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승 Oct 31. 2021

무지개의 끝

Rainbow's end


네가 간 그곳은 따뜻할까, 티 나지 않으면서도 명백하게 사랑이 결핍돼 보이던 네가 부족함 없이 사랑받을 수 있는 곳이면 좋을 텐데..


고작 몇 개월을 함께 했던 나도 이렇게 네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는데, 너와 평생을 함께했던 가족 친지 분들과 네 동네 친구들은 너의 존재를 얼마나 그리워할까. 가슴속에서 그 자리를 털어내실 수는 있을까? 아니 꼭 털어내야 하는 걸까?




네가 떠난 , 내가 인생을 살아오면서 누구한테 이렇게나 마음을  적이 있었을까 생각해봤어,

21 여름, 동네의  냉면집에서 재혼을  예정이라는 당신보다 10살은 더 어려 보이는 여자를 소개해주고선 뭐가 그렇게 마음에 걸렸는지 휴대폰 번호도 바꿔버려서  이후론 목소리 조차로 다시 들을  없었던 아빠.

이따금 길을 걷다 마주치는  손을  잡고 걸어가는 이름 모를 아빠들의 뒷모습을 보면 가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금 나던 것을 제외하고,

내가 누굴 위해서 이렇게 울어본 적이 있었을까?


없었던  같아.

내가 아닌 '누군가' 위해 이만큼이나 슬퍼본 적도, 아파본 적도.오랜 기간을 함께 했던 연인과의 이별도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오히려  시원하다는 생각을 했던 나니까, 너도 그렇게, 쉽게 이별할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


너랑 지하 주차장에서 밤 12시가 될 때까지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던 헤어지자고 말했던 밤, 넌 사실 사랑을 모르고 네가 하는 것은 단순한 '사랑의 표현'이라는 일방적인 감정이라고 말하면서도 사실 나도 그 사랑이란 게 뭔지 잘 모른다고 말했어.


사실이야, 난 이게 사랑이었는지 이게 사랑이라고 불릴 수 있는 감정이었는지 잘 몰라, 하지만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몇 년을 만났던 사람보다 네 존재가 내 마음 깊숙이까지 들어왔었다는 것과, 헤어진 다음날 새벽 네 존재를 사무치게 그리워했던 것은 사실이야. 그리고 네가 정말 영영 떠난 지금도 우리가 함께하고 있다면 얼마나 더 행복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하루에 열두 번도 더 하는 것도.


정말 잘 모르겠어, 이게 사랑이라는 감정인 건지 우리가 정말 '사랑'을 한 건지. 그리고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말하는 그 감정들도 사실 내가 느끼는 이러한 감정과 같은 모양인지, 아니면 사실 사람들 마다 사랑의 정의가 다르고 또 서로 다른 사랑을 하며 살아가는 건지. 철학적인 의미의 사랑이 아닌, 보통적 의미의 사랑이라는 것은 결국 답이 없는 것인지. 어찌 되었건, 나는 너를 통해 나 스스로가 이해하는 내가 '이게 사랑이지' 하고 정의할 수 있는 진짜 사랑을 하는 법, 그 감정의 생김새를 배웠다는 생각이 들어..


그리고 이제야 알게 된 그 '사랑하는 법'을 너에겐 대입해보기도 전에, 이게 맞는지 확인도 해보기 전에 네가 날 떠나버렸다는 게 속상하고 슬프지만.. 다음에 내가 사랑하게 될, 그 누군가에게는 적어도 사랑을 잘 모른다는 이유로 속상하게 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 넌 짧은 시간 동안 참 나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고 떠났구나..


작가의 이전글 초재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