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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앙 Mar 02. 2024

가글액은 이제 그만~

남편이 결혼 후 못하는 것 1

남편은 결혼 전부터 차에, 집에, 가방에

항상 지니고 다녔던 필수템 중 하나가 가글액이었다.


이유는 다양했다.


담배 피우기 때문에,

학원강사라 목을 많이 쓰기 때문에,

목감기 기운이 있을 때,

가끔은 양치 대신에..


남편 자취집엔 리스테린 대용량이 쌓여있었고

차, 가방 곳곳에 작은 용기 리스테린

손 닿는 곳마다 있었다.

언제든 입이 좀 까끌하다 싶으면

리스테린을 살짝 입에 넣어

오물오물거리다 뱉는다.

뱉을 수 없는 상황이면 목구멍으로 넘기면서

그 상쾌함을 즐긴다.


하루에 한두 번은 살짝 마시기도 했다.

소독 효과가 있어서

본인이 목감기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덜 걸리는 이유래나?


그 얘기를 들은 나는 기겁했다.


아니! 그 화학제품을 마신다고?

입에 남는 것도 께름칙한데 마시기까지 한다고?


한 때 나도 양치하고 나서

항상 가글액으로 헹구는 습관이 있었다.

상쾌하기도 하고

이가 청결해진 느낌뿐 아니라

간간히 느껴졌던 치통도 잠잠해졌었다.

너무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했었다.


제로웨이스트를 시작하면서

가글액용 작은 종이컵을 안 쓰기 위

사용하지 않기 시작했다.

안그래도 가글액의 주재료가 대체로

화학재료라는 사실이 찝찝했는데

환경호르몬이 함유되어 있다는 내용을 보고

그 이후로 가글액을 절대 사용하지 않았다.


그런데 남편이 리스테린 중독이었다.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각종 질병 발생,

플라스틱 용기로 인한 환경 피해 등

갖가지 이유를 대면서 리스테린 사용을 금하였다.


많이 줄이긴 했지만 단번에 끊진 못하고

한동안 리스테린을 계속 쓰긴 했다.

심지어 나도 옆에서 몇 번 사용했다.

캠핑 갔는데 치약칫솔을 깜빡했을 때

플라스틱 칫솔과 치약을 사는 것보단

차에 리스테린 작은 거 하나 정도

구비해 놓으면 은근 요긴했다.


헛!!


하마터면 남편의 리스테린 습관에

나도 넘어갈 뻔했다.

정신 차리고 지속적으로 금지 사유를 어필하면서

점진적으로 사용을 줄여나갔다.


대용량은 무료 나눔으로 처분했고

차에 있던 작은 리스테린을

남편은 아껴가면서 그 상쾌함을 즐겼다.

마지막 작은 한 모금을 남기고

굉장히 아쉬워했다.


그 아쉬워하는 마음이 고마워서

유투브를 보고 직접 가글액을 만들어 선물했다.

재료는 정향(clove bud), 강황가루(tumeric), 베이킹소다, 물.

출처 : youtube.com/@BottegaZeroWaste

가글액 DIY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고

재료도 구하기 어렵지 않다.

향과 맛이 어색했을 텐데도

다행히 남편은 흔쾌히 잘 써줬다.


다만, 유통기한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소량으로 자주 만들어야 했다.

매번 만들어주기 귀찮아서 서너 번 만들다 말았다.

남편은 스스로 만들 생각 없었다.


그럼 지금은 가글액 대신에 뭘 쓰냐고?

없다.


지금은 예전에 우리가 가글액을 썼었다는

사실조차 잊었을 만큼

가글링 습관은 완전히 없어졌다.


애초에 가글액은 필요 없었다.

가글액이라는 새로운 아이템에

길들여지고 습관이 생기면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템이 되었던 것이다.

양치 잘하고 물을 자주 마시면 될 일이었다.

가글액은 선택템이다.


주성분은 뭔지 모를 화학재료들인데다

액체이기에 유통기한이 있고

유통기한을 길게 유지하기 위해

보존제가 들어가니 몸에 좋을 리는 없다.

당장 치아나 구강에는 좋을지 몰라도

결국 우리 몸에 뭐가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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