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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의노래 Jan 03. 2022

살아지믄 살아가기

[먼 곳의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 2]


당신을 떠나보내고 두 밤을 보냈어요. 오늘은 또 다른 새해가 시작되고 다시 반복적인 책상 업무가 시작되었어요. 바다고 숲이고 겨울의 시간을 헤매고 돌아다니다가 다시 도시의 일상을 살아가려니 숨이 차오르고 말문이 막혀요. 도시의 탁한 공기, 만원 지하철, 숨가쁜 일들이 가득차서이기도 하겠지만 역시나 당신이 없다는 사실에 문득문득 목이 차오르곤 했어요. 유난히 긴 하루를 보냈어요. 그래도 나는 여전히 씩씩하게 일상을 살아냈고 해야 하는 일들을 처리하며 하루를 집중해서 살고 있어요.


한 해를 시작하면 버릇처럼 지난 노트들을 꺼내들어요. 이맘때 난 어떤 생각들을 했었는지, 변화는 있는지, 혹은 지키지 못할 어떤 다짐들을 했었는지 내 삶이 궁금해지곤 해요. 그러다가 오래전에 당신에게서 선물 받은 첫 노트를 펼쳤어요. 당신에게 쓴 편지로 된 일기들이 가득하네요. 언젠가 때가 되면 당신에게 선물하려고 했는데, 이제 보니 참 부끄럽기만 한 편지들이네요. 늘 엉성하고 모자란 이야기들이지만 그래도 당신을 그리워하는 동안 조금씩 떠올려볼까 해요.


— 그해, 추웠던 어느날 —

“당신의 마음을 빌어다가 며칠을 먹었어.”


박준 시인의 시 제목을 보다 떠올린 글귀.

눈을 뜨자마자 시를 읽고 당신을 떠올렸어요.


‘우리들의 시들은 어딘가에 숨어 있는 당신과 사물과 그것을 담고 점점 짧아져가는 세계속에서 탄생하고 시인으로부터도. 마침내 독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래를 선물해줘…”

——————

그 목마른 아침, 당신을 떠올리며 노래 몇자를 지었었지요. 당신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불러지는 노래들었지요. 매일 당신을 떠올릴때마다 한자 한자 노래들이 생겨났어요. 불리워진 노래도 있고 읖조림으로 남은 노래들도 있지만 그래도 잊지 못할 순간들은 그렇게 노래로 기억되어요. 아마도 숲의 어느 즈음이었을거예요~ 미처 다 마무리 되지 않았던 노래들을 꺼내서 그리움의 노래들을 지어볼까해요~ 언젠가 들려줄 날들을 위해…


SNS를 떠돌다가 누군가의 글에서 언젠가 읽었던 구절을 다시 만났어요~ 새해을 시작하는 다짐도 못하며 시작했는데, 가슴을 설레게 하는 글이라 옮겨 봐요.


“간직할 가치가 있는 유일한 꿈은, 살아가는 동안에는 살기를, 죽을 때가 되었을 때만 죽기를 꿈꾸는 것이다. 사랑하고 사랑받기. 당신의 하찮음을 절대 잊지 말기. 당신 주위를 둘러싼 말할 수 없는 폭력과 저속한 삶의 격차에 익숙해지지 말기. 가장 슬픈 곳에서도 기쁨을 찾기. 아름다운 곳에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절대로 복잡한 것을 단순화하지도,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만들지도 말기. 권력이 아닌 강인함을 존경하기. 무엇보다 주시하기. 노력하고 이해하기. 절대 고개를 돌리지 말기. 그리고 절대로 잊지 말기.”

                              

- 아룬다티 로이, 『상상력의 종말』


“아름다운 세상을 보아라~”


당신이 내게 해준 말을 되뇌이며

오늘도 아름다운 것을 향해 마음을 열어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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