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는 필수 결혼은 옵션
'하나만 살게 응?'
'자기가 옷이 없어, 무슨 반팔티를 또 사!! 돈이 많아?'
'... 진짜 없다고.. 티셔츠!!'
비가 오는 일요일 아침, 커피 한 잔 마실 겸 동네 카페에 왔다. 자리를 잡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4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부부가 아메리카노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하나씩 주문한 뒤 자리에 앉았다. 커피가 나온 지 몇 초가 채 지나기 전에 언성을 높이더니, 결국 아저씨는 분한 듯 벌떡 일어나 나가버렸다.
'지가 연예인인 줄 아나, 안 그래도 돈 없어 죽겠는데..'
여자는 남자가 나간 문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몇 년 전에 우연히 알게 된 IT 업계에 종사하는 남성이 주 유저층인 커뮤니티가 있다. 아무래도 남성 유저가 많다 보니 와이프와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담긴 글의 비중이 적지 않은데, 턱 없이 부족한 용돈으로 고민이라는 글도 인기 주제 중 하나였다. 어느 날 와이프가 한 달에 담뱃값 포함해서 20만 원 밖에 주지 않아서 너무 불행하고 이렇게 까지 살아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는 글이 올라왔다. 다양한 댓글이 달렸다. '똑같습니다. 그러면서 와이프 옷은 공통비 카드로 사더군요', '도망치세요.', '게임기가 너무 사고 싶어서 비상금으로 사고 회사 후배한테 받았다고 했네요.'
그 댓글 중 하나를 남긴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자리를 나가고 박차던 아저씨는 그 순간 정말 서러워 보였다.
컵의 얼음이 반쯤 녹았을 때 아저씨는 언제 그랬냐는 듯 태연한 얼굴로 자리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