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승 Oct 25. 2021

아이폰 방해금지 모드,

밀쳐내기

30분 전까지 나에게 안전 운전할게!라고 카톡을 했던 네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엄마 생신 겸 오랜만에 내려가게 된 고향으로 향하는 7시 비행기 이륙 시간이 점점 다가오는데 너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 번째 전화도 연결되지 않았다.




이주 간의 긴 다툼 과정에서 넌 내가 상처 받기 싫어서 남에게 비수 같은 말로 상처를 주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했었다. 너는 내가 아이폰 방해금지 모드를 해놓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저녁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 내가 휴대폰을 보고 있지 않으면 그 누구의 긴급한 전화도, 문자 울림도 오지 않는 온전한 내 휴식과 취침시간을 방해받지 않겠다는 내 의지와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내 태도가 너무 이기적이라고 했다. 너를 더 이해 못하겠다는 내 모습에 심통이 난 너는 너도 방해금지 모드 설정하는 방법을 알려 달라고 했고, 며칠을 부자연스럽게 활용하는 듯 보였다.


..


네 야간 모드가 끝나는 7시, 네 번째 전화를 걸었다. 한 20초쯤 연결음이 울리더니 네가 아닌 어떤 굵은 목소리 남성이 전화를 받았다. '거기 누구시죠?'라는 질문이 오히려 내게 왔다. 내 남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이 사람은 누구일까. 왜 네 전화를 받는 걸까.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정말 만감이 교차했다. 승무원들이 이륙을 알리는 방송을 했다.


'남자 친구분이 사고를 당하셨어요, 지금 막 남양주 한양병원으로 이송하였는데.. 크게 다친 것 같습니다. 지금 막 차에 떨어져 있는 소지품을 확보했어요.' 7시 3분, 다급한 나는 즉시 널 소개해준 사촌 형인 전 직장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는 도착해서 연락을 준다고 고맙다고 말했다.


부모님 집에 도착했는데도 너에게도 선배에게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얼마나 다쳤으면 경찰이 휴대폰을 뒷수습했을까, 반신불구가 되어서 나타나는 건 아닐까. 식물인간이 된 걸까, 오만가지 생각이 들어 네이버에 한양병원을 검색했고 전화를 걸었다.


'6시 반에서 7시 사이에 이송되었다고 들었는데요, 제 남자 친구인데 가족 분들이 병원에 가셨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걸었어요.'


응급실로 연결해주신 다던 안내원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응급실에 연락을 해봤는데, 그 환자분이.. 남자 친구분이 사망하셔서 영안실로 옮겨졌다고 얘기하셨다. 숨이 턱 막힌다는 게 그런 기분일까, 지금 내가 듣고 있는 게 진짜일까, 혹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사실 난 네 성격상 며칠 가지 않아 이 설정을 해지했을 걸 알고 있다. 나한테는 아무렇지 않은 방해금지 모드가, 너처럼 따뜻하고 사랑 많은 사람한테 얼마나 무쓸모 하고, 어리석기만 한 기능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 왜 더 너만큼 자주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지 못했을까, 네가 하는 사랑한다는 말에 왜 겨우 '나도'라는 말로만 대답했을까,


왜 네가 떠나고 나서야, 다신 내가 아무 말도 건낼 수 없는 것으로 가고 나서야 이런 후회를 하는 걸까.

 세상은  이렇게도 잔인할까,


나도 다신 이런 이기적인 모드를 사용하지 않을려고 해, 언제든 전화와서 얘기할 수 있게 말이야

작가의 이전글 서로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의 의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