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말할 수 있다.
호기롭게 퇴사한 지 어느덧 4개월이 흘렀다. 여기서 ‘호기롭게’라는 표현을 사용한 건, 퇴사 전부터 프리랜서 일을 제안받았기 때문이다. SNS에 퇴사 소식을 알리니 또 다른 제안이 들어오기도 했다. 총 네 건의 일이 예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예정’된 일이지, ‘확정’된 일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네 건의 일 모두 어그러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유는 다양했다. 지원 사업에 떨어져서, 프로젝트 일정이 변경돼서, 클라이언트가 갑자기 방향을 바꿔서 등. 호기롭게 퇴사했던 때와 달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되돌아보면 불안할 이유는 없었다. 수익 없이도 1년을 버틸 수 있는 돈이 있었고, 일이 어그러진 건 내 탓이 아니었다. 그저 운의 흐름이 좋지 않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퇴사 후 2개월까지는 수익이 전혀 없었다. 과신했던 과거의 내가 조금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런 유쾌하지 못한 상황과는 달리 주변 사람들은 나를 ‘멋진 사람’이라고 칭했다. 퇴사 전부터 프리랜서 일이 생겼다고 여기저기 말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굳이 이런 상황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러다 문득 외부 상황으로 인해 목표한 바가 어그러지는 게 억울했다. 그래서 스스로 일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나 자신을 ‘선택되는 대상’이 아닌 ‘스스로 선택하는 주체’로 정의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워케이션 상품을 런칭했고, 강연을 진행했다. 큰 수익은 아니지만, 퇴사 후 스스로 만들어 낸 의미 있는 첫 수익이었다. 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그리고 지금은 클라이언트도 생겼다. 프리랜서 플랫폼을 통해 직접 일을 구하기도 했고, 앞서 말한 어그러졌던 일 중 하나를 다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지금도 수익 안정화 단계는 아니다. 회사 다닐 때만큼의 수익에 아직 못 미친다. 요즘은 이런 고민을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아유 그게 당연한 거죠! 이제 시작 단계인걸요!’ 맞다. 나는 퇴사한 지 겨우 4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스스로 내린 처방
나는 가시적인 성과가 당장 눈앞에 드러나지 않으면 불안을 느낀다. 지나고 보면 쓸데없는 걱정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걱정했던 것보다 결과가 좋은 경우가 많다. 이런 내게 스스로 내린 처방은 작은 성취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스스로 상품을 만들고, 강연을 기획하고, 브랜드에 협업 제안을 한다.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나의 작은 성취가 쌓이고 쌓여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 즉 자기효능감이 되어 다가온다.
스스로 정해뒀던 프리워커 실험 기간의 데드라인이 다가왔다. 앞으로 일과 삶의 방향성은 여러모로 고민 중이다. 그리고 또 다른 기회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아직 결론을 내지 못했으므로 한 달간의 유예기간을 갖기로 했다. 경험상 나는 여유를 가졌을 때 더 나은 선택을 해왔다. 그러니 마음속으로 되뇌어 본다. 조급해하지 말자. 나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자.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다음 편은 '회사 밖 프리워커로 이룬 것들'을 적어볼 예정이다. 수익화 외 다양한 측면에서 이룬 것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