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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 연길 Aug 02. 2021

선잠

짧은 소설 (2/50)

요새 꿈을 자주 꾼다. 정확히 말하면 생각이 끊어지지 못한 채 잠이 드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자고 일어나면 꿈을 꾼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회사에 들어간 지 3년 차가 되던 해였던 것 같다. 이 세상에 잠 못 드는 것만큼 괴로운 건 없다는 걸 알게 된 때가. 몇 년간 고생 고생하며 진화했던 그 불면증이 다시 도진건 아닐지 걱정이 되었다.


선잠을 자게 된 이유는 얼마 전 듣게 된 얘기 때문이다. 내가 인사이동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나를 위해서도 회사를 위해서도 옮기고 싶습니다"


라고 말해왔던 나지만, 집에 오는 내내 불안했다. 한 팀에서 오랜 기간 일을 했었기에, 나에 대한 객관성을 잃어버린 지 오래였다. 이직도 아니고, 본부가 바뀌는 회사 내 이동이 아닌데도 떨렸다. 나는 잘할 수 있을까. 아주 못하진 않겠지. 근데 성격상 잘해야 마음이 놓일 텐데 아직도 내 에너지가 남아 있나. 동태 눈깔이 된 지 오래인데 무시당하는 건 아닐까.


티브이도 보고, 운동도 해 보았지만 침대에만 누우면 다시 똑같은 생각들이 두툼한 실타래처럼 엮이기 시작했다. 몸은 잠들었으나 걱정은 쉬지 않았던 밤이 4일째 되었던 날의 아침. 나는 그때를 잊지 못한다. 반수면 상태로 양치를 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슬쩍 보이는 게 어색했다. 잘 안 떠지는 눈을 눈썹을 올려 떠보았다. 거울에는 엔 코끼리 한 마리가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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