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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졔 Dec 26. 2023

프리워커가 혹한기에 대처하는 법

회사로 돌아갈 운명은 아닌가 봐요.

회사 밖 프리워커로 독립한 지 8개월, 지난 11월 기준 최고 수입을 찍었다. 본업은 마케터이지만 퇴사 후 에디터, 크리에이터 등으로 활동하며 수입원이 다양해졌다. 여러 업체로부터 입금 알림이 뜰 때면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나 이렇게 빨리 자리 잡는 건가?"


그건 착각이었다. 프리워커에게 '불안정성'은 디폴트다. 다음 달 수입은 반 이상으로 줄어들었고, 따로 영업을 안 해도 들어오던 일 의뢰가 들어오지 않았다. 연말, 연초는 프리랜서의 혹한기라고 하던데, 시기상 그런 걸까?


일이 많을 때는 주말까지 일할 때도 있었지만, 일이 반으로 줄어드니 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정작 이 여유를 어떻게 써야 할 지 몰랐다. 반백수가 된 느낌이었다. 내가 바빴을 때, 여유가 생기면 하고 싶었던 건 뭐였지? 생각했다. 세 가지가 떠올랐다.


1. 노트북 두고 여행 떠나기(워케이션 아닌 그냥 여행!)

2. 외주 콘텐츠 아닌 내 콘텐츠 만들기

3. 단단한 일상 루틴 잡기


조급해하며 일을 구하기보다는 내가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왔던 걸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우선 예정되었던 '삿포로 워케이션'을 '삿포로 아날로그 여행'으로 목적을 변경했다. 노트북은 챙기지 않은 대신 소설책과 다이어리, 필름 카메라를 챙겼다.


노트북을 두고, 일주일간 혼자 떠난 삿포로 여행은 조금 길게 느껴졌다. 하지만 여행하는 순간만큼은 '일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노트북 화면에서 벗어나 오감에 집중하며, 그동안 놓쳤던 감각들을 마주했다.


삿포로 여행을 마친 후에는 '내 콘텐츠 만들기'에 돌입했다. 나는 네이버 여행 인플루언서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블로그를 몇 개월 방치했다. 죽어가는 블로그를 살려보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삿포로 여행 정보를 담은 글을 매일 썼다. 결과는 확연했다. 방문자 수가 일주일 만에 4배 정도 증가했다.


방문자 수가 늘어 좋은 점 중 하나는 부수입이 생긴다는 거다. 애드포스트(네이버 광고) 수익이 높아졌고, 높은 경쟁률의 체험단도 당첨되기 시작했다. 이 기세를 몰아 내년엔 해외여행을 지원받아 다녀올 생각이다. 본업에서 익혔던 스킬들을 내 채널에 적용하고, 그 결과가 즉각적으로 보이니 흥미로웠다.


이외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크리에이터로 선정되어 콘텐츠를 만드는 중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 워케이션과 여행을 연이어 다니며 깨졌던 일상 루틴을 잡기로 했다. 먼저 핸드폰과 거리를 두기로 했다. 하루 평균 스크린타임을 확인해 보니 7시간이었다. 이 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뇌가 가장 잘 돌아가는 아침, 핸드폰을 보며 하루를 시작하기 싫었다.


잠들기 직전 잠금 상자에 핸드폰을 넣었다. 일어나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확언이다. 긍정적인 말을 계속 되뇌어 나의 무의식을 바꾸는 일이다. 이걸 발리 한 달 살기 할 때 꾸준히 했었는데, 그때 끊임없이 좋은 일이 일어났던 기억이 있다.


"I’m able to turn around unpleasant situations and make them fulfilling"


내가 하는 확언 중 가장 좋아하는 문장. 좋지 않은 상황도 경험으로 만드는 마인드셋을 갖추는 중이다. 지금 내 상황에도 대입된다. 일이 줄어든 시기에 조급해하며 일을 찾기보다는 내실을 단단히 다지고 있다. 내가 또 언제 바빠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확언 후에는 헬스장에 간다. 아침 8시에 운동을 시작하는 게 목표인데, 매일 늦는다. 그래도 목표 시간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엊그제는 9시 30분, 어제는 9시, 오늘은 8시 10분. 이런 속도라면 내일은 8시까지 갈 수 있겠지.


12월의 나는 못 가진 것을 쫓기보다는 가진 것을 더 단단히 하며 나아가는 중이다. 이런 태도와 에너지는 좋은 일을 끌어오기 마련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찾은 한 워크샵에서 내년에 같이 일해보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 또 다른 방식으로 재밌는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나는 결국 잘 될 수밖에 없는 사람. 혹한기가 닥치면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꾸준히 하며 일상을 가꿔나가자. 그런 마음으로 나아간다면 언젠간 봄날이 찾아올 테니! 앞으로 내게 찾아올 봄날이 기대된다.


내년엔 마케터, 크리에이터 두 방향으로 다채로운 일들을 해보고 싶다. 나의 쓰임이 다양해지는 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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