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하게 Dec 10. 2023

한 끼에 3천 원, 발리의 식비

돈 아끼고 살 찌기

| 물가를 피해 도망쳐!


인플레이션이 극심하다. 좀 맛있는 식사를 하려 치면 만원 중반대가 평균이 된 시대인 것 같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이나 여타 다른 나라도 상황은 마찬가지. 기본 팁이 20%로 올라버린 시대에, 20불짜리 식사를 하고 음료수까지 한 잔 하면, 왜 계산서에 찍혀있는 건 내가 본 금액이 아닌 건지.


전 세계 사람들이 동남아를 최고의 휴양지이자 디지털노마드의 성지라고 찬양해 마지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각자 원격근무를 하러, 휴양을 하러, 은퇴하고 노후를 보내러 동남아로 몰려든다. 그중에서도 발리는 동남아 중에서 물가가 비싼 편이라고 하지만, 그 안에서도 충분히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넘쳐난다. 음식이 대표적이다.


여행을 떠난 백수에게 필요한 건 세 가지다. 의, 식, 주. (당연하게도). 그중에서도 식비는, 매일 꼬박꼬박 나가는 돈으로써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매일 라면만 끓여 먹고살 수는 없지 않은가. 나름 돈 모으고 아끼는 데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으로서, 이제 들어오는 돈도 없는데 나가는 돈이라도 최소화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다.



| 두 달간 식비 총 85만 원의 여정


나는 외식만으로 발리에서 꼬박 두 달을 살았고, 총 비용 85만원으로 모든 끼니를 해결했다. 식당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현지음식은 3천 원이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시세를 확인하고 나니, 하루에 1만 원으로 식사를 해결하겠다는 목표가 실행 가능했다. 저렴한 식사와 좀 더 가격이 있는 식사를 왔다 갔다 하며 예산을 맞췄다.


| 한 끼에 단돈 500원

500원 ~ 1천원대 식사들


현지인들의 식사다. 간판이 달려있지 않은 식당들은 보통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간이식당인데, 거기서는 천 원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었다. 환율 따지면 정확히는 800원이다. 아침 7시경에는 거리를 걷다 보면 노점상이나 문방구같이 생긴 가게들이 있는데, 거기서 바나나잎으로 싼 미니 식사를 단돈 500원에 팔고 있다. 정말 놀랍다. 닭고기도 들어있고, 구성이 꽤 알차다. 아침에 어차피 많이 먹지도 않는지라 오백 원에 한 끼 식사는 정말 가성비 넘쳤다. 이런 가게들은 관광지 한복판에 있지 않고,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외진 길목에 주로 자리잡고 있다.



| 한 끼에 3천 원

2~3천 원대 식사들

3천 원대 식사가 가장 많다. 진짜 굳이 비싼 식당 안 찾아다녀도 된다. 어차피 식당들 문도 안 달려있고 죄다 뚫려있어서 어디서 먹든 맛만 있으면 그만이다. 나름 영어 메뉴판을 놓은 곳부터는 가격이 2-3천 원으로 형성되어 있지만, 퀄리티가 확실히 올라간다. 제일 무난하다.


3~4천 원대 식사들 (음료 포함)


건강한 야채가 들어간 스프랑 고기 들어간 볶음밥 등, 정말 일반적인 메뉴들이다. 나시고랭이랑 미고랭은 정말 많이 먹었는데, 너무너무 기본적인 메뉴고 맛도 비슷하기 때문에 3천 원 이상의 가격은 웬만하면 주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우붓의 Angel's Warung은 정말, 후기답게 보통 나시고랭보다 배로 맛있었다.


[식사 TIP] 구글맵에 음식점 검색해서, 별점 4.3 이상에 후기개수 500개 이상이면 웬만하면 맛있다.



| 한 끼에 5천 원

4~5천원대 식사들


가격이 4천 원을 넘어가기 시작하면 고기의 비중이 급격히 늘어난다. 폭립, 나시짬뿌르 등등. 특히 발리에는 Fish Steak가 많은데, 그 Fish란 바로 참치 되시겠다. 발리에서는 참치가 눈에 밟히도록 흔하다. 참치 스테이크 가격대는 식당마다 다르지만, 내가 가장 즐겨가던 우붓의 Opini Kopi에서는 단돈 4천 원이 안 되는 가격에 큼직한 참치를 먹을 수 있어서, 나시고랭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이 먹은 메뉴였다. 맛은 딱 고등어조림 같은 맛이라서, 한식이 그리울 때도 종종 찾았다.



| 한 끼에 8천 원

6~8천원대 식사들


보통 새로운 사람을 만나거나, 기분 좀 내고 싶을 때 이 가격대의 식당들을 찾았다. 처음 방문한 곳은 유명한 바비굴링집이었다. 묵고 있는 숙소의 옆방에 새로 들어오신 한국인 부부께서 이 식당을 추천해주셔서, 냉큼 바이크를 빌려서 찾아갔다. 바비굴링는 돼지고기 덮밥이라고 보면 되고, 사태는 돼지고기 꼬치다. 단일 메뉴만 시켰다면 4천 원에 먹었겠지만, 혼자 멀리 맛집 찾아간 김에 다 먹어보고 시켜서 통 크게(?) 6천 원어치 시켰다. 발리에는 태국음식들도 많이 파는데, 대체로 인도네시아 음식보다는 비싸다. 대신 맛은 정말 태국음식 맛을 기가 막히게 잘 낸다. 가까워서 그런가. 우리나라 매운탕 맛이 똑같이 나는 생선구이 맛집도 찾았다. 현지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라길래 가봤는데 과연, 너무 맛있어서 두 번 갔다.



| 한 끼에 1만 원

1만원대 식사들


두 달을 있다 보면, 인도네시아 음식에 질린다. 어쩔 수 없다. 그럴 때는 새로운 맛이 필요하다. 서양인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엄청 맛있는 양식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피자, 파스타도 싸게 먹으면 3천 원이면 먹을 수 있지만, 그래도 좀 분위기 내려면 1만 원이다. 한식은 웬만하면 다 1만 원대다. 현지음식보다는 확연히 비싸지만 그래도 먹고 싶으니까. 김치볶음밥, 김치찌개, 계란말이, 짬뽕 같은 한국의 맛을 찾았다. 가끔 혼자 기분내고 싶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면 이렇게 조금은 사치(?)를 부려 먹고 싶은 음식을 찾아다녔다. 개인적으로 똠양꿍 광팬이라서, 똠양꿍도 많이 먹었는데 보통 6천 원~1만 원대로 형성되어 있다.



| 그리고, 대망의 스무디볼

3~6천원대


내가 발리에서 사랑에 빠진 것 중 하나가 바로 스무디볼이다. 실제로는 설탕이 많이 들어가서 그렇게 안 건강하다지만(?) 매우 건강해 보이는 요구르트+과일+견과류 파티. 내가 이거에 빠져서 한국 돌아와서도 혼자 치아시드랑 냉동과일 사서 열심히 스무디를 해 먹었더란다. 특히 용과(Dragon Fruit)가 색깔이 너무 예뻐서 먹을 맛이 났다.


식사들이 저렴할뿐더러 매우 건강하고, 한국인 입맛에 꼭 맞아서 식사에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물론 조종 한식을 찾게되긴 했지만, 그럴 때에도 이런 혜자로운 가격대에 굶고다니지 않을 수 있어서 참 감사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