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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승 Dec 08. 2021

49재일

49일


그토록 원하시던 네 아버지의 꿈속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너는 검은 형상이지만 꼭 너를 닮은 모습이었다고 했다. 형상뿐이라 누군가를 만질 수도 누군가가 만질 수도 없는 네 형상은 아버지께 '아버지, 나 이제 살아 돌아왔는데 내 육신이 어디 가고 없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조금 말랐지만 궂은 현장 일로 단련되어 단단하고 건장했던 넌, 순식간에 한 줌의 재가 되어 돌아왔다. 모란 공원 어느 가족 납골묘 속 하얀 항아리에 차곡차곡 채워진 네 육신을 너는 찾지 못했나 보다. 그렇게 애타게 네 육신을 찾아달라 아버지께 고했다. 아버지는 어쩔 줄 몰라하며 급한 대로 누군지 모를 죽어있는 젊은 남자의 몸에 들어가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렇게 육신을 얻은 너는 아버지가 최근에 네 차를 폐차시키고 목돈으로 마련한 마티즈에 올라타며 핸들도 잡고 아버지와 함께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고 했다.


아버지는 순간 네 출생신고를 다시 해야 하는 게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너는 이미 사망신고가 되어 이 세상에 없는 존재인데, 31살로 다른 육신을 얻어 환생하여 돌아온 너를 어떻게 출생신고를 할까 고민하시다 이건 법적으로 대응해야겠다 생각하는 찰나에 꿈에서 깨어나셨다고 하셨다.


옆에서 몇 번을 네가 어떤 말을 했는지,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묻던 어머니는 삼신할머니가 젊디 젊은 네 죽음을 가엾게 여겨 다른 생명으로 환생을 하게 도운 것 같다고 하셨다. 꽃 한번 제대로 피워보지 못했던 네 죽음을 슬피 여겨 조금은 더 이르게 세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우리에게는 이별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또 다른 생명으로 찾아간 것이라고..


이번 인생에서 있었던 아픔과 슬픔, 어떠한 외로움과 괴로움의 모양은 다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한 네가 행복하기를, 우리 모두가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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