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좀 해봤다는 사람들이 미친듯 열광한다는 드라마

드라마 '연애 플레이 리스트'를 보고

by 박한평

강조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콘텐츠 범람의 시대입니다.


자신을 제발 봐달라고 피드 위에 널려있는 것들은 둘째치더라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들 그리고 그것들을 만드는 사람들조차 넘쳐나는 상황이니, 우리는 점점 더 한정된 시간과 스마트폰 데이터를 '진정 써야 할 곳'에 쓰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 게 아닐까요.


한 해에도 수십 편의 영화가 개봉을 하고, 어디서 본듯한 소재를 큰 줄기로 하는 드라마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집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 혼란스러운 틈에서도 대중들의 사랑을 온몸으로 받는 작품들이 꼭 하나씩은 튀어나오고, 사람들 사이에서 끊임없이 회자된다는 것이지요.


영화가 아닌 드라마를 소재로 글을 쓰는 건 처음인데요. 오늘 이야기하려는 드라마가 바로 그런 류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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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페이스북 등의 소셜미디어에서 전후로 이어지는 형태의 에피소드형 콘텐츠를 소비하는 패턴이 자리 잡기는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한 회차의 동영상을 보면, 이전 회차 혹은 다음 회차를 보기에 편하거나 혹은 콘텐츠 검색이 편리해야 하는데..


SNS 특성상 아카이빙에 중점을 두기보단 바이럴에 특화되어 있고, 피드 내 콘텐츠의 휘발성이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지요.


콘텐츠는 그것이 주로 소비될 무대를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일이 상당히 중요한데, 드라마 타이즈 형식의 콘텐츠가 휘발성이 강한 SNS 피드를 주 무대로 하여 사랑받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시청자로 하여금 스토리의 연속성을 학습시키는 동시에 캐릭터의 특징을 각인시키는 것에 유리한 조건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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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플레이 리스트(이하 연플리)의 가장 큰 성과를 저는 여기에서 찾습니다. 옴니버스 형태의 단편 영상이 주류를 이루던 낯선 곳에서 드라마 콘텐츠의 소비 패턴을 익숙하게 만들어냈다는 것인데요.


이제는 사람들이 자신의 피드에 갑자기 나타난 드라마 에피소드를 부담스럽지 않게 만나고 즐겁게 소비합니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요?


이 드라마, 소재 자체만 보면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대학생들의 연애와 사랑, 그것을 둘러싼 갈등을 중심에 둔다면 대중들로 하여금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게 사실이지요.


최근 기성 드라마들이 점점 더 자극적인 소재로 판타지 요소를 섞는 것도 이와 같은 진부함을 벗어내려고 하는 작업일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에서 연플리 제작진에겐 소재가 가지는 분명한 한계성을 극복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싸움이었을 것입니다.


아, 물론 이렇게 흔하디흔한 사랑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SNS에서 '연애'라는 소재는 여러 형태의 콘텐츠에서 단골 소재입니다. 글이든 영상이든 말이죠. 심지어 '연애'라는 소재를 '콘텐츠 치트키'라고 부르는 분도 계시더군요.


드라마의 퀄리티와는 별개로 사람들로 하여금 '좋아요'를 누르게 하기 위해 상당한 고민을 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연플리는 그 고민의 무게만큼 작품 내에 다양한 장치들을 심어놓을 수 있었겠지요.


먼저, 배우들의 다양한 개성을 입체적으로 펼쳐놓고 그 매력을 한 곳에 모으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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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연기자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과하지 않은 적당한 수준의 내레이션과 함께 전개됩니다.


캐릭터들이 동시에 겪은 상황에서 각자 어떤 속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들려주는 효과를 통해 시청자들은 짧은 시간 내에 캐릭터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되는데요.


작품이 전개될수록 '아? 어떤 커플이 이 드라마의 메인이지?' 싶을 정도로 모든 커플의 에피소드에 주목도를 골고루 부여했고, 몰입도를 극대화해 캐릭터를 돋보이게 했습니다.


이러한 몰입도 덕분에 시청자들 사이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최애 커플'이 갈리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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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을 쓴 이슬 작가의 완급조절이 얼마나 과감한지 느끼게 되는 대목을 하나 끄집어 내볼까요.


시즌1 첫 회차에 잠깐 등장한 아르바이트생이 작품의 극후반부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되는지 보면 이게 얼마나 치밀하게 짜인 극본인지 느끼게 됩니다. 메인 배우를 캐스팅하고, 시즌 마지막에 등장시키는 대범함이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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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청자들는 어느새 이 신인 배우들을 주목하기 시작했는데요.


인기를 얻다 보니 자연스레 팬덤도 생기고, CF를 찍게 되니 드라마 밖 다양한 곳에서도 만나게 됩니다.


흥미로운 건 '오, 연플리다!'라고 말할 정도로 시청자들에게 캐릭터들의 각인 효과가 큽니다. 그만큼 배우들을 정말 사랑하게 된 것이지요.


사실, 연플리의 이런 폭발적인 반응은 본편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예감할 수가 있었는데요.


시즌1이 처음 시작할 무렵, 티저 영상만으로도 사람들이 보고 싶다고 난리가 난 정도였으니까요.


솔직히 속으로는 '와하, 이 정도라고?'라고 생각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본편이 티저 이상으로 더 많은 반응을 이끌어냈죠. 2017년 7월 기준, 총 조회수 1억 뷰를 돌파했다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도 이야기를 안 할 순 없는데요.


드라마가 바라보고 있는 타겟과 그것이 다뤄지는 SNS 채널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유치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존재합니다.


이로 인해 작품이 전체적으로 건드린 감정선은 명확한데,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굵직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작품 특성상 캐릭터를 부각시키고, 각 커플의 에피소드를 교차해서 보여줄 수밖에 없으니까요.


물론, 이렇게 미묘한 감정선을 자극하는 작업이 높은 난이도를 가지고 있는 부분인 건 분명합니다.


자칫 너무 가볍게 흘러갈 수 있는 소재임에도 신재림 연출이 극중 인물의 감정선을 극대화해냈기에 이 정도 몰입이 가능한 것이지요.


또한 억지로 감동을 부여하기 위한 신파적인 요소는 과감히 걷어내고 담백하게 구성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데요.


트렌디함을 강조하기보단 '예전 언젠가'를 떠올리게 하는 장치들이 많이 심어져 있습니다. 언젠가 느껴봤던 그런 감정들 말이죠.


극본과 연출에 자신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실제 연애를 떠올리게 만드는 디테일이 잘 담겨 있습니다.


작품의 인기와 더불어 매 시즌 담겨있는 OST도 상당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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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이 공개된 후 한동안 차트에서 내려오지 않았죠.


영화가 아닌 '웹드라마' 장르의 작품이 시사회를 한다는 게 저한텐 좀 생소한 개념이긴 했는데, 시즌2를 앞두고 진행된 시사회 & 팬미팅에서도 연플리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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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플리의 경우, JTBC2 채널을 통해 TV에서 만날 수 있었고 최근엔 왓챠플레이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드라마라는 영역에서 바라봤을 땐, 외곽에서 시작된 '연플리'라는 작품이 여러 모습을 통해 메이저 영역으로 깊이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제 한줄평은 다음과 같습니다.


캠퍼스에서 연애를 해보지 못하고 졸업한 사람들에게 '그때의 연애는 이런 느낌이었어'라고 알려줄 드라마.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신이 느꼈던 감정이

사랑인지 아닌지 헷갈렸던 때가 있나요?


이미 사랑은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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