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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자현 Jul 02. 2020

예술은 어떻게
사회의 아픔에 공감할까?

거리두기 뮤지컬 "안녕, 고마운 그대"

ⓒ  21세기 청년독립단 Youtube


최근 재미있는 영상을 하나 보았다. '21세기 청년독립단'이라는 유튜브 채널에서 만든 "안녕, 고마운 그대"라는 영상이다. 일종의 플래시몹 형태를 띠는 6분짜리 짧은 영상은 한 편의 뮤지컬을 본 것 같은 감동을 주면서도, 그 안에 코로나19로 인해 고생하고 있을 사람들에 대한 짤막한 메시지를 담았다. 영상이 주는 메시지는 짧고 간단하다.


"고마워요, 그대"


사실 이들의 영상을 접한 것 처음 아니다. 공연에 관심이 많다 보니 오프라인 공연뿐만 아니라 공연을 주제로 한 영상들도 많이 접하는 편이고, 2017년 광복절에 올라온 "나의 독립을 선포하라" 영상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명동 한가운데서 플래시몹 형태로 진행된 이 게릴라 뮤지컬 영상은 실제 유명 뮤지컬 배우들이 참여하며 당시 큰 화제가 되었고 유튜브에서 100만 조회수를 넘기기도 했다.


ⓒ  21세기 청년독립단 Youtube


극장 밖으로 나온 공연을 보며 예술이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본다. 본래는 극장 안에서 극 자체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던 예술이 촬영 기술과 동영상 플랫폼의 발전을 바탕으로 극장 밖에서 또 다른 형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이번 "고마워요, 그대" 영상의 경우 6분의 짧은 뮤지컬넘버 속에 일상의 소중함, 익숙함 속에 잊혀져 있었던 사람들,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에 대한 고마움을 담아내며 코로나19로 인해 변해버린 일상 속 다양한 고마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  21세기 청년독립단 Youtube


영상은 꽤 재미있는 플롯으로 진행된다. 참여한 배우들이 각자 차에서 넘버를 부르고 영상의 편집에 따라 해당 파트가 듀엣으로, 합창으로 편집된다. 각각 영상은 한 화면에서 한 사람이 부르는 영상이지만, 영상과 음향이 합쳐지며 화음을 쌓고 코러스가 붙는 식으로 하나의 넘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영상 뮤지컬의 방식은 놀랍게도 최근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상당히 유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미국의 경우 지난 3월부터 브로드웨이의 모든 공연을 셧다운하여 극장의 불이 꺼진 상태다. 하지만 배우들과 창작진들은 관객들을 위해 특정 뮤지컬 넘버를 원격 합창으로 만들어내거나, 각각의 영상으로 오케스트라 반주를 촬영한 뒤 합쳐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식으로 창작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아래 영상은 웨스트엔드의 배우들이 참여한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이다. 시국이 시국인만큼 관객들에게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넘버들이 주로 제작되고 있다.


ⓒ  OfficialLondonTheatre Youtube


21세기 청년독립단의 영상 역시 플롯 측면에서 일종의 원격 뮤지컬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영상의 중반부로 가면서 각자의 차에서 노래를 하던 배우들이 한 공간에 모이게 된다는 점이 다르다. 이 지점에서 오케스트라가 합류하고, 각 차와 배우들은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의 기준선을 유지한 채 자신의 경계 안에서 춤과 노래로 퍼포먼스를 시작한다. 단순히 목소리를 넘어 춤과 연기가 더해지며 큰 울림을 준다.


뮤지컬과 연극을 좋아하는 팬으로서 여기서 장면 장면에 비치는 배우들과 창작진들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데, 우선 전체 오케스트라와 음악을 지휘하는 사람은 뮤지컬계에서 가장 유명한 음악감독인 김문정 감독이다. 또한 넘버의 작사를 맡은 장유정 감독은 〈김종욱찾기〉, 〈형제는 용감했다〉 등 뮤지컬과 최근 〈정직한 후보〉 등 영화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으니 창작진이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퀄리티를 자랑한다. 배우들은 이번에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에 전미도 배우와 함께 클레어로 합류한 한재아 배우, 곧 오픈하는 창작뮤지컬 〈개와 고양이의 시간〉에 캐스팅된 배나라 배우, 〈알타보이즈〉 등으로 이름을 알린 문장원 배우 등 대학로에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참가하여 의미가 깊다.



자동차가 모이고, 거기서 나온 사람들이 춤과 노래를 하는 장면은 마치 영화 '라라랜드'의 첫 장면인 'Another Day of Sun'같은 즐거운 느낌을 준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다시 만난 것에 대한 반가움이다. 이후 노래가 끊기고, 자동차극장 스크린에 영상이 들어오며 코로나19로 인해 고생하고 있는 의료진과 관계자들의 인터뷰가 나온다.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가족들과 만나지도 못하며 오로지 환자들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그들의 모습을 배우들, 그리고 영상을 시청하는 관객들이 함께 지켜보게 된다. 영상 속 영상이 끝나고, 다시 노래가 시작된다. 영상이 끝난 이후의 '고마운 그대'는 단순히 내 주변의 사람들이 아니다. 이 상황을 함께 이겨내고 있는 우리 모두다.




ⓒ  21세기 청년독립단 Youtube


영상을 보고 난 이후에 든 첫 번째 생각은 '감사'였다. 다시금 내 주변의 사람들을 생각하게 해 준 것에 대한 감사, 내 일상이 유지되는 것은 의료진들과 고생하는 사람들 덕분이라는 감사, 또 이런 상업성이라고는 1도 없는 영상을 굳이 만들어 준 창작진에 대한 감사 말이다.


예술은 예술의 방식으로 사회의 아픔에 공감한다. "고생하시는 의료진들,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나의 일상. 모두 감사합니다!"라는 한 줄의 메시지를 6분의 긴 시간으로 늘려 노래와 춤을 섞어 보여주는 것이 바로 예술의 방식이다. 누군가는 사치이고 낭비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보다 큰 감동으로 다가갈 수 있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코로나19로 인해 고생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매거진의 이전글 [감사글] 칼럼 기고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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