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고졔 Jul 22. 2023

프리워커 실험 기간을 종료합니다

퇴사 후 나에게 생긴 일

퇴사 후 5개월이 흘렀다. 스스로 정해둔 프리워커 실험 기간이 막을 내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계속 프리워커로 살아볼 예정이다. 한동안은 회사로 돌아가려고 했다. 내가 프리워커로 스스로 정해둔 수익 기준에 훨씬 못 미쳤기 때문이다. 잘나가는 프리워커들과 나를 비교했다. 남들은 저렇게 빨리 달리고 있는데 나만 뒤처진 것 같아 불안했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세상은 회사 밖 다양한 실험을 하는 내 이야기를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평소 멋지다고 생각한 분들과 같은 매거진에 나란히 실리기도 하고, 협업해 보고 싶었던 분들에게 협업 요청을 받기도 했다.


포기하려는 순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했다. 내게 필요했던 건 그저 나에 대한 확신이었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속도가 있고, 나는 나만의 속도로 꾸준히 잘 나아가고 있다. 퇴사 후 5개월밖에 안 됐는데 뭐가 그리 조급했던 걸까? 


5개월을 돌아보면 나는 일과 삶의 모양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다양한 실험과 도전을 했다. 값진 경험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기록해 보려 한다.




1. 발리에서 한 달, 노마드 워커로 살아봤다.


여행보다는 해외에서의 삶을 실험해 보고 싶었다. 회사 다닐 때도 리모트로 일하며 최장 2주를 해외에서 지냈지만, 그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 호텔이 아닌 홈스테이에 머물렀고, 여행하며 일했다.


발리에서의 삶은 하루하루가 감사함으로 가득했다. 아침에는 요가와 명상을 했고, 오후에는 코워킹이나 카페로 출근했다. 그리고 밤에는 이 과정을 콘텐츠로 기록했다. 길리섬의 어느 카페에서 미팅하는 도중 이런 말을 들었다. "우와 지혜님 길리인가요? 여행하며 일하는 삶 너무 부러운걸요!" 나 또한 이런 삶을 누리고 있는 그 순간이 한없이 감사하게 느껴졌다.


새로운 곳에서 삶의 경험은 내 세계를 넓혀준다. 나는 인도네시아가 섬마다 다른 종교, 인종,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고, 그들의 문화와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졌다. 단순히 여행이 아닌 '삶'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여행하면서도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것이 프리워커로 자립해야 하는 큰 이유이기도 하다.


다양한 곳에서 노마드 워커로 일하며 익힌 감각을 공간이나 워케이션 프로그램으로 풀어보고 싶다.



2. 강연/인터뷰로 내 이야기를 전했다.


강연과 인터뷰를 통해 내 이야기를 많은 이들에게 전할 수 있었다. 가장 좋았던 부분은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아 영감을 주고 행동을 끌어냈다는 사실이다.


어떤 분은 나로 인해 용기를 얻어 새로운 도전을 했고, 그 도전 과정을 들려주시기도 했다. 또 어떤 분은 나의 이야기를 듣고 일의 환경을 바꿔보기로 하고, 인생 첫 워케이션을 신청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까운 지인에게 이번 분기에 가장 고마운 사람이 나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감흥이 컸다. 퇴사 후 불안한 시기에 내가 이것저것 도전하는 것을 보고 동기부여가 되었고, 본인도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나의 작은 시도와 도전이 누군가에게는 큰 동기부여로 다가갈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면서도 기뻤다. 앞으로 이런 선한 영향력을 더 많은 이들에게 미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강연, 워크숍, 모임 등을 더 활발히 열어볼 예정이다.




3. 회사 밖 동료가 생겼다.


비슷한 워크라이프를 가진 사람들이 내게 모이고 있다. 회사 밖 첫 동료는 소은님과 킴제이님. 우리는 그저 서로의 활동을 인스타로 지켜보던 사이였다. 어느 날 소은님이 나를 인터뷰하고 싶다며 연락이 왔다.


다양한 프리워커를 만나고 싶은데 그냥 만나자고 하기보다는 본인이 줄 수 있는 것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인터뷰'인 것이다. 나는 소은님의 이런 생각과 태도가 멋지다고 생각했다. 대화가 너무 잘 통해 첫 만남에 5시간 정도 이야기했다.


킴제이님과 인연은 킴제이님이 올린 마케터 구인 공고 글에 내가 포트폴리오를 보내면서 시작됐다. 포트폴리오에 담긴 나의 프로젝트 이력을 보고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셨다고 한다. 어느 날 킴제이님은 노마드 워커로서 서로의 고민을 나눠보자며, 비슷한 사람이 한 명 더 있는데 불러도 되겠냐고 했다.


킴제이님 "우리랑 비슷한 사람이 한 명 있는데, 얼마 전 발리 한 달 살기 다녀왔고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요."

 "엇 혹시 그분 소은님 아니에요!?"

킴제이님 "엇 어떻게 아셨어요???"


그렇게 우리 셋은 줌으로 모였고, 작당 모의를 시작했다. 강연을 해보고 싶었던 나는 강연 경험이 있는 두 분께 먼저 손을 내밀었다. 두 분은 '오브콜스! 와이낫'을 외쳤고 그렇게 첫 강연을 진행하게 된 것이다.


두 분 외에도 다양한 프리워커 분들과 접점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한 점은 이분들이 나의 강점을 자꾸 밖으로 끌어내 주신다. 내가 몰랐던, 혹은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나의 경험과 강점을 잘 꺼내어 정돈된 언어로 표현해 주신다. 그 지점에서 내가 나아갈 방향이 뾰족해지고 있다.


감사한 분들이 많이 떠오르지만, 그중에서도 킴제이님/해리님께는 정말 컨설팅 비용을 드려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 타인의 강점을 잘 알고, 그것을 마음을 다해 이야기해 주시고, 또 어떠한 협업 포인트로 이끌어 주셨다.


그분들이 내게 이런 이야기를 해주는 이유는 내가 그러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지점에서 2차 감동. 더욱 빛나는 사람이 되어 나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가치를 전해주고 싶다.




4.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었다.


'일놀놀일', '덕업일치' 요즘 내게 이러한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아직 수입은 크지 않지만, 즐겁게 일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요즘 주 수입원은 '여행 콘텐츠'다. 내 여행기를 플랫폼에 기고하기도 하고, 외주로 여행 브랜드의 콘텐츠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그리고 크리에이터로서 공간 브랜드와 협업하는 일도 있다.


위에 나열한 일들은 회사 다닐 때도 오랜 기간 해온 일들이다. 즉 익숙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도전적인 일을 하나 추가했다. 자체 워케이션 상품을 런칭했다. 하나의 실험이자 도전이었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 일도 꾸준히 가져가 볼 예정이다. 워케이션만 약 20번 다녀온 나의 감각을 녹여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워케이션을 진행해 보고 싶다.



더 빠른 워케이션 소식은 러블리위크데이(@lovelyweekday.space)에서 만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프리워커 좌절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