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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써니 Jul 26. 2023

나의 20대에 보내는 위로

요즘 애들은 아니지만 이직은 많이 했습니다.

계속 생각은 하고 있었다. 이런 주제로 글을 한번 써봐야지 하고.

커리어나 미래에 대한 조언을 해 줄 만한 선배가 많지 않았던 시기를 보냈기에 지금도 후배들에게 많은 얘기를 해주려고 하는 편인데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이런 얘기를 들을 수가 없으니까 브런치에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만 있었다.


그러다 오늘 TV방송을 보고 바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원래 안 보던 프로인 '홍김동전'의 이화여대 토킹 버스킹 편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출연진들의 과거 이야기를 들으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들의 청춘이 안타까워서가 아니었다. 그건 그들의 이야기에 오버랩되어 떠오른 내 청춘이 아깝고, 서글퍼서 나온 눈물이었다.


이야기를 들으며 떠오른 나의 20대와 30대-

'10개가 넘는 아르바이트를 했었다'라고 얘기했을 정도(지금은 10개가 뭔지 기억도 잘 안 남)로 꽤 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시절을 보냈고, 일주일에 3일 정도 정시 퇴근을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났을 때 여기가 천국이구나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일에 빠져있던 30대 시절이 있었다. 과거를 생각하면  지금도 나 자신이 대견하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다.


하지만 그 시절이 슬픈 것만은 아니다. 일을 통해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 곁에서 함께 울고 웃었던 사람들 덕분에 지금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나는 아이가 없는 딩크라 '늙어서 외롭게 죽으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을 꽤 오랜 시간 걱정했었다. 그러다 얼마 전 그 문제의 답을 찾았다.


20대의 나는 학자금 대출을 다 갚는 날이 올까 하는 생각으로 틈만 나면 잔고를 살피며 돈 계산을 하고, 이렇게 돈이 없는데 내가 원하는 집에서 살려면 돈 많은 남자를 만나는 게 맞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놀 건 다 놀고, 능력이 안 되는 일을 제외하고는 하고 싶은 일은 대부분 다  해 봤다.


30대의 나는 이렇게 회사를 짧게 다니면 다른 데서 잘 받아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언젠가 세계여행을 갈 거라는 기대를 갖고 살다가 정말 세계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물론 그때도 여행 다녀와서 취업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은 있었지만 사실 크게 두렵지는 않았다.


40대의 나는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내가 만족하는 수준의 경제적 여유도 누리고 있다. 그리고 나는 알고 있다. 지금의 내 모습은 어제의 나와 30대의 나와 20대의 내가 만든 모습이라는 것을.


다시 앞의 얘기로 돌아가자면 나는 내일도 지금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재미있게 살고 있을 거고 50살이 되더라도 80살이 되더라도 지금처럼 살고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어느 골방에 틀어박혀 고독사를 할 정도로 삶에 대한 의지가 사라지는 일만 생기지 않는다면 나는 내일도, 모레도 지금처럼 재미있게 살 궁리를 하며 늙을 것이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건 그동안의 경험으로 인해 나에 대해 나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고, 내가 마음만 먹으면 원하는 걸 충분히 이루면서 살 수 있는 세상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간 동안 내가 했던 수많은 경험들은 조금씩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게 하는 멀티버스 같은 역할을 해 줬다.


- 과외, 스키장, 서빙, 시식코너, 보습학원, 시나리오 리뷰 등 기억도 다 안나는 아르바이트

- 영화제 자원봉사, 뮤지컬 서포터즈 활동

- 첫 정규직 전 비정규직으로 다녔던 회사 2개

- 고용보험에서 검색했을 때 나오는 회사 5개(현재도 다니고 있음)

- 5개의 회사를 다니며 사이사이 했던 프리랜서 프로젝트 기억나는 것만 8개

- 9개월 간의 세계여행 + 세계여행 전/후의 여행들

- 출간한 책 3권

- 클라이밍, PT, 요가, 필라테스, 수영, 배드민턴, 골프 등 배운 운동 여러 개

- 6년째 다니고 있는 미술학원

- 결혼, 고양이 키우기, 은행과 5:5로 내 집 마련

- 일하면서 대학원 다니기 (드디어 졸업)



이렇게만 봐도 정말 열심히 살았고, 지금도 재미있게 살려고 꾸준히 노력 중이다. 이런 인생이 정답은 아니지만 누군가는 꿈꾸는 삶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궁금한 이야기 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과거도 한번 정리하면서 기록으로 남겨 볼 겸 조금씩 써 보려고 한다.


그중에서도 안 해본 사람은 조금 두려워하는 이직에 대한 이야기를 최대한 꼰대스럽지 않게 써보려고 하니 남들은 어떻게 이직하는지 궁금한 사람이라면 다음에 다시 찾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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