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기대 없이 예매했다가 미친 여운을 남기는 영화

영화 '싱 스트리트'를 보고

by 박한평

자극적인 영화가 넘치는 요즘, 별 기대 없이 예매했다가 엄청난 여운을 느끼게 되는 영화죠. 오늘의 주제는 영화 ‘싱 스트리트’입니다.


영화 <원스>와 <비긴 어게인>의 감독이 만들었다는 사실로 화제가 됐던 영화죠. 존 카니 감독의 음악 영화 3부작의 정점을 찍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10대의 사랑과 성장을 그린 음악 영화입니다.

Sing Street , 2016

사실, 포스터에 대문짝만 하게 ‘원스’와 ‘비긴 어게인’을 적어놓지 않아도 될 정도로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포스터만 봐도 틴에이지 영화 느낌이 물씬 풍기기 때문에 이 장르를 선호하지 않는 분들은 눈길도 주지 않을 수 있지만.. 전작의 흥행과 아성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싱 스트리트’이기 때문에 볼 이유는 충분합니다.


단순히 10대들만의 좌충우돌 스토리만 담아낸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제가 앞에서 ‘흥미롭다’라고 표현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 영화의 매력은 ‘보는 사람’이 처한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인데, 장르적인 한계를 언급하면서 단순히 재미있다/없다를 판단하기엔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의 매력도가 너무 큽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많습니다만.. 그 부분은 뒤쪽에서 한번 더 다루도록 하죠.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 상황 때문에 주인공 ‘코너’는 전학을 가게 되고, 모두가 그렇듯. 그 또한 ‘낯섦’과의 싸움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규칙에 적응할 틈도 없이 괴롭힘을 당하게 되는데요.


눈이 시퍼렇게 멍든 상황에서도 시선이 향하는 곳은 명확했습니다.

모델처럼 멋진 ‘라피나’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 건데요. 그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덜컥 ‘밴드’를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하게 되고, 뮤직비디오에 출연할 것을 제안합니다. 너무나 뻔하게 느껴질 정도의 급전개지만, 이런 투박함이 이 영화의 매력입니다.

“난 모델이거든"
“우리 밴드 뮤직비디오에 출연할래?"
“밴드 한다면 노래 한번 불러 봐"
“Take on me~” (날 선택해 주세요)
“당장 밴드 만들자"

우리에게 이 영화의 장르가 낯설지 않은 이유는 여기 있습니다.


1) 여러 가지로 상황 속에서 혼란을 겪던 주인공이 음악을 하기로 결정한다.

2) 동료들을 모아 멋진 공연을 해낸다.

3) 그 음악에 영감을 주는 ‘뮤즈’가 있다.


기존에 있던 스쿨밴드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커다란 약속 같은 흐름이죠. 하지만 이런 아쉬움을 접어두게 만들 정도로 끝까지 보게 만드는 매력 요소가 굉장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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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 영화를 보신 분들 그리고 보실 분들은..

각자 초점을 맞추게 되는 배역이 확실하게 갈리게 될 것입니다.

누군가는 답답하리만치 절망 속에서 굴하지 않는 코너의 시선에서, 누군가는 높은 곳을 바라보는 라피나의 이상과 녹록지 않은 현실을 통해, 또 누군가는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린 형의 마음에 공감하면서.. 그렇게 이 영화를 즐기게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주인공 코너의 형인 브렌든(잭 레이너)의 이야기가 더 듣고 싶어졌는데요.

“로큰롤은 위험이 따라”

(92년생이라는 사실에 조금 놀랬지만.. 캐릭터를 위해 살을 많이 찌운 것 같더군요.)


사실상 영화의 주요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던지는 역할이기 때문이겠지요.


'한때는 꿈을 좇았던’ 그의 모습을 보며 알게 모르게 미친 듯 불안하고 순수했던 10대 시절을 회상하게 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존 카니’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영화 속에서 던지는 메시지들이 왜 이렇게 현실적으로 크게 다가올 수 있는지 느끼게 되는 대목이 있는데요.


“실제 나의 소년 시절의 희극판이다"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죠. 물론, ‘희극판’이라고 언급한 부분에서 알 수 있듯 ‘이랬다면 어땠을까?’라는 감독의 상상이 많이 더해지긴 했습니다. 만약 내 첫사랑이 짝사랑에서 끝나지 않고, 우리 밴드의 음악이 근사했다면 어땠을까? 라는 상상에서 영화가 출발했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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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칙상 ‘검은 신발’만 허용하는 학교에서 ‘갈색 신발’을 신었다는 이유만으로 혼나고, 맨발로 돌아다녀야 했던 부분은 ‘존 카니’ 감독의 실제 경험이라고 하네요. ‘코너’의 음악과 인생에 있어 길을 열어주고 응원을 해주는 등 지대한 영향을 끼친 형 ‘브렌든’ 역시 ‘존 카니’감독의 형을 추모하는 의미를 담아 캐릭터화했다고 하니, 그 메시지의 진실성을 의심할 이유가 없겠지요.


예를 들면 이런 부분입니다.

1978년 영국의 버밍엄에서 결성된 팝 밴드 ‘듀란듀란'의 노래를 카피한 뒤 형에게 들려줬는데, 형이 하는 말이 굉장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여자 때문이지? 남의 음악으로 걜 유혹한다고? 남의 음악을 카피하는 밴드 따위를 누가 좋아하겠어?" 심지어 앨범을 짓밟기까지 하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무엇’을 노래하고 있는 걸까요? ‘진짜 노래’라는 게 뭔지.. 그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합니다. 적어도 ‘존 카니’감독에 있어서 노래란 누군가의 스토리와 멜로디를 단순히 따라 부르는 게 아니라 '나의 상황, 나의 생각, 나의 호흡'을 그려내는 작업이라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의 ‘노래’는 남 얘기가 담긴 화려한 멜로디를 따라가고 있지는 않았는지. 투박하고 정돈되지 않아도 적어도 우리의 노래는 이래야 한다는 걸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의미심장한 메시지이죠.


감독의 진한 메시지가 담긴 장면은 또 있습니다. 뮤직비디오를 찍다가 ‘라피나’에게 물에 '빠지는 듯한' 장면을 요청하는데요. 촬영 중 진짜 물에 뛰어들어버립니다.

“왜 그랬어"
“우리 작품을 위해서. 절대 적당히 해선 안 돼. 알아듣겠어?"


중간에 어설프게 포기해버리면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최선을 다하라는 메시지가 진짜 진하게 다가옵니다.


극 중 캐릭터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습을 보면 이야기의 흐름이 더욱 흥미진진한데요.

‘모델’이라는 꿈을 가지고, 한결같은 모습(높은 이상과 목표)을 가진 ‘라피나’에게 영향을 받는 ‘코너’

(물론 모델처럼 멋진 그녀에게 반한 부분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노래’란 어때야 하는지, 음악적인 영감과 정신을 불어넣어 주는 형 ‘브렌든'


바뀔 수 없을 것 같은 현실에서도 바보스러울 만큼 순수하게 노래를 하는 동생을 보며 ‘한때는 꿈을 꿨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형 ‘브렌든' 더 이상 꿈꾸기를 포기하고 지쳐있던 그를 일깨운 건 동생 ‘코너’였다.


녹록지 않은 현실의 벽 앞에서 어려움을 겪는 그녀에게 다시 한 번 꿈꿀 수 있게 희망과 의지를 주는 ‘코너'


물론, 이런 '정서적인 영향' 이외에도 미친 매력을 발휘한 캐릭터가 있는데요. 바로 에먼 역으로 출연한 ‘마크 맥케나’입니다.

토끼에 무한한 애정을 쏟는 모습을 보면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입덕 포인트가 확실하다는 것이죠.


‘에먼'은 극 중 음악 천재로 나오는데, ‘마크 맥케나’는 실제로도 음악 욕심이 대단한 배우입니다. 캐스팅 비화를 보면, “전 연기는 안 해요. 전 뮤지션이거든요”라는 당찬 인터뷰를 했고, ‘존 카니’감독은 오히려 이 부분이 맘에 들어 오케이 했다고 하네요. ‘존 카니’감독은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특히 실제 뮤지션들과의 작업을 원했는데요.


주인공 ‘코너’역의 ‘페리다 월시-필로’ 역시 sns에 자신의 노래들을 업로드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오디션을 보게 된 인디 뮤지션이죠. 그래서 그런지 ‘페리다 월시-필로’와 ‘마크 맥케나’는 ‘싱 스트리트’ 외에 출연한 작품이 없습니다.


‘원스’와 ‘비긴 어게인’을 봐도 아시겠지만, 그의 작품을 보면 "음악과 스토리를 이 정도로 버무려낼 수 있는 연출자가 또 있을까?"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데요.


물론 비교적 무난한 전개로 인해 중간에 주무시는 분들이 생기실 수도 있겠지만.. 음악을 주재료로 가지고 노는 감독의 스킬이 상승했고,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밸런스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추천할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명확한 영화네요. 그래도 이왕이면 스크린을 통해 이 영화를 만나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이유를 몇 가지를 꼽아 보자면,

먼저, VHS 화면을 ‘초대형 스크린’으로 만나는 묘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들이 직접 찍은 뮤직비디오가 1980년대 아일랜드의 분위기를 거의 그대로 살려냈기 때문에 그걸 보는 맛이 있거든요. 1980년대 유행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영화 중간중간 그 시대의 실제 아티스트들이 브라운관을 통해 등장하고, 그걸 본 ‘코너’의 옷차림에 변화가 오죠. 그때나 지금이나 미디어를 통해 전해지는 셀럽들의 영향력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또한 ‘존 카니’ 감독의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히트곡인데요.

원스 falling slowly
비긴 어게인 lost stars

이번 ‘싱 스트리트’에서도 좋은 사운드 트랙을 쏟아냈습니다.

싱 스트리트 ‘더 리들 오브 더 모델'

특히, 존 카니 감독은 1980년대 느낌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그 당시에 활동했던 ‘게리 클라크’라는 뮤지션에게 의뢰를 했다고 하네요.


제법 과도한 설정으로 보이는 영화의 엔딩을 보면서도 미소 짓고 있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결과가 어떠하든 그 과정은 절대로 순탄하지 않은 것이지요.


우리는
무엇을 노래하고
무엇에 저항하고
어디쯤 걸어가고 있을까요.


제 한 줄 평과 별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80년대 감성을 압축해놓은 흥겹고도 아련한 미래파 영화" (별점 6점)


여러분은 10점 만점에 몇 점을 주시겠어요?


이 영화를 다 보신 분들은 아마 아리송한 부분도 있을 겁니다. 이게.. 해피 엔딩인 건가 아닌 건가.. 이런 모호한 마무리마저 우리네 삶을 그대로 옮겨놓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지요.


확실한 것은 수많은 어려움이 폭풍처럼 다가온다고 하더라도 결국 ‘나아가는 것’이 답이라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나와 당신에게 주어진
‘행복한 슬픔’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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