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의 세포들

개인과 법인의 차이

by Cosmo
결국 우리는 회사의 부품 아니야?

처음엔 이 말이 꽤 불편했다. 사람을 너무 도구처럼 말하는 것 같았고, 왠지 모르게 나를 깎아내리는 느낌도 들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슬프지만 이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말을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한번 뜯어보고 싶어졌다. 왜 우리는 회사에서 종종 ‘부품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는 걸까?




개인과 법인, 생각보다 닮아 있는 구조

이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두 가지 개념을 같이 봐야 한다. 바로 개인(個人)과 법인(法人)이다. 이 두 단어에는 공통으로 들어가는 글자가 있다. ‘인(人)’. 결국 둘 다 하나의 ‘사람 구조’를 뜻한다. 차이가 있다면 단 하나다. 개인은 이 구조를 혼자서 감당하고, 법인은 이 구조를 여러 사람에게 나눠 맡긴다.

혼자 영상을 만드는 유튜버를 떠올려보자.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촬영하고, 편집하고, 업로드하고, 댓글을 관리한다. 이 모든 역할을 한 사람이 한다. 반면 회사의 미디어팀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기획, 촬영, 편집, 운영이 각각 다른 사람에게 나뉜다. 역할은 분리되어 있지만 본질은 같다. [아이디어 → 제작 → 배포 → 관리]라는 동일한 구조 위에서 돌아간다. 개인은 혼자서, 법인은 여러 명이 나눠서 수행할 뿐이다.


우리는 왜 ‘부품’처럼 느껴질까

개인과 법인은 형태만 다를 뿐, 하나의 유기체라는 점에서는 꽤 비슷하다. 고유성을 증명하는 방식에서는 개인은 주민등록번호가 있고, 법인은 사업자등록번호가 있다. 연말이 되면 법인은 당해연도 사업보고와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운다. 개인도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다음 해를 계획한다. 결국 개인과 법인의 차이는 규모와 역할 분담의 차이일 뿐, 돌아가는 논리는 거의 같다.

그래서 회사에 출근한다는 건 가끔 이런 장면처럼 느껴진다. 마치 아이언맨 슈트가 각자의 자리에서 날아와 정해진 시간에 토니 스타크의 몸으로 합체하는 순간. 흩어져 있을 때는 각자 하나의 부품이지만, 모두 모이면 하나의 완성체가 된다. 그리고 요청이 오면 각자 맡은 기능을 수행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회사의 구성원이 ‘부품처럼 느껴지는 것’은 냉정해서라기보다는 구조적으로 매우 자연스러운 결과다.


그래서 더 ‘나’를 위해 일해야 한다

이 글은 “그럼 우리는 그냥 부품으로 살다 끝나야 하나요?”라는 비관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오히려 이 구조를 이해하고서 생각을 반대로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더더욱 ‘나’를 위해 일을 잘해야겠다고.

우리는 회사를 고를 때 굉장히 깐깐하다. 매출은 어떤지, 영업이익은 나는지, 이 사업에 미래가 있는지, 리뷰는 어떤지까지 꼼꼼히 본다. 그런데 같은 질문을 개인에게는 얼마나 던지고 있을까? 나는 지금 자산 현황이 어떤지, 저축은 얼마나 하는지, 앞으로의 삶은 밝은지, 평판은 어떤지 말이다.




인사이드 아웃에서 각 감정이 하나의 캐릭터처럼 움직이듯, 마치 유미의 세포들에서 감정마다 다른 세포가 있었듯, 회사도 각 기능을 담당하는 세포들이 모여 움직이는 하나의 생명체처럼 보인다.

그 안에서 우리는 분명 ‘조직의 세포’로 일한다. 하지만 동시에 회사 밖에서는 또 하나의 완성된 ‘개인’으로 살아간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거다.

회사 안에서는 내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세포로 살되, 회사 밖에서는 ''라는 유기체 전체를 어떻게 성장시킬지 고민하며 살자. 부품으로 끝나는 삶이 아니라, 언제든 독립된 존재로도 작동할 수 있는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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