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아가는 과정
세 번째 워크숍은 모두가 인정할 만큼 숨 가쁘게 진행되었다. 세 시간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고 수강생들은 소리 없는 아우성(?) 속에서 진도를 따라갔다.
이날은 퍼스널 브랜딩 워크숍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의 첫 제작일이었다. 전 주의 과제였던 <Career Story Toolkit>을 통해 세 가지 커리어 나의 관점에서 고민해보고, 그것을 기반으로 포트폴리오의 큰 그림을 그려나갔다.
포트폴리오를 만들거나 프로젝트를 회고할 때 중요한 점은 "나"를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이력서나 경력증명서,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나를 염두에 두지 않고 "회사"의 관점으로 제작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어떻게 하면 더 멋져 보일까? 어떤 부분이 그들에게 매력이 될까? 하는 생각들로 내가 아닌 그들에게 주도권을 줘버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나도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내가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에 대한 기준도 명확해지지 않게 된다.
포트폴리오를 만들기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나를 아는 것이다. 그래서 내 아이덴티티를 정하는 것. 여기서 아이덴티티는 남들이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정하는 것이라는 게 포인트다.
성공의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소위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누군가가 나를 정의해주길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가 자신을 정의하고, 자신이 할 일을 정한 사람들이 좋을 결과를 갖는 것일 볼 수 있다. 강사님은 식당에 메뉴판이 있는 것처럼, 나 스스로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메뉴판을 만들어야 누군가가 그것을 보고 함께할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비유하셨는데, 이게 참 인상 깊었다. 내가 브랜딩을 하려고 하면서 고민했던 부분도 이 부분이었는데 위 말은 나에게 좋은 영감이 되었다.
또한 이과정은 내 정체성에 경계를 정하는 과정이라고 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 내가 스스로의 경계를 정해야 승낙해야 할 것과 하지 않아야 할 것, 맞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나를 먼저 정의 내리는 것부터 시작을 했다.
먼저, 나에 대한 키워드를 수집했다.
3가지 카테고리를 정해 거기에 따라 10개 정도의 키워드를 적어내려 갔다. 그 키워드를 정하는 기준은 "나를 설레게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3가지 카테고리를 [앞으로도 계속 가져가고 싶은 것], [남들이 모르는 나의 능력],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꿈)]으로 정했다.
이어서 내가 적은 키워드들을 유추해 나를 나타낼 수 있는 문장을 만들어냈다.
신기하게 키워드를 적고 그를 기반으로 아이덴티티 빌딩을 해보니 내가 어떤 포지션을 원하는지도 명확하게 알수 있었다. 그동안 애매하고 어렴풋하게 생각만했던, 그러나 어떤 단어로 정의 내려야할지 몰라 정리하지 못했던 나의 포지션이 보이기 시작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제 내가 나타내고 싶은 나의 모습이 준비되었다. (사실 완벽하게 준비되진 않았다. 하지만 완벽이란 어디에도 없는 것. 하면서 완성해 나가는 거지) 여기에 포트폴리오 타깃이 정해지면 포트폴리오를 만들 준비가 된 것이다. 타깃은 <아이덴티티 빌딩> 과정을 통해 도출할 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전달해 줄 수 있는 가치 등등을 알면 누구를 타깃으로 설정할지 어렵지 않게 결정할 수 있다.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노션으로 만들면서 그리고 4년째 프리랜서로 여러 클라이언트를 만나면서 어렴풋하게 "이런 클라이언트를 만나면 더 수월하게 작업이 된다"라던가, "이런 클라이언트와 잘 맞는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대표의 개인적인 성격이라기 보단, 자신이 하려는 사업을 대하는 태도라던가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이지에 따라 작업의 성격이 바뀌고, 당연한 말이지만, 명확하게 자신의 니즈를 아는 타겟에게 내가 줄수 있는 가치가 더 명확했다. 나는 타깃을 설정하는 파트에서 그동안 머릿속에만 떠다니던 타깃이 정리된 느낌이었다.
이것이 우리가 포트폴리오를 만들 때 고려해야 할 핵심이라 생각한다. 나를 알았으면 상대를 알아야 백전백승이다. 서로에게 윈윈이 되게 일하려면 서로가 서로를 채워줄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상대방이 나를 통해 어떤 변화를 경험할지 명확하게 알고, 그 사람들이 관심 가질만한 포폴이 무엇일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포트폴리오에 그것을 담아 나를 전달해 주는 것이다. 당장 정확히 설명되지 않더라도 나의 언어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 참 인상 깊었다. 일단, 시작해보는 거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정체성을 부여하고 이름을 정한다는 것은 그 이름에 책임을 진다는 것이다. 노션으로 디자인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웹사이트를 구상하면서 나는 내가 적은 내 말에 책임을 질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나는 정말 브랜드의 본질을 끄집어내는 디자이너인가? 사람과 브랜드를 이어주는 디자인을 하고 있는가?
하지만 내가 지향하는 바는 명확하고, 내 말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단 한순간으로 끝나는 게 아닌 걸 안다. 일을 대하는 태도, 꾸준하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과정들에서 나는 내 말에 책임지려 무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이제 2회 차가 남은 시점에서, 앞으로 두 번의 워크숍은 더 쉽지 않고, 해야 할 과제들은 많았겠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쉽지 않은 만큼 보람도 성장도 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