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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실격 Feb 22. 2024

회사에서 100 실수하고 30만 혼나는 법

회사 실수를 관리하는 법

엽떡을 먹은 것도 아닌데 회사에서 땀샘이 폭발할 때가 있다.

팀장 :

한 달 전에 ~~ 씨가 발주 낸다고 했던 부자재 입고 일정 체크 좀 해주실래요?

 :

넵 (발주 낸 적 없음)


또는,


팀장 :

마약류 보고하기로 한 거 언제까지가 마감일이었지?

 :

확인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일주일 지나 있음)


영차영차 땀샘이 일하기 시작한다.


사회 초년생땐 실수 관리가 어려웠다.


두 가지 이유인데, 첫 번째는 실수량이다. 당연하게 초년생일수록 모르는 게 많다. 10개 결정하면 3개는 맞고, 7개는 규칙과 다르다. 3할이면 타자로선 훌륭하지만 동료로선 낙제점이다.  입사원  여러 번 실수했다. 일일이 적기도 힘들다.


두 번째로, 실수를 다뤄본 경험이 적다. 맞는 비유인지 모르겠다만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 것처럼 실수도 많이 해봐야 관리가 된다. 


예를 들어, 험이 많으면 영향성 평가가 가능다. 대략적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지, 보고가 필요한지, 누구를 간지럼 태워서 문제를 해결할지 그려진다.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호들갑 정도를 정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 초년생은 실수는 많고, 그것을 다뤄본 경험은 적다. 최악의 비율이다.

 회사를 망치는 기분마저 든다.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도 몰라서 괴롭다. 존감이 뚝뚝 떨어진다. 실수 생각에 잠도 안 온다.


4년 차가 된 지금은 이전보다 조금은 실수에 의연하다. 오히려 실수가 너무 오랫동안 없을 때 무언가 잘 못 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제는 실수를 "안"하기보단, "관리"하는 방법을 익힌 듯하다. 


래는 회사에서 실수를 많이 해 본 내가 정리해 본 100만큼 실수하고, 30만큼만 혼나는 비법을 공유한다. 요것만 알아도 신입사원 때 조금은 더 마음이 편했을 거다.


1) 보고 전에 수습하기

실수를 발견했다면 가급적 그 실수가 없던 것처럼 만들어라. 오해하면 안 된다. 숨기라는 말이 아니다. 최대한 실수를 원복 시키라는 거다. 당연히 합법적이고 프로세스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예를 들어, 첫 문단 예시와 같이 "발주 누락"을 발견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가장 시급한 건 일단 가장 빠른 입고날을 결정짓는 것이다. 아쉬운 사람이 교통정리를 하는 법. 구매팀에 연락해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QC팀에 연락해서 언제까지 시험을 끝내달라고 요청하고, 동네방네 뒤집고 다니면서 되돌려 놓아야 한다.


핵심은 최대한 내 누락을 감춰야 한다.


이건 두 가지 이유에서 중요하다. 첫 번째로 실제로 노력의 결과로 실수가 조용히 끝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모두가 해피한 일이다. 하지만 세상일이란 게 그렇게 호락호락하진 않지. 그래서 두 번째 이유가 더 중요하다.


두 번째는, 상사에게 보고 시 "실수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담아낼 수 있다. 만약 아무런 액션도 없이 다짜고짜 문제를 보고하면 상사는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그건 내가 발생시킨 100만큼의 문제를 온전히 상사에게 100으로 전달하는 꼴이다. 참을성이 아주 많은 상사라도 200만큼 화나기 좋다. 그래서 "최대한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라는 메시지가 필요하다.


2) 일목요연하게 타임라인을 만들기 (두괄식)


수습을 했다면 OK지만,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상사에게 보고해야 한다. 두괄식 보고가 중요하다. 주저리주저리 떠들지 말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담담하게 기술하자. 어떤 가치판단도 하지 않고, 데이터로 설명하는 게 경제적인 대화를 돕는다. A4용지 한 장 분량으로 Summary 한다. 들어갈 내용엔 발생한 문제, 대처 방안, 예상되는 이슈, 해결하기 위한 시나리오 1번 & 2번 정도면 된다.


특히 마지막 시나리오가 중요하다. 상사에게 대략적인 가이드를 제시하면서 의사결정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내가 충분히 고민했다는 시그널도 된다. 실수하고도, 센스 있는 직원처럼 될 수 있다.


3) 재발방지 계획 수립

가이드를 받아서 일이 다 마무리 됐다면, 마지막으로 해야 할 건 재발 방지 계획이다. 내가 저질렀던 실수가 단순한 인적 과오였는지, 혹은 시스템상 "그렇게 할 수밖에 없던 절차"였는지를 뜯어본다.

 전자가 됐든 후자가 됐든 보완점을 충분히 고민한다. 필요하다면 팀 회의를 소집해서 브레인스토밍 해도 좋다. 해결점이 도출되면 AS-IS절차에 도입하자. 다음에는 같은 실수가 나올 수 없게끔 시스템 적으로 원천봉쇄한다. 이러면 "실수"라는 카테고리에 대한 한 사이클이 끝난다.


요약하면 이렇다.


업무에서 실수는 필연적이다. 실수를 안 하고 있다면 그 또한 커리어적으로 위험한 신호다. 나는 100kg를 들 수 있는 근육인데 50kg만 들고 있는 거니까.

 피할 수 없다면, 잘 관리해야 한다. 먼저 원복을 위한 노력을 한다. 그리고 두괄식 보고를 위해 내가 저지른 실수에 대한 summary를 만든다. 여기서 시나리오 1번 2번을 만들어서 상사가 의사결정을 돕는다. 마지막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만든다.


이쯤 되면, 실수를 만나면 군침이 돈다.


물론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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