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다 리듬이다

리듬을 만드는 건 루틴

by Cosmo
올해 목표가 뭐야?

새해가 다가오면 이런 질문을 자주 듣는다. 이전까진 숫자로 말할 수 있는 목표를 말했겠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나는 거창한 목표보다, 그냥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의 루틴과 리듬이 끊기지 않는 것이라고 답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무언가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같다. 그렇다면 그 '잘함'은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 그 답은 이미 내가 지나온 경험 속에 있었다.




이질감이 사라지는 순간

운전을 처음 배울 때는 핸들을 잡는 손이 어색했고, 차선 변경은 늘 긴장이 됐다. ‘내가 이걸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자주 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네비를 켜고, 출발하고, 도착한다. 특별한 감정 없이.

돌이켜보면 비결은 단순했다. 몰아서 연습하지 않고 주 1회, 짧은 거리라도 계속했다. 그러다 비 오는 날을 만나고, 골목길을 만나고, 예상치 못한 상황을 하나씩 겪었다. 그 과정에서 하나씩 배우고, 익숙해지고, 몸이 먼저 반응하게 바뀌어갔다.

어느 순간부터는 운전하는 내 모습이 어색하지 않게 느껴졌다. 실력이 늘었다는 감각보다 먼저 온 건, 이질감이 사라졌다는 느낌이었다. 그때 알았다. 잘해진다는 건 자연스러워지는 거라는 걸.


각 분야의 고유한 리듬

조금 더 생각해 보니,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공통된 감각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리듬’이다.

축구 개인기만 봐도 그렇다. 헛다리나 스텝오버에는 고유한 박자가 있다 (툭... 툭... 탁!). 그 리듬을 아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모르는 사람은 몸치처럼 부자연스럽다. 막는 쪽도 마찬가지다. 리듬이 보이면 대응이 된다.

복싱도 처음엔 주먹만 빠르면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약 1년 정도 해보니 발 스텝, 상체 흔들림, 타이밍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리듬이 있는 사람은 부드럽고, 없는 사람은 힘이 먼저 들어간다.

운전 역시 그렇다. 회전할 때의 타이밍, 엑셀/브레이크를 밟는 감각,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느낌.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리듬이 있다.


리듬을 만드는 최소 조건 '루틴'

그러나 이 리듬들은 외워서 생기지 않기에, 반복이 필요하다. 이 반복을 만드는 것이 '루틴'이다. 루틴은 강제적으로(?) 리듬이 생길 수 있도록 몸을 자주 그 자리에 데려다 놓는 장치에 가깝다.

내가 축구를 일반인 치고 나쁘지 않게 하는 이유도 재능이라기보다는, 투여한 시간 때문일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거의 25년 가까이 공을 찼으니까. 특별히 잘하려 애쓰지 않아도 몸이 먼저 반응하는 건, 그 시간이 쌓였기 때문이다. 리듬은 재능보단 반복이 남긴 흔적이다. (진짜 재능도 있긴 한데, 이건 너무 소수니까)

그래서 요즘의 목표는 단순해진 것 같다. 잘해지려 애쓰기보다 어색하지 않게 만드는 것. 그 행위가 일상에 자연스럽게 섞일 때까지, 짧게라도 계속 이어가는 것. 모두가 알지만 끝까지 가는 사람은 적다.




10초짜리 영상도 길다고 느껴지는 시대다. 빠르고 자극적인 것들 속에서, 진득함이라는 매력은 외면받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력을 얻기 위해서는 이 지루한 시간은 필연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리듬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몸에 새겨봤으면 좋겠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그러다 보면 이런 말을 하게 되는 순간이 꼭 올 테니까. “이제는… 꽤 잘하게 됐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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