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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고래 Mar 22. 2024

3월의 그림책 5권 추천

_808.9비295ㄱ~ 코너에서. (알고 보니 비룡소 코너)


1. 《살아 있다는 건》  다니카와 슌타로 시  와모토 요시로 그림  권남희 옮김  비룡소

 첫 장면부터 울컥했다. 죽어있는 매미는 배를 까고 메마른 땅에 등을 대고 누운 채 개미들에게 먹히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살아있다는 건 지금 살아있다는 건”이라며 독자들에게 질문과 동시에 답을 건넨다. “목이 마르다는 거야.”

죽은 매미는 목이 마르지도 눈이 부시지도 않다. 멜로디가 떠오르거나 재치기가 나오지도 않다. 매우 보통의 작은 일상을 느끼고 경험하는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해 다니카와 슌타로의 오랜 시 「살다」가 그림과 잘 어울려 감동을 준다. ‘지금’이라는 의식 속에 ‘영원’을 품게 하는 이 그림책을 만나니 한 가지 생각이 든다. 이토록 고민하고 아프고 몸부림치는 것은 살아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일본 고유의 미의식의 정서인 ‘모노노아와레(もののあはれ)’는 사물에서 느끼는 허무함, 슬픔 등의 정서를 말하는데 아이들에게도 분명 어떠한 느낌으로든 전달이 될 것 같다. 이상하게 비비의 「밤양갱」 노래가 계속 흥얼거리게 되는 책.



2. 《의》 주나이다 글 그림 이채현 옮김  비룡소

 단어와 단어 사이에 “의”를 넣으면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나의, 마음에 드는 코트의, 주머니 속의 성의, 맨 위층의 전망 좋은 방의, 임금님의 킹사이즈의 침대의, 비단 이불의 바다의 선원들의, 고향 섬의 등대의 꼭대기의 서커스 극장의....” 장면마다 글귀와 재치와 상상력 넘치는 그림들은 내 안의 무한하고 풍요로운 모습을 표현한다. ‘마녀배달부 키키’ 느낌이 나는 그림과 선명하면서 따뜻한 색감들은 아이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것 같다. 당차고 얄궂게 입술 꾹 다문 작은 나의 마지막 장면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3. 《에밀 위대한 문어》  토미웅거러 글 그림  김영진 옮김  비룡소

2019년 2월 세상을 떠난 토미웅거러의 그림책이다. 그의 작품은 모두 잘 알려져서 굳이 소개하고 싶지 않았지만, 아이들에게 계속 읽히고 싶은 마음에 집어 들었다. 잠수부 '자모파르' 선장을 구한 똑똑하고 재치 넘치는 특별한 문어 ‘에밀’ 에밀이 하는 일이 무궁무진하다. 음악도 연주하고 사람들도 구하고 웃겨주기도 한다. 심지어 밀수꾼 잡는 일까지! 생선이 아닌 문어로 캐릭터를 잡은 덕에 재밌는 그림들이 많이 나온 것 같다. 아이들에게 에밀의 가장 훌륭한 점을 꼽으라면 무엇을 꼽을까? 나에게 누가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할 마음이다. “에밀은 다시 그의 집으로 바다 깊이 들어갔어요.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아는 것. 자신을 돌볼 줄 아는 에밀은 정말 건강하고 훌륭한 문어예요.”


4. 《외다리 병정의 모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원작  요르크 뮐러 그림  비룡소

아마 토이스토리도 이 안데르센 원작에서 영향이 받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도 찾지 않는 먼지 가득한 침대 아래서 발견된 병정 장난감이 다시 발견되고 버려지고 또 사람들을 만나기까지의 길고 긴 여정. 단어나 문장 하나 나오지 않지만 그림만 보아도 음악과 대사들이 들리는 것 같다. 작은 병정과 인형을 장면마다 찾는 재미도 있다. 영화 토이스토리 볼 때마다 죄책감에 시달려 힘들어했던 나의 네 아이들은 이제 제법 커서 이 책을 용기 있게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5. 《아빠, 내 그림 좀 보세요!》  아나이스 브뤼네 글 그림  김윤진 옮김  비룡소

클로드 모네의 그림을 좋아하고,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이 있다면 고를 수밖에 없던 책. 실제 작가는 미셸 모네의 어린 시절을 상상해서 그린 것 같다. 그림책의 색감이나 표현이 온통 사랑스럽고, 책 구성이 재미있어 꼭 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대부분 아이들의 그림을 모으고는 있는 편이지만 몰래 버렸던 것을 반성하게 되는. 아빠 클로드 모네는 미셸의 그림을 버리지 않고 (사실 어디 구석에 두려고 했지만) 결국 어디에 걸리게 되었는지, 아이가 정성껏 그린 그림이 무엇이었는지 이 책을 통해 확인하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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