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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승 Oct 25. 2021

서로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의 의미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

10월 22일 오전 5시 59분,

'조심히 가! 나도 안전 운전하고 있을게'라고 보낸 네 문자가 너의 마지막이 될 줄 알았다면,

적어도 '오키오키 안전운전' 단 8글자로 답장하진 않았을 텐데.


21일 저녁 친구 청첩장 모임에 가는 길에 했던 25분 전화 한 통이 너와 마지막 통화가 될 줄 알았다면,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천진포차라는 식당이 중국식 만두로 유명한 곳이란 말만 하진 않았을 텐데.


너는 나에게 이따금 어린 왕자 얘기를 하곤 했었다, 너는 머리가 나빠 한 번 읽어서는 화자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이해가 안돼 최소 5번은 이 책을 읽었다고 했다. 최근 내가 추천했던 팟캐스트에서 어린 왕자에 대한 해설을 들었는데, 이제야 무슨 뜻인지 알게 되었다고 나에게 얘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서로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에 대해서 배웠는데, 난 너한테 길들여지고 싶어. 우리가 서로에게 길들여지면 좋겠어'  당시 구글로 검색하니 '길들여진다는 것'과 관련된 많은 자료가 나왔고, 더 돈독하고 가까운 관계를 맺자는 거구나 하고 고마워하며 나도 어린 왕자에서 '네가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기쁠 거야'라는 문구를 좋아한다는 말을 하며 웃어 넘어갔다.


너는 사실 알고 있었을까? 사실 길들여진다는 것은 관계를 맺는 거라는 의미이고, 서로에게 더 특별한 관계가 된다는 의미라고 나와있었지만, 그다음 장에는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것을 각오하는 것이다.'라는 말도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그 내용까지 팟캐스트에서 다루었다고 한들, 이 세상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긍정적인 네가 네가 이렇기 아픈 말까지 마음에 담아 두었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떠나고 난 후에서야 나는 나도 모르게 내가 너에게 길들여졌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단 하루도 빠짐없이 나보다 먼저 일어나 아침을 맞이하며 안녕?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던 네가, 매주 주말이면 같이 있지 않더라고 새벽같이 일어나 같은 시간에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던 네가. 내가 밥이라도 한번 산 날이면, 그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일주일치 먹고도 남을 반찬거리를 가득 싣어서 우리 집에 넣어주던 네가. 영상 통화로 얼굴 보고 자면 안 되냐고 친구와 있던 부모님이 계시던 늘 전화를 걸어와 사랑에 빠진 눈으로 날 바라보던 네가.


네가 너에게 길들여져서 내가 지금 눈물을 흘리게 된 것이구나, 

나도 모르게 너에게 길들여지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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