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자 하면 안 되는 건 없다
퇴사한 지 어느덧 4개월이 흘렀다. 프리워커 실험 기간으로 스스로 정해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퇴사 후 나는 내 컴포트존을 벗어나는 다양한 도전을 하고 있다. 돈보다는 성취감, 자아실현에 우선순위를 두고 나아가는 중이다. 정말 다양한 일들이 있었는데, 이건 프리워커 실험 기간이 끝나는 날에 따로 남겨볼 예정이다.
일과 성장, 삶의 모양에 대해 고민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이들로부터 응원받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주는 일도 종종 있었다. 나의 스토리와 응원으로 실제 회사 밖 무언가를 시작하는 지인들도 생겨났다. 나는 이 지점에서 큰 즐거움을 느꼈다. 내가 대단한 무언가를 이룬 사람은 아니지만, 나의 작은 도전이, 내가 이룬 작은 성취가 누군가에게는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가치를 전하고 싶었다. 그 방법 중 하나는 '강연'이었다. 강연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대학 시절부터 발표공포증이 있던 나는 쉽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발표 수업이 많았던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클라이언트를 설득해야 하는 AE였던 내가 발표공포증이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발표 전날이면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긴장된 모습과 떨리는 목소리를 어떻게든 감추기 위해서는 연습하고 또 연습해야 했다. 피나는 연습과 노력으로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모두 전할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발표 실력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긴장된 모습은 여전히 감출 수 없었다. 항상 노련한 모습으로 청중을 압도하는 이들이 대단하게 느껴졌고, 나도 언젠가는 그렇게 되고 싶었다.
그리고 그런 노련한 발표 실력을 갖춘 킴제이님을 만났다. '여행하며 일한다는 점'과 '마케터'라는 공통점으로 가까워질 수 있었다. "저 처음 강의했을 때 '기본 자질이 안 되어 있다', '하나도 남는 게 없다' 이런 소리 들었었어요." 킴제이님은 담담하게 본인의 실패담을 들려줬다. 그녀는 그런 피드백에 좌절하지 않고 피드백을 발판 삼아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온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에 용기를 얻었다. 그리고 먼저 제안했다.
우리 같이 강연해 보는 건 어떨까요?
여행하며 일하는 프리랜서 디자이너 소은님까지 합류했다. 비슷한 사람들끼리는 어떻게든 만나기 마련인 것 같다. 두 분 모두 끌리는 일이 있다면 일단 하는 사람들이었다. 내가 제안을 하자마자 두 분은 좋다고 했고, 그 자리에서 강연 날짜를 잡았다. 우리는 주기적으로 줌으로 만나 기획을 구체화해 나갔고, 참여자 모집을 시작했다. 얼리버드 모집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선착순 50명이 마감됐다. 이제 빼도 박도 못한다! 묘한 긴장감과 동시에 설렘이 밀려왔다.
강연 기획부터, 발표 자료, 리허설까지 우리는 서로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강연을 준비했다. 혼자 했으면 몇 배로는 어려웠을 것 같은데 이 두 분이 함께해 줘서 든든했다. 특히나 킴제이님은 강의 코칭 경험자이기에, 나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코칭도 해주셨다. "고졔님은 청중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보이고 싶으세요?", "이 강연을 끝마쳤을 때 청중들에게 어떤 메시지가 남았으면 좋겠어요?" 이런 질문들은 강연을 준비하며 스스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게 했고 실제로 강연을 진행할 때도 큰 도움이 됐다.
노련하지는 못해도 진솔하고 담백하게
이번 강연의 목표는 참여해 주신 분들의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었다. 회사 밖에서 진행했던 나의 퍼스널 브랜딩 스토리와 콘텐츠, 협업 제안 노하우들을 하나씩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점점 긴장이 풀리면서 채팅창을 볼 여유도 생겼다. 강연 중간중간 실시간으로 많은 질문이 들어왔다. 질문에 답해드리며 소통하는 느낌으로 강연을 이끌었다.
강연을 마친 직후 강연이 어떠셨냐는 질문에 감사하게도 수많은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
가장 많이 얻어가는 사람은 나
강연 이후 설문으로 받은 피드백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어봤다. '무엇을 하나라도 더 전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 강연이었지만, 결국엔 가장 많이 얻어가는 사람은 나였다. '한때 발표공포증이 있던 나도 강연을 통해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구나'라는 가능성을 보았고, 큰 용기를 얻었다.
첫 강연이었던 만큼, 개선 포인트를 이야기해 주신 분들도 있었다. 이 또한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줄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좋았던 부분은 극대화하고, 아쉬웠던 부분은 보완하며 한층 발전된 모습으로 다음 강연을 진행해 보고 싶다.
하고자 하면 안 되는 건 없다.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내 첫 강연도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 강연이 앞으로 어떤 기회로 이어질지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까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면 일단 실행하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프리워커로 살아남기’, ‘아무튼 워케이션’을 연재 중입니다. 구독하고 다음 글을 받아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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