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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졔 Oct 30. 2023

올라운드 마케터를 그만두겠습니다

잘하는 분야를 더 뾰족하게

회사 밖 독립적으로 일한 지 8개월이 흘렀다. 그간 수많은 생각 변화와 성장을 스스로 체감하고 있다. 처음 퇴사할 때 목표는 '올라운드 마케터'로서 다양한 외주 프로젝트를 받고, 수익을 창출하는 거였다. 지금은 그 생각이 바뀌었다. 그 과정과 이유에 대해 적어보려 한다.



1. 회사 안팎의 상황은 다르다.


나는 '콘텐츠 마케터'로 첫 커리어를 시작했다. 대행사, 인하우스, 크고 작은 다양한 회사를 거치면서 마케터로 해볼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해본 것 같다. '퍼포먼스 마케팅', '제휴 마케팅', '브랜드 마케팅' 등 더 쪼개자면 끝이 없다. 코어는 여전히 '콘텐츠'에 있었지만, 이직 시 포트폴리오에는 '올라운더'라는 점을 강조했다. 스타트업을 주로 지원했기에, 일손이 부족한 작은 회사에서는 올라운드 마케터를 환영했다.


그땐 그게 나의 강점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회사 밖 프리랜서 시장은 달랐다. 보통 기업에서 프리랜서를 고용하는 이유는 그들이 내부에서 잘하지 못하는 부분을 도움받고 강화하기 위해서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주변에 잘나가는 프리랜서만 봐도 알 수 있다. 100만 뷰 콘텐츠를 터뜨리고 몸값을 두 배 이상 올린 멍디님, PPT 디자인만으로 해당 분야의 탑티어를 찍은 하다님 등 공통으로 그들만의 뚜렷한 전문 분야가 있었다.



2. 강점 1위 '최상화'


얼마 전 갤럽 강점 검사와 코칭을 받았다. 강점 1위는 '최상화'였다. 최상화란 우수한 수준을 최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 단점을 극복하려 애쓰기보다는 재능을 활용하기를 선호하는 것이란다.


그간 내가 진행했던 프로젝트를 되돌아보니 이 강점이 왜 1위인지 단번에 이해됐다. '브랜딩'과 '콘텐츠'와 관련된 프로젝트에서는 주도적으로 성과를 냈지만, 즉각적인 매출, 즉 숫자가 중요한 프로젝트에서는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왜 자신을 고치려고 시간을 허비하는가?"


강점 진단지에 나온 이 문장에 깊이 공감한다. 못하는 걸 잘하려고 애쓰는 것보다 잘하는 걸 더 잘하려는 노력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3. 결국엔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


마케터로서 숫자의 감각을 놓을 수 없지만, 나는 숫자에 그리 능한 편은 아니다. 그래서 숫자가 중요한 '퍼포먼스 마케팅'을 진행할 때는 늘 즐겁지 못했다. 성과는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었지만, 못하는 걸 잘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 과정이 너무 괴로웠다. 하지만 회사에 다닐 때는 '해야 하니까' 그냥 했다.


퇴사 후에는 내가 즐겁게, 잘할 수 있는 일만 하기로 했다. '수치적인 성과'를 강조했던 포트폴리오부터 수정했다.


포트폴리오 최상단 내용 수정 Before / After


신기하게도 이렇게 포트폴리오를 수정하니 내가 하고 싶은 프로젝트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브랜드 스토리 기획', '스토리북 기획' 등 브랜드와 콘텐츠 기반의 일들이 많아졌다. 하고 싶은 결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니 힘들어도 즐겁다. 못하는 걸 잘하려고 애쓰는 과정은 정말 고됐는데, 잘하는 걸 더 잘하려는 과정은 즐거움이 더 크다.


나를 믿고 일을 맡겨준 클라이언트, 파트너사들에 감사하다. "고졔님 이 일 잘할 것 같아서 연락드렸어요!"라는 말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최상의 결과로 보답하고 싶다.


앞으로 내 목표는 '대체 불가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는 본업인 마케터 외에도 에디터, 크리에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다. 겉은 다른 일처럼 보여도 결국엔 본질은 '콘텐츠'로 귀결된다. '콘텐츠'라는 분야에서 나는 어떤 독보적인 차별성을 가져갈 수 있을까? 윤곽이 잡힐 듯 말 듯 하다. 생산적인 고민은 늘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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