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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경진 Nov 20. 2016

[제주 남원]다시 만나 첫사랑-3

큰엉을 지나 길은 위미로 향한다.

올레 5코스는 대표적인 바당길이다. 제주시 바다와 다른 서귀포 바다만의 매력으로 뭉쳐 있다.

물빛부터 소리, 바람 그리고 냄새까지 서귀포 바다에서 만날 수 있는 그런 것들.

아직 말로 표현, 아니 글로 표현 못하는 것들이 나를 흥분시킨다.

눈앞에 펼쳐진 바다와 바다 위를 걷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숲길을 따라 걷는다.

조금은 습하지만 그 습함마저 향기로운 길 위에서 나는 제주를 훔치고 있다.

제주는 나 같은 도둑에게도 화내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내준다.

나는 장발장이고 제주는 한없이 너그러운 신부님이다.


귤 익는 마을을 지나고 있다. 귤 향기에 막혔던 코가 뚫리는 것 같다.

아무도 찾지 않을  것만 같은 카페에는 벌써 귀여운 강아지가 자리를 잡고 있다.

낯선 나그네를 바라본다. 그저 바라볼 뿐 인사말도 없다.

오히려 사람이 반가운 듯 나를 지켜보고 있다. 그런 견공을 나도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


괴괴함에 나의 발자국 소리만 들린다.


이런 올레가 좋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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