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세워 바다에 색을 입히다.
이번 작품의 모티브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다. 마치 색의 영역이 구분되어 있는 듯하고, 기하학적 요소와 색감이 뚜렷한 그의 그림은 사진으로 옮겨보고 싶었다. 그 공간 작업 공간이 바다라고 보았다.
흑백 사진이 좋아 시도는 해 봤지만 먹기만 하는 나이로 필름 사진 작업은 버거웠다. 하면 얼마나 한다고, 이게 업은 아니지 않은가 혼자 중얼거리며 디지털이 보편화되어 있는 현실을 정면으로 받아치자 마음먹었다. 고도의 테크닉이 아니어도 가능한 ‘쉼의 작업’을 하고 싶었다. 그것이 이것이다.
일명 뽀샵질이라 하는 것의 긍정적 요소를 응용하고, 창의성을 발휘하여 아름다운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두 번에 걸쳐 7일간 고성과 부산으로 이어지는 동해안에서 진행하였다.
우선 ND 필터를 새롭게 준비하였다. 1000 두 개, 500 1개, 64 개, 합 4개의 자석 필터를 사용하였다.
조이고 끼어야 하는 사각 필터에 비해 자석 필터는 그런 경우가 없어서 장착과 교환 중에 발생하는 낙상 위험성을 피할 수 있어서 좋았다.
렌즈는 24-70, 70-200을 준비하고 24-70을 주로 사용했다. 70-200의 경우, 원인을 아직 밝혀 내지 못한 옅은 적색이 중앙에서 왼쪽 부분에 보였다.
장노출에서 중요한 것은 긴 시간 무거운 카메라와 렌즈 무게를 받쳐 줘야 하는 볼헤드와 삼각대이다. 볼헤드가 불량인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고개를 숙이는데 그 과정이 사진에는 흰띠로 남는다.
삼각대 또한 카메라와 렌즈 무게에 모래에 파묻힐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처음부터 모래 깊숙이 묻어야 한다.
그동안 삼각대에 투자는 소홀히 했다. 가지고 있던 볼헤드와 삼각대를 손 보고 사용했다.
주 촬영지는 부산의 경우 송정과 광안리, 울산 주전 몽돌, 영덕 병곡항과 고래불, 삼척 맹방, 동해 망상, 주문진, 강릉 영진. 양양 하조대. 속초 등이다.
전시 작품에는 없지만 고성 송지호, 강릉 경포대, 포항 월포와 칠포 등 20여 곳에 이르는 해수욕장과 항을 찾아다녔다.
촬영 시간대는 해뜨기 전부터 해지는 순간까지다. 일출 전 여명기에 파란 색을 담아 보려 노력했지만 그 결과물은 부족하다. 그 색을 얻을 수 있는 시기를 찾는 일이 숙제가 됐다. 계절과 물의 들어옴과 빠짐 등 살펴봐야 할 것이 있는 듯하다.
낮 시간대에는 오렌지 계열의 색을 얻을 수 있다. 태양이 피사체와 거의 수평을 이룰 때는 피사체를 돋보이게 촬영할 수 있어서, 이때를 특히 좋아한다.
호퍼는 그림 속에 빛의 방향을 의도적으로 표시하는 듯 빛의 선이 뚜렷하다. 반면 장노출 사진은 빛의 선이 약하다.
새롭게 시도한 작업이다. 관객의 비평과 호평을 귀담아듣고 수정 보완해서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보자.