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길6
직장 그만두고 스페인 여행길에 오른 30대 딸, 은퇴 후 인생 후반전을 시작하는 부모님과의 140일간 산티아고 순례 배낭여행을 기록합니다.
2,887km 찐으로 걷는 배낭여행
✅ 프랑스길 Camino Francés (2018)
✅ 피스테라, 무시아 Camino de Fisterra y Muxía (2018)
✅ 은의 길 Vía de la Plata (2022)
✅ 북쪽 길 Camino del Norte (2022)
✅ 영국 길 Camino Inglés (2022)
2018년도 프랑스길과 피스테라 무시아 루트, 그리고 2022년 은의 길, 북쪽길, 영국길은 총 140일 일정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는 날이나 간혹 연박을 한 곳을 제외하면 거의 134개 이상의 숙소에서 자고 지냈으니 그만큼 까미노 숙소 생활에 대해 할 얘기가 많다.
매일매일 잠자리를 옮겨 다니는 하루살이 여행자에게는 한 뼘의 침대가, 한 끼의 식사가 하루의 전부라고 할 만큼 아주아주 중요한 사안이다. 그래서 산티아고 까미노를 한다고 하면, 잘 걷는 것 이상으로 중히 여겼던 게 숙소였다. 숙소만 제대로 가도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는 모든 게 한 큐에 해결된다. 잘 못 먹거나, 잘 못 쉬거나, 잘 자지 못하면 다음날 '걷는 일'은 피로와의 싸움이다. 그만큼 적절한 숙소를 선택하는 일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
산티아고 순례여행에서의 숙소라고 하면 아래 정도의 선택지가 있다. 보통은 알베르게를 많이 가는 편이다.
1. 알베르게 도미토리 (10~20명 정도 수용)
2. 알베르게 더블 트리플룸
3. 호텔/호스텔
4. 아파트/펜션
하지만 나는 북쪽길에서 만큼은 완전히 반대로 우선순위를 두고 숙소를 찾았다.
4. 아파트/펜션
3. 호텔/호스텔
2. 알베르게 더블 트리플룸
1. 알베르게 도미토리
우리는 부엌을 사용할 수 있는 아파트/펜션 숙소에서 많이 지냈다. 북쪽길은 알베르게 도미토리조차 비싼 편일뿐더러 모든 끼니를 사 먹어야 했기 때문에 머리가 셋인 우리에게는 아파트/펜션 숙소에서 묵다 가는 것이 가격적으로나 숙소 컨디션으로나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
주방 사용이 가능한 아파트는 80~120유로 선이면 예약이 가능했고, 1.5~2 끼니는 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식사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전체 비용을 더 아낄 수 있었다. 특히 '쌀밥'을 먹을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엄마나 아빠에게도 만족도가 높았다. 가성비와 가심비를 모두 챙길 수 있는 선택지였다.
숙소 컨디션이 100배는 좋고, 전체 경비도 적게 들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보기 어려운 여러 건물 양식과 공간에서 지낸 것도 꽤나 즐거운 경험이다. 일반적인 현대식 건물에서부터 리모델링한 돌집, 벽난로집 등 다양한 숙소를 거쳐갔다.
처음에는 우리도 알베르게 도미토리를 가곤 했다. 가격이 저렴해 보이기도 했고, 많은 순례자들이 하는 것처럼 비슷한 모양새로 움직였다. 하지만 도미토리 생활은 장기 여행을 지치게 만들었다.
여행객마다 취침, 기상 시간이 다 다른 건 기본이고 누구 하나 코를 골기 시작하면 엄마는 그날 밤새 뜬 눈으로 지새우기 일쑤였다. 2층 침대는 아랫사람 윗사람 중 하나라도 뒤척이면 나머지 한 사람도 자동 기상하게 만든다. 나도 모르게 긴장을 한 채 잠이 들곤 했다.
나의 유난스러움과 엄빠의 밥심 니즈가 딱 맞아떨어진 덕에 숙소 선택에 관해서 우리 셋은 비교적 쿵작이 잘 맞았다. 그리고 의식주가 평화로워지니 점차 온화해지는 것은 덤.
산티아고 순례 여행을 떠날 경우, 우리와 비슷한 조건이라면 요런 방법을 선택지에 넣어두는 것도 풍성한 여행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가족 단위이거나 동행자가 있는 경우 (2인 이상)
-식사가 입에 맞지 않아 고민인 경우 (특히 어르신이 계시다면 강추)
-도미토리 생활에 자신이 없는 경우
밥심으로 떠나는 출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