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을 하려던 건 아닌데 예술이란 걸 하고 있더라
나도 잘 모르는 예술학에 대해 한 마디 멋드러지게 하려는건 아니고 ‘일상 속의 예술’ 같은 글이다. 이것저것 많이 도전해봤다. 드럼, 기타들, 해금, 바이올린, 글, 그림, 전시, 여행 등등 내 일상 속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그 중 나와 잘 맞는 것도 있고 이전에는 안 맞다가 요즘에야 그 의미를 이해하고 새 마음 새 뜻으로 도전해보고 있는 것도 있고 아직 덮어두고 못 하고 있는 것도 있고 다양하다.
- 여행이 예술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도피성이든 계획적으로 이뤄진 것이든
늘 끊임없이 나만의 예술을 해왔다 진지하게 그리고 가볍게. 처음엔 내가 뭘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2-3년 동안은 무작정 시작해서 방황만했다. 그로부터 또 5년이 지난 지금은 그래도 나름 의 취향과 즐기는 방법이 생겼고 예술에 대한 내 가치관이 섰다. 이 기간이 남들보다 오래걸린 것이든 보통이든 신경쓰이진 않는다. 예술을 하지 않으면 배터리가 없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이란 걸 알기에. 이제는 예술이 완전히 내 일상에 스며들기도 했고 한 단계 더 나아가 나만의 세계관과 색을 구축하려고 한다.
드럼이라는 악기가 좋아서 음악을 시작했고 전시 보는 걸 즐기다보니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글은 쓰다보니 읽게 되었다. 예민했던 사춘기 시절 살기 위해 글을 썼다. 특성상 누구에게 조언을 구해서 해결하는 타입은 아니고 조언을 구하는 와중에 내 목소리와 생각을 제 3자의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며 답을 찾아갔다. 지금도 그렇고. 말과 생각은 너무 휘발성이 강해 글을 썼다. 언제든 다시 읽을 수도 있고 쓰면서도 언제든 다시 읽을 수 있으니.
그렇게 나의 첫 예술은 표출이었다, 살기 위한. 그대로 내 머릿속에 담아두기에는 그 수챗구멍이 꽉막혀 우울로 바뀐뒤 역류했기에 그걸 막기 위해 어디엔가에 풀어놨다. 손으로 쓰다가 타자를 쳤다. 철저하게 내 마음과 내 생각에 대해서만 쓰는 것이라 쓸수록 더 구체적이고 부드럽게 풀어내졌다. 한번 쓰면 내 스스로 조차도 다시 읽어보지 않아 정말 토해내듯이 솔직히 썼다.
나도 왜그랬는지 모르게 내 글을 공개적으로 그리고 주기적으로 올리는 곳에 지원을 했고 붙었다. 인기가 많았다 그 플랫폼과 색깔은 맞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글을 쓴다는 게 엄청 스트레스였는데 그냥 에라잇하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 냈다. 그러다 생각보다 주기적으로 무언갈 낸다는 것이 더 큰 스트레스라는 것을 알게된 이후 무작정 쉬었다. 글을 쓴다는 게 그렇게 소모적일 수 있다는 걸 그 때 깨달았다. 내 속의 비어버린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공연을 보고 전시를 봤다. 사실 쓰는 행위와 절교했다고 보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2년 정도가 흘렀는데 다시 타자를 치기까지 정말 힘들었다. 그 수 많은 경험과 변화를 하나하나 풀어내자니 너무 힘들고 자신도 없었다. 귀찮기도 했고 ㅎ. 결정적으로 내가 하는 말과 상대가 받아들이는 나의 말이 같을 수가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래서 글 쓰는 게 무서워졌다. 모든 글은 오독이라는 말이 있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글도 내가 생각했던 게 맞는 지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
내가 글을 쓰면서도 당연히 이때의 마음으로 다시 읽을 수 있을꺼라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너무 무서웠고 싫었다, 변해간다는 게. 어릴 때는 어른이 되는 것이 무서워 울었고 지금은 어른이 되어 버려서 운다. 요근래에는 여기서 얼마든 더 변할 수 있고 그걸 알면서도 취할까봐 슬퍼서 울었다. 무서워할 힘도 없다. 변해가는 게 무작정 나쁘다는 것은 아니고 빠른 변화를 추구하는 스타트업 신봉자이지만 내면의 무엇은 그렇지 않나보다.
그렇게 그림의 뒤로 숨었다. 나의 생각은 담을 수 있지만 정답은 없는. 누가 어떻게 느끼든 그게 답이 되고, 순간을 잡을수도 있고 영원을 보여줄수도 있는. 작품으로 남으면 최소한 변할까 걱정은 안해도 되니까. 물감의 색이 변하고 물감의 냄새가 사라지긴 하겠지만 그건 엄청 오래걸릴테니까.
타자를 다시 칠 수 있던 것은 다행히 글의 장르 중에 소설이라는 장치를 알게 되었고 시작할 수 있게 되었고 숨는 걸 즐긴다하지만 원본 하나는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아직도 맴도는 말 중에 기쁠 땐 사진을 찍고 슬플 땐 글을 쓴다고 한다. 기쁜 순간은 사진의 찰나에 지나가지만 슬픈 것은 글을 몇 편이고 쓸 수 있을만큼 오래가서 그런거겠지.
결론적으로 예술은 내가 생각하고 느끼는 것의 큰 부분이든 작은 부분이든 밖으로 꺼내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깨닫는데 5년이나 걸렸다니 와우 짝짝짝. 살기 위한 글을 쓰면서도 내가 뭘 느끼고 내가 뭘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썼고, 이제는 알아도 쓴다. 그림으로 그리거나 돌려 말할 수도 있다는 게 차이점이겠지. 나름 정신적으로 건강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런 표출을 계속 해왔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어떤 이유로든 표출을 해내고 보니 예술이 된거고. 참 쉽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