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리는 집밥의 세월
한 주의 시작은 아이들의 집밥 식단 짜기부터! 미리 메뉴를 짜서 기록하면 아침마다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 식재료를 아끼고 식비도 아낄 수 있다. 도시락 싸는 걸 생각하면 당장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 편리한 것들이 그립다. 하지만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따뜻한 한 끼도 급식실 조리사, 선생님들의 노동과 수고로 이루어진 것이기에 조용히 이곳에서 그들의 보이지 않는 업적을 기린다.
#수고로움 이라는 먹고사는 일에 대하여 그토록 글을 썼지만 ,여전히 내게 밥짓기는 거룩하지만 고된 일이다. 사랑의 예전이지만 귀찮고 지루한 노동이다.
사진은 화려하지만 언제나 맛있지는 않다. 아이들은 냉정하다. 이제 집에서 절대 마라탕을 먹지 않겠단다. 지인들 앞에서 “엄마 떡볶이는 맛이 없어요.”라고 한다. 처음엔 섭섭했는데 곧장 나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먹어도 허기지거나 아쉬우면 빵을 먹으라 하고, 아침에 엄마보다 일찍 일어나게 되면 알아서 계란 볶음밥을 하라고 한다. 아이들은 쿨하게 자기들 밥을 직접 제조한다. 아무래도 흑백요리사 영향이 크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는다. 가끔 잊고 급하게 먹으면 인사를 꼭 시킨다. 녀석들은 피조 세계의 수고 없이는, 신의 허락 없이는 작은 푸성귀 하나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리라.
새로운 밴쿠버 일상이 97일째다. D데이라는 걸 처음 해보았다. 그런 날짜 세는 걸 우스워한 사람인데, 어쩐 일인지 한국보다 단조롭게 사는 나무 많은 나라에서는 날짜를 헤아리게 된다. 무언가 새로운 일이 생기면 생기가 돈다. 계절성 우울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책을 출간한 지는 111일째다. 평범하고 하찮고 보통의 이야기들이 오늘도 눅진하게 기록된다. 메모장에, 인별그램에, 아이들 기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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