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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 SLOW Aug 01. 2021

_a midsummer evening

한 여름밤에 茶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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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밤,

잠을 자는 시간이 불규칙적인 나는, 밤이 되면 여름 여름한 잔잔한 영화를 틀고, 나 홀로 茶를 마신다.  거실에 불을 끄고, 스탠드 등의 조명을 좀 낮추고 하나만 켠다. 약간의 후덥지근한 더위를 느끼며, 거실에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을 쐬며, 茶를 우린다. 내 좋아하는 여름밤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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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진 세상에 나 혼자만 깨어있는 거 같은 밤에 나 홀로 茶의 시간은 오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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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더위에 잠이 안 오는 건지, 나 홀로 茶 마시는 시간을 자주 가져서인지 잠드는 시간이 불규칙적인 날들이 빈번해졌다. 나 홀로 茶 마시는 시간은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을 보내는 소소한 방법이었다. 茶를 마시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하고, 하루의 시작을 준비하면서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창밖에 잔잔한 밤소리와 찻물이 떨어지는 소리로 이 분위기에 젖게 만든다. 이때 茶의 맛과 향만큼이나 이 감성이 좋다. 이런 감성을 가진 茶가 좋고, 茶가 내 일상에 있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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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茶 마시는 시간엔 평소 좋아하던 茶말고 자주 손이 가지 않던 茶도 꺼내 마셨다. 난 찻장 앞에 앉아 매일 밤 탐험하듯이 茶를 뒤적이며 선물 받거나 안 마시던 茶들 중에서 茶 하나를 고른다. 홍차 티팟을 꺼내 다즐링 퍼스트 플러쉬를 다원마다 하루하루 마셔보기도 하고, 오전에 茶를 냉침해 놓은걸 밤에 마시기도 하고, 냉침이 준비가 안되어 있을 땐 얼음을 넣어 급냉으로 茶를 우려 마시기도 했다. 다양한 종류의 茶들과 茶를 마시는 다양한 방법으로 茶를 즐기며 이 시간을 보냈다. 자기 전이라 茶는 하나만 골라서 마셨지만, 하나의 茶를 다양하게 즐기는 법을 이번 여름밤에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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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마다

내가 좋아하는 茶의 시간은

봄엔 이른 아침에 茶를,

여름엔 늦은 여름밤에 茶를,

가을엔 오후의 시작에 茶를,

겨울엔 고요한 새벽에 茶를,

 홀로  마시는 시간은 바뀌겠지만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찾는 건 茶의 시간이 나를 감각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스치듯 지나쳤던 일상에서 나를 감각하게 하는 걸 찾는 건

다시 나를 새롭게 사고하고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나의  茶의 시간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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