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음식, 명상, 프사오까지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첫 출국. 목적지는 치앙마이다. 목적은 관광이 아닌 '또 다른 일상을 살아보는 것.' 치앙마이는 이미 와봤던 곳이기에 그게 가능했다. 2주간 회사 일을 끌어안고 치앙마이로 워케이션을 떠났다.
관광 욕심은 없었지만, 치앙마이에서 '일상'을 보내며 하고 싶은 것들은 있었다. '비건 음식 지향하기', '운동 루틴 만들기', '명상하기.' 조금 지쳐있었던 터라 몸도 마음도 충만해지길 바랐다.
결과적으로 치앙마이에 머물며 고기도 많이 먹고, 운동과 명상을 거르는 날도 많았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건강하고 충만한 일상을 보냈다. 비건 음식을 먹고, 운동과 명상을 모두 한 날에는 몸과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일에 집중도 더 잘됐다. 평소에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지만, '치앙마이'라는 새로운 환경이 주는 환기 효과가 컸던 것 같다.
인스타에 이런 일상들을 올렸더니, '대리 만족하고 있어', '여행 상품으로 만들어줘' 같은 반응이 쏟아졌다. 누군가도 이 경험을 해보길 바라며, 나의 치앙마이 워케이션 경험을 나눠본다.
비건 조식을 제공하는 친환경 숙소에 머물다
올드타운 내 위치한 친환경 호텔, '그린 타이거 하우스'에 머물렀다. 친환경을 추구하는 만큼, 호텔 1층에 비건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숙박객에게는 비건 조식을 제공하는데, 조식 맛집으로 호평이 자자하다. (이곳을 숙소로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커피, 스타터, 메인 메뉴까지 코스로 제공되며, 메뉴도 다양하다. 스타터로 제공되는 코코넛 요거트가 진짜 맛있다.
워케이션을 떠나오면 회사 출근 시간에 맞춰 일을 시작해야 하므로, 아침을 챙겨 먹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맛있고 건강한 음식으로 든든하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었다. 아침마다 '오늘은 어떤 메뉴를 먹어볼까?' 하는 고민이 행복이었다.
넓고 쾌적한 객실과 테라스 문을 열면 들려오는 새소리, 싱긋 웃으며 인사해주는 친절한 직원들까지 뭐 하나 아쉬운 점이 없었다. 특히나 자연과 어우러진 1층 카페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수영장 옆 좌석에 앉아 여유롭게 일하던 시간이 기억에 남는다.
운동 루틴 만들기는 실패했지만
'매일 아침 러닝을 해볼까?' 생각했지만, 생각에 그쳤다. 핑계를 대보자면 한국과 태국의 시차는 2시간, 한국 시간에 맞춰 오전 8시에 업무를 시작해야만 했다. 아침 먹을 시간도 부족한데, 러닝은 무리였다.
'루틴'에 대한 강박을 버렸다. 평소 좋아하는 운동을 가벼운 마음으로(?) 즐겨보기로 했다. 치앙마이에서 시도한 첫 운동은 '등산'이다. 평소 산에 가는 걸 좋아하는데, 추위에 약한 나는 겨울 산은 잘 가지 않는다. (물론 설산은 예쁘지만, 푸릇푸릇한 산을 더 좋아한다) 치앙마이의 12월은 춥지도 덥지도 않은 등산하기 딱 좋은 날씨다. 산도 푸릇푸릇하다.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태국의 최고봉, 해발 2,565m의 도이인타논에 가기로 했다. 대중교통으로는 이동이 쉽지 않기 때문에 투어를 신청했다. 2시간의 트레킹 시간이 포함된 코스였다. 어느 높이까지는 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그리 힘들지 않았다. 조금 걸으니 구름이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도달했다. 아바타의 모티프가 된 산이라고 하던데, 정말 요정이 살 것만 같은 풍경이었다.
자연 속에서 아름다운 풍경과 힐링했지만, '운동'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었다. 땀을 쏟을 수 있는 운동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어느 날 길을 걷다 F45 간판을 발견했다. '엇? 프사오다! 치앙마이에도 있었어!?' 그때 나와 함께 있던 민정언니는 바로 다음 날 프사오에 출석했다.
프사오를 단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었고, 영어로 운동을 배운다는 건 새로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너무 재밌었다는 언니의 말에 이끌려 그다음 날 나도 참여했다. 그런데 하필 그날은 45분이 아닌 60분 코스였다. 입문자에게는 권하지 않는 죽음의 코스. 잔뜩 긴장하고 있으니, 긍정 에너지 넘치는 코치님들이 잘할 수 있다며 격려해줬다.
자세를 잘 몰라서 뚝딱거리고 비명을 지를 정도로 힘들었지만, 결국엔 끝까지 해냈다. '어? 이게 되네?' 운동이 끝나니 뿌듯함과 개운함만이 남았다. 혼자였다면 도전하지 않았을 프사오. '일단 해보자' 마인드를 전파해준 민정언니와 끝까지 날 포기하지 않고 격려해준 프사오 코치님들께 감사를.
무교이지만, 사원을 좋아하는 이유
불교가 95%인 태국에는 사원이 참 많다. 나는 무교이지만, 사원에 가는 걸 좋아한다. 목탁 소리, 풍낭 소리, 향냄새가 마음을 차분하게 해준다. 치앙마이에 두 번째 머물며 수많은 사원에 가봤는데, 사원마다 느껴지는 기운이 달랐다. 말로 뭐라 표현할 수는 없지만,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 있었다.
가장 좋아하는 사원도 생겼다. 숲속의 동굴 사원, '왓 우몽.' 도심과 약간 떨어져 있어, 이곳에 들어가면 속세와 멀어진 느낌이 든다. 사원 내부에 큰 호수와 산책로가 있어, 조용히 걷기에도 좋다. 사원이 꽤 넓은데, 이곳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커다란 원형 불탑이 있는 공간이다.
불탑을 중심으로 사방이 푸릇푸릇하고, 하늘도 푸르렀다. 낮은 돌담에 걸터앉아 명상했다. 평소에는 5분이 최대치인데, 이곳에서는 15분 넘게 집중할 수 있었다. 현재의 감각에 집중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 풀 냄새, 닭 소리. 경직됐던 마음이 풀어지는 느낌이었다. 지금, 여기에 존재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나는 회사에 소속된 직장인이다. 2주간 치앙마이에서 일하며 공간의 자유는 얻었지만, 시간상으로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시간 관리를 잘 못해서 스스로 화난 날도 있었고, 퇴근 시간을 넘겨서까지 미팅하는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날도 있었다. 하지만 건강한 음식, 운동, 명상을 통해 나를 돌봤고, 회복 탄력성이 좋아짐을 느꼈다. 무엇보다 새로운 환경이 주는 긍정적인 자극이 컸다.
내게 워케이션은 '일상에 인접해 있으면서도, 동시에 일상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다. 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 무던히 노력하고 있고, 점점 나의 워케이션 만족도가 올라가고 있다. 물론 이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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