번듯한 종합병원을 찾아갔다.  

중략.. 

혈액이고 변이고 검사 결과는 물론 정상이었다. 그토록 정상인 내 몸을 이번에는 또 수술실로 데려가는 것이었다. 조직검사를 해보자는 것이다. 그 방면에 문외한인 나는 조직 검사가 어떤 것인지를 전혀 알지 못했었다. 만약 사전에 알았더라면 그것만은 단연 불응했을 텐데.

수술대에 누이더니 눈언저리에 마취 주사를 놓았다. 구결막을 두어 군데 오려내고 꿰매는 것이었다. 내 눈은 납치범 아닌 의사의 손에 의해 철저히 봉해졌다. 이것도 뒤늦게야 안 일 이지만, 혹시 암이 아닌가 싶을 때 조직 검사를 한다는 것이다. 한 주일 후에야 그 결과가 판명된다는 말을 듣고 한족 눈을 안대로 가린 나는 몹시 답답하고 막막한 심경이었다. 

귀로에 나는 문득 내 육신에 대해 미안하고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평소 잘 먹이지도, 쉬게 하지도 못하고 너무 혹사만 했구나 생각하니 새삼스레 연민의 정이 솟았다. 그리고 업보로 된 이 몸뚱이가 바로 괴로움이라는 사실을 거듭거듭 절감하게 되었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그 한 주일 동안은 불안한 나날이었다. 불필요한 상상력이 제멋대로 날개를 쳤다. 젠장 살다가 병신이 될 모양인가. 

중략..

눈은 그 뒤 한의사의 가루약 다섯 봉지를 먹고 나았다. 조직검사의 자국만은 남긴 채. 그 한의사의 말인즉, 너무 과로했기 때문에 간장에 열이 상기됐다는 것. 상기가 되면 구결막이 붓는 수가 있다고 했다. 간장의 열만 다스리면 저절로 나을 거라고 지어 준 약을 먹었더니 이내 나았다.

그런데 모두가 의학박사이기만 한 그 양의사들은 병의 근원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겉에 나타난 증상만을 치료하려 했다.

그때 나는 안질을 통해서 새로운 눈을 뜨게 되었다. 사회 현상을 비롯한 사물의 실상을 측면에서 볼 수 있는 그러한 시야를 지니게 되었다. 그리고 동양과 서양의 시력(관점)같은 걸 내 나름으로 잴 수 있었다. 막막한 그 육신의 비애를 치러 가면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이 때 법정 스님의 눈병은 지속적인 과로와 스트레스로 발생 것으로 보입니다. 


동의보감에서는 ‘간에 열이 쌓이면 눈에 먼저 핏발이 서고 부으며 쑤시고 아프며 눈이 부셔서 햇빛을 볼 수가 없고 눈물이 나고 깔깔하여 뜰 수 없다가 갑자기 예막이 생길 수도 있는데 그리고 처음에는 한 쪽 눈만 앓으면서 보지 못하다가 나중에는 양쪽 눈을 다 같이 잃게 되는데 이것은 간장에 열이 몰렸기 때문이다.’ 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간에 열이 쌓이는 이유가 바로 스트레스 분노 등의 칠정(七情)과 과로에서 오는 노권(勞倦) 등이므로 우선적으로는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해야 하는데 스님의 그 당시 상황이 편하게 쉴 형편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생활의 변화 없이는 어떤 치료를 해도 잘 낫지 않았으리라 생각 됩니다. 


치료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과로와 스트레스를 피하려는 노력을 하셨을 것이고 간에 열이 몰린 것임을 알고 열을 풀어주는 한약을 드시고 치료가 되셨으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질병을 보는 시각은 법정스님의 경험담에서 나오는 것과 같이 한방과 양방이 전혀 다릅니다.

대부분의 눈병은 현대의학에서 쓰는 치료약으로 치료가 될 수 있지만 어떤 경우는 치료가 쉽게 안 되거나 치료가 됐더라도 반복을 거듭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한의학의 관점에서 치료를 하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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