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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년실격 Apr 18. 2024

10시간 근무의 기쁨과 슬픔

사실 출근은 언제나 싫지만

회사에 10시간 뺏기는 건 슬프다가도, 새삼 10시간이 회사에서 소진되는 게 기쁠 때도 있다.  


미운 서른두 살도 아니면서 하고 싶은 게 많다. 예를 들어 쓰기가 있다. 나는 글 적기를 좋아한다. 물론 하는 동안은 힘겹다. 단어에서 문장으로 문장에서 문단으로 쌓는 일에 순전히 즐거움만 있지는 않다. 하지만 레고로 성을 만드는 것처럼 그것을 조립하면서 마침내 윤곽이 보이면 성취감이 솟는다. 그래서 계속 쓴다.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고, 축구도 마찬가지다. 그 외에도 친구들과 실없는 농담, 재테크 공부, 이직 준비, 영어 공부 등 욕심도 많다. 24시간이 모자란 건 선미뿐이 아니다.


하루를 계산해 본다. 7~8시간은 잔다. 그래야 머리가 맑다. 출, 퇴근에 약 10시간을 쓴다. 이 정도면 준수한 워라밸이다. 이제 내게 남은 시간은 약 6~8시간이다. 여기서 "보통"의 삶을 위한 시간을 뺀다. 가령 빨래 세제를 사려고 다이소를 다녀온다던가, 식사 시간, 집안 청소, 가끔씩 야근하는 시간도 있다. 그 모든 일을 다 마친 뒤에 정신을 차리면 손에 쥐고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 눈 깜빡이면 목, 금요일이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매일 시간이 부족해서 쫓긴다.


그래서 다짐했다. 언젠가 충분한 시간이 생기면 미뤘던 일을 끝내겠다고. 블로그 포스팅도 왕창 만들고, 브런치도 많이 쓰고, 경력기술서도 단디 꾸며놓겠다고. 외국인 친구도 만들어서 영어도 공부하고 틈틈이 헬스장도 가겠다고. 왜냐면 나는 평일 10시간을 회사에 뺏겨서 매번 시간이 부족했으니까.

 운이 좋게 우리 회사는 다짐이 실현되기 좋은 환경이다. 1년 8월, 12월에 주말을 포함하면 열흘 가량 쉰다. Shut-down기간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지난겨울 크리스마스에 긴 방학을 가졌다.


연휴가 끝 마치고 남은 건 상당한 양의 유튜브 시청 시간과 다양한 소비가 만든 영수증뿐이었다.


새로운 일에 대한 내 의지가 흘러넘칠 때. 생산적인 일을 기획할 때. 회사에서 퇴근하자마자 바로 출근하는 마음으로 사이드잡을 꾸밀 때.

 그럴 때면 회사에 쓰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 도둑맞는 기분이다. 그 시간과 체력을 온전히 빼서 퇴근 후 내 생산적인 일에 넣으면 몇 배의 성과가 좋았을 걸 싶다.


그러다 퇴근한 어느 날 무심코 켠 쇼츠와 유튜브에 시간을 빼앗겨 정신 차리니 잘 시간이 된 날에는, 그나마 출근이라도 하고 온 게 다행이라고 생각이 든다. 심지어 출근도 안 했다면 정말로 비생산적이고 무용한 하루를 보냈을 뻔했다. 그럴 때면 뭐가 됐든 직장에서 일 한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10시간 근무의 기쁨과 슬픔은, 회사 밖 생산성을 향한 내 의지와 행동의 Up & Down과 궤를 함께한다.


요즘은, 회사에 쓰는 시간이 조금은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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