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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지언 Sep 21. 2020

상처뿐인 승리

우리는 그 전쟁에서 승리했다.    


그 누구도 이길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승리였다.    


그리고 나라는 우리의 승리를 축하해주기 위해 파티를 열겠다고 한다.    


파티?    


나는 전쟁에서 아버지와 동생을 잃었다.    


내 친구는 그의 사랑하는 부인을 잃었다. 그리고 부인의 뱃속엔 그의 아들이 있었다.    


국부의 손실은 막심했다. 살아남은 국민들은 한동안 기아에 허덕여야 한다.    


이들은 과연 전쟁을 하고 싶었을까?    


아니다.    


국민들은 전쟁을 반대하였다.    


군인들도 전쟁을 반대하였다.    


그렇다면 이 전쟁을 찬성하고 진행한 사람들은 누구인가?    


그래.    


정치가들.    


돼지같이 뱃살이 오른 입만 살아있는 탐욕의 덩어리들.    


그들이 진행하였다.    


그리고 그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였다.    


* * *    


파티장에 갔다.    


나는 일등공신으로 초대받았다.    


파티장에는 수많은 탐욕의 덩어리들이 기쁜 듯이 웃고 떠들고 있었다.    


그리고 파티장 한가운데에는 우리의 승리를 축하하는 거대한 승리의 여신상이 우뚝 서 있었다.    


화가 났다.    


이겼다고? 우리의 승리라고? 그래서 기쁘다고? 축하해야 한다고?    


이들은 이 전쟁으로 이 나의 국민이 몇 명이나 죽고 얼마나 큰 손실이 있었는지 알고서 하는 이야기인가?    


나는 분노하였다.    


그래서 해머를 들고 파티장 정중앙에 있는 승리의 여신상을 부수기 시작했다.    


몇 차례나 휘둘렀을까?    


석상은 머리와 팔이 떨어져 나간 흉측한 몰골이 되었다.    


주변은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보이십니까? 이것이 우리의 승리입니다. 아시겠습니까?”    


그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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