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일 년

임대 기간의 절반이 지났다.

by 꽃떡지기
"처음 가게 열 때 계획했던 것들은 어느 정도 이뤘어?"

아이 둘을 키우는 모습일 때부터 나를 봐온, 지금은 종종 꽃떡을 주문하는 지인이 애정이 담뿍 담긴 질문을 했다. 음, 을 말하며 2초 간의 생각을 한 끝에 당당히 대답했다.


"계획이요? 그냥 문 여는 게 목표였어요."


찬 바람이 부는 계절을 온몸으로 느끼는 지금. 벌써 전업주부에서 소상공인이 된 지 12개월을 꽉 채웠다. 이제는 공방과 집을 오가며 종종걸음을 하는 게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 어색하기만 하던 사장님 소리가 이제는 낯설지 않다.


지금 생각해 보니 맨땅에 헤딩도 이런 생 박치기가 따로 없었다. 새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몇 주 동안 집 주변을 비롯해 이곳저곳 계약할 상가를 둘러보았다. 왠지 느낌이 좋은 자리에, 에너지를 가득 안고 도장을 찍었다. 가계약을 마친 그날 오후, 발 빠르게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등록증을 냈다. 구청과 보건소에 가서 이런저런 서류들을 마련하기까지, 일주일이 걸리지 않았다. 실질적으로 행정적인 부분에서 소요된 기간은 짧았다.



문제는, 판매자 입장으로 나를 길들이는 것이었다. 눈에 보이는 공간을 바꾸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인드를 바꾸는 게 더 어려웠고 아직도 어렵다. 여전히 나는 생산자보다 소비자 입장이 편하다. 하지만 1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소비자로서 익숙한 엄마 처지에 있더라도, 판매자 입장을 한 번 더 떠올려 본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역시 그렇다. 예전 같으면 '음, 이런 행사를 하네.'하고 크리스마스 판넬을 넘겨 봤을 터이다. 하지만 이제는 한 번 더 머리를 굴려본다.

'이렇게 중심이 되는 메뉴를 모아놨네?'

'이런 식으로 사진을 편집해 볼까?'


무대뽀로 일을 벌였냐고 묻는다면 '네.'를 말할 터이고, 딱딱 맞는 일정이 존재하는 계획이 있었냐 묻는다면 '아니요.'라며 고개를 저을 터이다. 지금보다 한창 패기 넘치던 싱그러운 청년 시절. 자다 깨서도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으아!!!'를 외칠 때에는 내가 세운 계획대로 인생이 흘러가고 흐를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내 뱃속으로 낳고도 그 속을 모르겠는 두 생명체를 뒤치다꺼리하는 지금. 치밀하고 꽉꽉 채운 계획이 필요할까 싶다. 꾹꾹 눌러 담은 계획은 제멋대로 흘러넘쳐 어그러질 확률이 높음을 안다. 다만 어느 정도 내가 정한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나만의 기준점을 넘지 않게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유연성과 원숙미를 갖춰가는 중이라 스스로 칭찬해 주련다.



생산자의 탈을 손에 쥐는 낯섦이 옅어진 2025년. 이제는 그 탈을 쓰고 벗는 게 한결 능숙해질 2026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