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전? 아니 충전!

by 산에태양

한동안 나는 스스로를 ‘방전된 사람’이라 믿었다.

수많은 시간 동안 단 하루의 휴가도 없이 달렸고,

내 선택으로 머물러 있는 자리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어느 순간 일에 손이 가지도, 열정이 올라오지도 않았다.


그건 분명 번아웃이라고 생각했다.

더는 불이 붙지 않는 장작처럼,

힘을 줘도 움직이지 않는 배터리처럼

나는 완전히 방전됐다고 믿었다.


오늘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그 사람은 이렇게 말했다.

“방전이 아니야. 충전이 필요한 거야.

오랫동안 쉼 없이 달려왔으니

이제 잠시 멈추고, 그동안의 삶을 보상받을 시간일 뿐이야.”


그 말이 마음속 깊은 곳에서 작은 스위치를 켜는 것 같았다.

내가 느꼈던 무기력, 피로, 도망치고 싶은 마음은

무너진 결과가 아니라 다시 일어나기 위한 과정—

즉, 충전의 시간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왜 이제서야 인정하게 되었을까.


삶은 방향의 문제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바람의 방향을 바꿀 수 없지만

돛의 방향을 바꿔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고.

그 말처럼 우리는 늘 거센 바람 속에 있지만

어디로 나아갈지는 결국 내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나는 방전되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나는 지금 충전 중이다.

잠깐 멈춰 서서, 다시 나아가기 위한 기운을 모으는 중.

삶은 때때로 나에게 멈춤을 명령하지만

그 멈춤은 실패가 아니라 회복을 위한 배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오늘 깨달았다.

내가 멈춘 게 아니라 숨을 고른 것이고,

내가 약해진 게 아니라 다시 강해지기 위한 시간이었음을.


그래서 이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방전? 아니, 충전이다.

다시 걸음을 내딛기 위해 필요한

아주 소중한 나만의 준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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