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솔가_정규 1집의 음악 이야기
누구나의 시절은 찬란하고 아름답다.
매끈하던 손 여기저기 주름이, 검은머리카락보다 흰머리카락이 많아진 그녀의 시절도 분명, 찬란하고 아름답다.
시간마다의 행복은 다르겠지만 크고 작은 행복의 이유들을 찾아가며 어떤 고비를 넘어서 여기까지 왔을 것이다. 더 낫고 덜한 삶은 없는 것 같다. 늘 한켠은 비워지지만 또 한켠이 채워진다. 우리는 서로를 그렇게 힘겹게 채워가며 살아왔던 것이다. 아름다운 기억만 있는 것이 아니니 애뜻하기 어려운 순간이 더 많았고 그래서 그녀를 생각하며 울었던 적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노래를 만들기 전까지는 그랬다.
살가운 딸은 아니지만 70살 생신때, 무언가 특별한 선물이 필요했다. 생각하면 뚝딱 노래가 나올만큼의 실력은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떠올리니 슬슬 노래가 끄적여졌고 생일잔치가 있기 전날 노래를 완성하느라 밤을 새웠다. 영감이랄것도 없지만 떠오르는 노랫말들을 다듬느라 누웠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곡을 이어갔고 동이 틀 무렵이 되어서야 부를 수 있는 노래로 완성이 되었다.
생신 당일, 우리는 소박한 식당 한켠에 앉아 평범한 식사를 하고 식당에 양해를 구하고 나서 가져간 기타를 꺼내들었다.
“꽃같던 그대, 꿈꾸던 그대”…..
이런, 첫 소절 시작부터 목이 메였다. 곡의 느낌도 가사도 울먹거릴 구석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쉬이 노래를 이어갈 수 없었다. 노래는 뭘까? 말로는 해보지 못한 마음을 담는 역할이라도 하듯 노래를 시작하며 스스로도 무관심하던 마음의 진심을 확인하게 된다. 이별한 이들이 노래방에가서 끝없이 이별노래를 부르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시간도 그래서 필요한걸까. 말로는 안되는, 노래여야만 가능한 전할 수 있는 마음이라는게 있었다. 그리고 그날 처음, 그 마음의 이야기를 목이 메인체로 전했다.
종종 아버지 혹은 어머니를 그리는 노래들을 만난다. 애뜻하고 그리움이 묻어나는 노래들이다. ‘어머니!’ 하고 부르기만 해도 마음이 먹먹해지는 그런 노래들이다. 그러나 슬프고 싶지 않아 만든 노래는 칠순의 엄마를 떠올리며 이내 마음이 울컥거렸다.
앨범을 시작하며 끝내 인정한 것은 이 노래는 엄마에 대한 ‘사랑의 노래’라는 사실이었고 이 음악을 받아든 프로듀서 언니는 보편적 사랑의 노래를 ‘결혼식 축하송’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작업했다. 심지어 축가용 가사를 별도로 지어주시기도 했다. ‘사랑’을 고백하는 일이 부끄러운 일이 아닐텐데 노래여서 가능했다.노래라서
누군가를 향해 노래를 만드는 일
내게는 없는 말들이 어딘가로 향하면 글이 되고 노래가 되어 흘러나온다.
당신의 말들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그 말들이 무엇이 되어 당신에게로 가고 있는가?
그대의 날
꽃같던 그대, 꿈꾸던 그대
시절은 지났지만 여전히 아름다워
그대가 나눠준 인생의 시간만큼(길이만큼)
우리는 자라고 자라 여기까지 왔네
조금씩 엇갈렸던 그 말들 사이로
서로에게 상처도 주었을 테지만
이제는
모두다 잊고 서로를 바라봐요
이제는 사랑스럽게 웃어줬으면 해
당신이 있어서 너무나 행복해
가난한 우리 그래도 행복했어
서로의 삶에 깃들어 매일을 살아내
주름진 손끝 당신의 울음들이
힘겹지만 우리의 오늘 살게 해.
내가 알 수 없었던 그대의 삶인걸
이해하지 못해서 정말로 미안해..요
그대가 있어서 한없이 고마워요
오래도록 우리와 함께 행복해요
오래도록 여기에 함께 있어줘요.
당신이 태어나서 너무나 감사해
오늘은 한없이 그대를 축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