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부모연구소 유아 부모모임
흔들리며 피는 꽃이 아름답다.
함께 고민하고 싶은 문제를 던집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쓸수록 생각이 넓어집니다. 우리 모두 함께 고민해봐요.
(질문 출처 : 요즘부모연구소 정지현님)
Q1. 내가 조기(사)교육을 경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왜?라는 질문을 여러 번 하면서 더 깊게 들어가 보셔도 좋아요.)
사람은 태어나서 누구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 이에 대한 범위는 어른도 아이도 모두 공평하게 해당한다. 부모가 아이를 낳았다고 해서 아이가 누릴 자유를 침범할 수는 없다. 기관에 갈 나이가 되면 배우지 말라고 해도 아이가 배울 시기가 다가온다. 배우고 싶은 자율적 동기가 생긴다면 하지 말라고 해도 아이가 스스로 찾아서 배울 것이다. 사람은 누군가를 모방하고 배우고 싶어 하는 존재다. 배우고 싶어 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 아이는 태어나면서 천재인데 부모가 간섭을 하는 순간부터 아이는 영재성을 잃어버린다고 한다. 아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라는 의미로 이해해 본다. 아이는 부모의 부속품이 아니다. 아이는 아이대로 존중받아 마땅한 자율적 존재다.
과연 나는 요즘 아이 넷을 대하면서 자율적 존재로 인정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진다. 반성해야 마땅하다. 연휴를 두고 네 아이를 챙기면서 몸과 마음이 지쳤다는 핑계로 아이를 자율적이지 못하게 가두고 있었다. 아이를 아이로 보고 나보다 어린 존재, 못한 존재로만 내려다본 것이다. 부모가 챙겨주어야만 하는 아이로 만드는 것은 부모가 아닐까?
가두리 양식장에 가두어 물고기를 키우듯 아이를 부모 시야 안에 가둔다. 그리고 그 울타리를 넘어서면 다시 가두려고 애를 쓴다. 가두어 키우는 존재는 더 이상 마음이 자라지 못한다. 몸만 자랄 뿐이다. 몸은 자라는데 마음은 자라지 못해 덩치만 큰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어른아이가 된다.
사교육 역시 아이를 가두리에 가두어 양식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아이가 마음의 양식을 먹고 자라야 하는데 사교육을 받으며 시간이 부족해짐에 따라 아이는 스스로를 더 가두게 될 것이다. 그러는 동안 부모는 잘 자랐겠지 하고 독립시키려고 하지만 아이는 부모 곁을 맴도는 존재가 된다. 부모는 헤어 나올 수 없는 올가미를 스스로 채운 것과 같다.
아이가 받아들이는 사교육은 공급해줘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외에 버거운 무게가 아이가 짓눌리지 않게 지켜봐야 한다. 아이 스스로 그 무게가 감당이 되는지 알 수 있도록 부모는 중간중간 대화와 따뜻한 눈길로 아이의 휘어진 어깨와 등을 토닥해줄 수 있어야 한다.
Q2. 영유아 시기, 내 아이가 어떻게 보내기를 바라나요?
'미친 듯이 살고 싶다.'
대학교 때 싸이월드 대문에 크게 적어두었던 글귀다.
왜 그랬을까?
한 번은 무언가에 미쳐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후회가 없다. 미친 듯이 '경험'했다.
아이가 놀이에 흠뻑 빠져 제정신을 차릴 수 없는 상태를 경험해 보기를 바란다. 바로 '미친'상태다. 아이에게는 '경험'이 필요하다. 아직 온전치 않은 존재이기에 경험하며 배우고 실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것을 채울 수 있는 것이 바로 '놀이'라 생각한다. 놀이하며 배우고 경험한다. 이 과정 속에서 아이는 자신을 알아간다. 자신을 알고 나면서부터 상대방도 알고 싶어 할 것이다. 그리고 점점 영역을 넓혀 갈 것이다.
태어나서 누워만 있는 신생아시기를 지나 뒤집고 배밀이하고 기어 다닌다. 잡고 서고 넘어지면서 걸음마를 배운다. 땅을 직접 짚어보고 엉덩방아도 찧어본다. 이러한 경험을 하지 않은 인간은 없다. 우리는 모두 경험하는 순간이 있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다.
직접 배우고 스스로 깨우쳐갈 때 아이는 성장한다. 진정한 어른이 된다. 스스로 느끼고 오감을 자극받은 아이들은 참된 어른이 되어 우리 사회를 더욱 견고하게 다져나갈 것이다.
Q3. 내가 내 아이의 삶에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하고 싶은 일을 재미있게 하면서 살아가면 좋겠다. 물론, 하고 싶지 않은 일도 해내야 하는 순간이 올 거다. 그럴 때도 '기꺼이', '마땅히'를 꺼내어 쓸 수 있는 어른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거리낌 없이 싫어하는 것도 받아내고 경험하며 '아, 이래서 이런 거고 저래서 저런 거구나!'를 알아나가는 과정을 겪어보기를 바란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분명 어려움이 닥쳐도 아이는 스스로 이겨낼 힘을 찾고 일어서서 당당히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기대가 현실이 되려면 부모의 '믿음'이 있어야 한다. 부모가 아이를 믿는 순간 기대가 현실이 된다. 아이가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다.
Q4. 조기교육의 유혹이 있을 때, 나를 가장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아직까지 조기교육의 유혹을 받아보지는 않았다. 다만, 첫아이가 여섯 살 때, 일일학습지를 풀 것을 지인에게 권유받았다. 단 이틀이었지만 악몽 같은 순간이다.
휴직 중인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지인은 해외에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면 아이가 힘들어하니 적응하려면 일일학습지 정도는 풀어야 한다고 했다. 그 당시 아이가 한국에 돌아가서 적응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걱정이 아이를 다그치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이렇듯 나를 가장 불안하게 하는 것은 불확실한 내 마음이다. 아이를 믿지 못하는 마음이 커지고 커져서 잘 지내고 있는 아이를 다그치게 하고 하고 싶어 하는 배움을 밀어내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니 아이 키우면서 제일 잘한 일 중 하나가 여섯 살 아이에게 일일학습지를 시키지 않은 것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
Q5. 나의 불안감이 해소되려면 어떤 도움이 필요할까요?
(개인 차원의 도움/ 사회적 차원의 도움)
마음공부가 최우선이다. 그리고 다음은 '연대'다. 스스로 마음하나 다스리지 못한다면 아이에게 걱정과 불안이 스며들 것이다.
꽃은 흔들리면서 자란다. 꽃이 바람에 흔들려야 뿌리는 점점 깊어지고 잔뿌리가 자라면서 중심을 지킬 수 있다.
우리는 모두 흔들리며 피는 꽃이다. 꽃 하나하나는 꺾이기도 쉽고 흔들리기도 쉽다. 하지만, 너른 들에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수만 송이 꽃이 함께 피어날 때는 서로 바람을 막아주고 돌풍에 맞서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연대하고 함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옳지 못한 판단에 흔들리는 아이들이 바로 설 수 있게 우리가 함께 지켜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