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아름다움도 외모에 따라 달라보일까?

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보고

by 박한평

백종열 감독의 8월 20일 개봉작 '뷰티 인사이드' 를 보았습니다. 마침 시간대를 맞출 수 있는 영화가 이 영화 뿐이라,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되었지요.


개봉직후여서 그랬는지, 마케팅이 부족했던건지.. 영화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었습니다. 오고가며 영화 포스터를 보는 정도였는데요.

The Beauty Inside, 2015

감성적인 포스터의 의도와는 달리 기대감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배우들의 얼굴이 빼곡히 박힌 포스터를 보며 오히려 영화를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을 정도니까요.


사실 최근 개봉하는 영화들이 가지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멀티 캐스팅'인데요.


개인적으론 많은 배우들이 한 작품에 출연하면서 자신의 캐릭터를 강조하는 '멀티 캐스팅 영화'에 피로도가 높기도 했고..

누굴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다. 이 중에 하나는 있겠지

보통 이렇게.. 낯익은 배우들이 다수 등장하는 로맨스 영화의 경우, 여러 커플이 매칭되면서 끼리끼리 그들의 갈등과 행복을 이야기 하는 '뻔한 전개'였던 게 현실이었거든요.


하지만 그런 편견은 영화의 첫 씬이 시작되면서 산산 조각이 났습니다. 마음 속으론 진짜 이런 표정이었어요. 아니 이게 무슨 전개지?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자, 영화에 대해 본격적으로 이야기 하기 전에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일명 '백감독'이라 불리는 분이죠.


이 분, 이력이 굉장히 특이합니다. CF감독, 그래픽 디자이너, 서체 디자이너, 뮤직비디오 감독, 안경/문구 브랜드 디자이너, 영화감독.. 하나하나 나열하기에도 벅차네요.


어찌보면, 그에게 이번 작품은 '영화'라는 영역에 연출차로서 첫 발을 내딛는 처녀작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CF처럼 짧은 시간 내에 각인 효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작업을 하던 그가 '긴 호흡을 가진 2시간 7분짜리 영화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의 이런 도전과 독특한 이력에 화답이나 하듯, 주인공 배역인 '우진' 역에 출연한 배우가 123명이나 됩니다.

이 중에서 비중을 가진 배우는 21명인데요.


사실 누가 정말 '우진' 연기를 한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인격을 가진 배역으로 보여지게 만든 건 치밀한 고민이 있었기에 가능했겠지요.


123명 우진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여주인공 '이수'역에 한효주씨를 캐스팅한 건 신의한 수 였던 것 같습니다.

작품을 다 보고나면, 그녀말고 이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 국내 여배우가 몇이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밝고 청순하면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잘 표현해냈습니다.


하지만 정해진 상대 배역과 호흡을 맞추던 기존 작품과 달리 이번 작품의 한효주에게서 묘한 외로움이 느껴진 건, 정서적으로 감정을 조율할 수 있는 고정 상대 배우가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장많은 상대배역을 한 작품에서 연기한 여배우라는 기록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네요.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이 영화, 예쁩니다. 두시간짜리 DSLR 광고를 본 듯한 느낌이었어요. 왜 기대작들이 쏟아져 나오는 한 여름에 개봉했지? 싶을 정도로 늦가을과 초겨울의 감성을 아련하게 담아낸 느낌입니다.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는 요소를 담담하게 감당해낸 유연석의 나레이션도 좋았고요.


새로운 느낌의 로맨스를 원한다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정확히 말하면 판타지 로맨스 장르의 영화라고 할 수 있겠네요. 독특한 소재에 비해 평범한 스토리였지만 눈이 호강한 영화였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제법 많았는데요. 무엇보다 제목을 잘못지은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사랑해, 오늘의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위 대사처럼.. 영화를 통해 감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기는 했어요.


'겉모습이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이 중요하다' 하지만 실제로 어느 부분에서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결론적으론 123명의 '우진' 속에서 잘생기고 키크고 멋진 남성인 우진만 주목을 받았거든요.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여주지!라는 의도와 달리 훌륭한 비쥬얼을 가진 배우들의 향연이었습니다. 아이러니했어요. 앞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눈호강'은 확실합니다. 곳곳에서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지르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만큼 '내일의 우진'을 기대하면서 작품 끝까지 보게 하는 매력은 있더군요.

만약 작품속 우진을 연기한 마무리 배역이 '다른 배우였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외모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텐데.. 진한 아쉬움이 남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세요'라고 추천할 수 있는 이유도 화려한 캐스팅때문만은 아닙니다. 곳곳에 숨겨진 섬세한 연출과 감성표현, 유머러스함도 제법 좋았거든요.


영화 '건축학개론'의 밑밑한 분위기를 납득이(조정석 분)가 날카롭게 살려냈다면, '뷰티 인사이드'에는 상백이(이동휘 분)이 있습니다.

배우 이동휘씨가 해드캐리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작품에 재미요소를 불어넣어주었습니다. 조연으로서 자신의 영역을 늘려가고 있고, 조만간 주연급으로 충무로의 러브콜을 받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 한 줄 평과 별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형 '판타지 로맨스'의 좋은 예로 계속 회자될 수 있는 영화 (별 6개)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와 당신은 정말
'내면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시선을 가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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